제가 살던 아파트 앞에는 작은 공원이 있었어요
좀 외진곳이기도 하고 사람도 별로 안다녀서 새벽에 가끔씩 나가서 정자에 앉아 혼자 있곤 했어요
그날은 소나기가 조금 와서 땅이 젖어있던 날이였는데
집에있기도 답답하고 새벽공기 마시는걸 좋아해서
집 앞에있는 공원으로 갔어요 새벽이다보니 사람도 없어서 편하게 혼자 정자에 누워 폰을 보고있었구요
그런데 발쪽에서 바스락 바스락 거리는 풀소리가 들리는거에요 공원에는 울타리가 있었는데 관리가 안되서 풀이 엄청나게 자라있었기에 그냥 고양이인갑다 하고 누워있었죠 근데 또 이번엔 제 뒷쪽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들리고 해서 앉아서 확인하려는 순간 갑자기 정자에 달려있는 선풍기가 미친듯이 켜졌다 꺼졌어요 너무 놀라서 당장 슬리퍼를 신고 정자 바깥으로 뛰쳐나갔죠
어둡기도 하고
안경도 안쓰고 있었기에 눈을 찌푸리며 정자쪽에 있는 흐릿한 뭔가를 보는데
발쪽에는 긴 머리를 가진 여자가 선풍기를 껐다 켰다를 반복하고있었고 제가 누워있던 뒷쪽 으론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저를 빤히 쳐다보고있었습니다.
진짜 너무 놀래서 빨리 집으로 달려갔어요 울면서 집에 들어가니 부모님하고 동생이 제 소리에 놀라서 불이란 불은 다 키고 나오셨어요
저는 급하게 바깥 베란다에 나가서 공원을 봤는데 그 남자와 여자가 아파트를 쳐다보고있더라구요
제가 베란다로 나가자마자 그 둘이랑 눈이 마주쳤고
손가락을 점점 올리더니 아파트로 달려왔어요
아빠하고 엄마는 계속 베란다에서 뭐하냐며 왜 울면서 왔냐고 물어보시고 동생도 저보고 뭐라했지만 신경쓸수가 없었어요 그 둘이 아파트를 가르키던 손가락은 틀림없이 아파트 층 수를 세고있는걸로 보였거든요
당장 문에 걸쇠를 걸어잠그고 불도 끄고 난 뒤 그제서야 부모님하고 동생에게 모든 일을 알려줬어요
엄마는 제가 새벽마다 나가고 유튜브로 무서운것만 보니까 너가 헛것을 본거다 라며 빨리 자라고 하시곤 아빠와 방으로 들어가셨고 동생은 믿어주는건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건지 그냥 별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저는 그날 무서워서 동생이 욕을해도 동생방에서 꾸역꾸역 잤답니다...
그날 밤 꿈에서 저희집 현관문을 누가 두드리는거에요
꿈이니까 별 생각도 안들고 무조건 문을 열어줘야겠다 싶어서 문을 열어주러 방을 나가는데 침대에서 자고있던 동생이 제 손을 잡으면서 못나가게 하더라구요
꿈속에선 동생이 눈을 감고 제 손만 잡고있었는데
아무리 뿌리칠려해도 놓아주질 않았어요 계속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시 바닥에 누워서 자려고 하니 꿈에서 깼구요
깨고나서 소름돋는건 동생이 실제로 제 손을 잡고있었어요 평소엔 더럽다고 안잡았는데
완전 꼭 잡고있더라구요..
완전 무서웠던 날이였습니다..
정자에서 달려나간 후 봤던 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