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마약 연예인, 자숙후 은근슬쩍 복귀… 日선 거액 손해배상 해야
[마약 악재 덮친 K컬처]
中, 정부가 ‘마약연예인’ 직접 관리
범법땐 방송중단-공개사과 등 엄단
“K컬처 ‘청정 이미지’에 타격… K팝 시장 등에 충격 줄수도”
국내 연예계에서 마약류 투약·흡입이 확산된 데는 일정 기간 쉬다가 복귀하면 아무 제약 없이 다시 활동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 하정우는 202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3000만 원 벌금형을 받은 후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2년 만에 복귀했다. 이후 영화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케타민, 엑스터시 투약 혐의로 2009년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배우 주지훈은 2012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활동을 재개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공작’ ‘비공식작전’을 비롯해 드라마 ‘킹덤’ ‘하이에나’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999년 대마초 흡연 등의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신동엽은 이듬해 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후 자숙 기간조차 없이 곧바로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마약류 투약·흡입 후 빠르게 복귀한 여러 선례가 마약에 대해 안일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예인 마약 범죄는 형량이 가벼운 데다 자숙하면 ‘부활’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만들었다. 막대한 돈을 버는 연예인들에게 회생 불가능한 수준의 손해배상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교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연예인이 위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광고 및 작품 제작 등에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2019년 유명 가수 겸 배우인 피에르 다키가 코카인 복용 혐의로 체포되자 그가 성우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포함해 여러 작품의 상영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피에르가 제작사 등에 물어준 위약금은 총 10억∼30억 엔(약 90억∼27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4년부터 ‘마약 연예인 명단’을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은 마약 범죄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제작 및 출연한 작품의 방송과 상영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사자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편 국내 연예인들의 마약류 투약·흡입이 잇달아 알려지며 세계에서 깨끗한 이미지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K컬처도 타격을 입게 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K스타들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기에 마약 사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10대들의 팬덤을 중심으로 성장한 K팝은 아이돌 그룹의 반듯한 이미지가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K팝 가수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숙식을 함께하며 소속사가 밀착 관리해 스캔들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마약류 투약·흡입이 가요계로 확산될 경우 청정 이미지가 추락하며 K팝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해외에서는 K팝 가수들이 지닌 도덕적인 이미지를 좋아하기에 가수의 마약 범죄 혐의 자체만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