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건강, 이것이 궁금하다
복날 보양식 '이열치열' 삼계탕보다 '이것'이 더 좋다는데
현대인 여름 보양식, 삼계탕보다 초계탕이 낫다
덥다. 아직 복 더위는 시작도 안했건만 벌써부터 수은주는 30도를 오르내린다. 이렇게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체력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보양식(保養食)을 찾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통의 여름철 보양식을 현대 식품영양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진정한 의미의 보양식이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을 표방하는 전통 여름철 보양식은 대부분 단백질이 풍부하다. 평소 고기 구경하기 힘들었던 옛 식단에서 단백질은 항상 부족했고, 따라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들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매우 의미가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영양상태가 워낙 불량했으니 고깃국 한 대접으로도 기운이 불쑥 솟아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단백질은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 우려될 정도다. 단백질이 부족하지도 않은 현대인들에게 전통 보양식은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여름철 보양식으로 가장 인기 있는 삼계탕을 생각해보자. 삼계탕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인데다가 인삼이나 대추 등의 부재료가 음식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전복 등 추가적인 고급재료를 넣고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이 손꼽힌다. 서울 중구의 한 삼계탕집이 점심 시간을 맞아 삼계탕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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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어린 닭은 힘줄 등 단단한 결체조직이 거의 없고 부드러워서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더위로 인해 소화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 매우 적합하다. 부재료로 사용하는 인삼이나 마늘은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더위로 인한 면역력 저하에 도움이 된다. 이쯤 되면 ‘역시 삼계탕이야’ 하게 된다. 그러나 국물이 문제다. 농촌진흥청 음식영양정보에 의하면 삼계탕 1인분에 들어있는 나트륨은 1243mg. 여기에 김치나 깍두기 같은 절임채소를 곁들여 먹으면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권장량 2000mg에 육박하는 나트륨을 단 한 끼에 섭취하게 된다. 식약처에서는 ‘국 없는 날’까지 지정해가며 전 국민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를 독려하고 있는 마당에 복날이라고 땀 뻘뻘 흘려가며 삼계탕 국물을 마시는 건 좀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혈압이 높아서 나트륨 섭취량에 신경써야하는 고혈압 환자나 신장질환으로 부종이 있어서 나트륨과 수분의 섭취를 모두 줄여야 하는 환자라면 삼계탕은 결코 보양식이라 말하기 어렵다. 물론 국물을 마시지 않으면 문제는 없다. 국물요리에서 나트륨의 대부분은 국물에 녹아있다 다만 국물을 너무도 사랑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셔줘야 직성이 풀리는 식습관이 문제다. 삼계탕의 두 번째 문제는 지방이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조리한 삼계탕 1인분에는 약 50g의 지방이 들어있다. 이는 열량으로 환산하면 450kcal나 된다. 체중감량 때문에 열량섭취를 제한해야하는 사람이나, 고지혈증으로 지방의 섭취를 제한해야하는 사람에게 기름 둥둥 떠 있는 삼계탕은 보양식이 아니다. 꼭 먹고 싶다면 껍질은 완전히 벗기고 살코기만 먹는 편이 낫다.

식초와 겨자를 이용한 평약식 냉면의 일종인 '초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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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계탕에 비해서 초계탕은 나트륨이나 지방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초계탕은 옛 문헌에 조선시대 궁중연회음식으로 소개되는 전통음식이다. 초계탕도 삼계탕처럼 국물을 먹기는 하지만 실제로 섭취하는 염분의 양은 훨씬 낮출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초계탕의 나트륨은 320mg으로 삼계탕(1243mg)의 3분의 1수준이다. 이처럼 초계탕의 나트륨 함량이 삼계탕보다 적은 이유는 초계탕이 차갑게 먹는 냉국이기 때문이다. 국물의 온도가 뜨거우면 혀에서 짠맛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삼계탕 국물은 소금을 많이 넣게 되는 반면, 국물의 온도가 차가우면 짠맛이 잘 느껴지기 때문에 초계탕은 삼계탕보다 소금을 덜 넣어도 간이 맞는다. 게다가 식초와 겨자를 넣은 초계탕 국물의 매콤하고 새콤한 맛과 알싸한 향은 소금을 덜 먹게 만들어주는 지원병 역할을 한다. 짠맛을 줄이기 위해 매운맛, 신맛,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저염 식이요법의 기본이다. 초계탕의 조립법은 삼계탕의 고지방 문제도 해결해 준다. 미리 닭을 삶아서 살코기만 사용하고, 국물은 식혀서 기름을 제거하기 때문에 지방함량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채소를 채 썰어 넣으면 열량을 더욱 낮출 수 있어서 삼계탕보다 다이어트에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통은 소중하다. 그러나 전통 여름철 보양식이 과연 현대인의 여름나기에도 도움이 될는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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