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경매시장에 유입되는 재건축ㆍ재개발 물건은 증가하는 반면
부동산 시장 약세로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떠나가면서 한때 수십
대 1에 달했던 경쟁률도 크게 낮아졌다.
입주 목적의 실수요자나 장기투자를 노리는 사람에게는 좋은 물건을 싸
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는 셈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부동산 사업실장은 `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조합
설립 허가가 난 재건축 아파트는 낙찰을 받아도 입주권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재개발 지역 역시 지분쪼개기 등이 진행된 물건은 불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좋은 물건 값싸게=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6계 입찰법정.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성4차 아파트 47평형이 입찰에 부쳐져 6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감정가보다 10만원 높은 7억201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의 비율)은 약 100%. 5∼6개월 전만해도
이 정도 물건에는 30∼40명의 투자자가 몰려 140∼150% 정도의 낙찰가
율을 보이는 경우가 흔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경매시장에서 재건축ㆍ재개발 물건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집값이 뜀박질하면서 경매로 처분하기보다는 일반매매로 파는 것이 채
무자나 채권자에게 모두 이익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간혹 물건
이 나와도 경쟁률이 너무 높아 실수요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것
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경기침체로 재개발ㆍ재건축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또 경매시장에서 투기세력이 사라지고 경
쟁률이 낮아지면서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돌아오고 있다.
경매를 통하면 재건축 아파트나 재개발 지역에서 나오는 연립ㆍ다세대
주택 등을 시세보다 20% 정도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명도(집비
우기) 비용을 비롯해 부가비용을 고려해도 시세보다 10% 정도는 싸게
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또 호재가 있는 재개발지역에서는 매물이 귀한 경우도 있지만 보통 이
런 곳에서는 경매로 꾸준히 물건이 나온다.
사기 매물을 피할 수 있는 것도 경매의 장점이다. 최근 일부 재개발 지
역에서 사기 물건이 나돌아 수요자들을 혼란시키고 있다. 그러나 경매
에는 어느 정도 법적으로 검증된 물건이 나오기 때문에 일반매매보다
안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만큼 단기차익을 노리기보다
장기투자나 실거주를 목적으로 경매에 나서는 것이 좋다.
◆ 입주권 받을 수 있는지 확인=경매로 재건축ㆍ재개발 물건을 낙찰받
을 때 권리 분석과 시세 분석을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 짓는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지는 지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지난해 12월 31일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
에 따라 법 시행일 이후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설립 이후 아파트를 새로 산 사람은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다.
이런 물건은 경매로 낙찰받아도 마찬가지다.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지
않아 아파트를 배정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만 될 수 있다.
특히 현금 청산 기준일이 조합 설립인가일이어서 이때 감정평가액으로
청산금액이 결정돼 자칫 낙찰가보다 낮은 청산금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
다가구ㆍ단독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바꿔 조합원 수를 늘리는 "지분
쪼개기"가 성행한 재개발지역에서는 새로 짓는 아파트 가구수보다 조합
원이 많은 지역도 있다. 경우에 따라 지분쪼개기가 된 물건을 낙찰받으
면 목표했던 평형의 입주권을 받지 못하거나 높은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할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재개발지역 물건에 응찰하기 전 반드시 조합을 방문해 어떤 평
형의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 추가 부담금은 얼마인지 등을 살펴야 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