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 홍속렬
귀국한 날부터 계속된 비와 태양이 빛나고 높고 맑고 아름다운 고국의 하늘을 못 본 아쉬움과 짜증 나는 비 오는 날이 귀국에 대한 환희를 몽땅 빼앗아 갔다
기대에 찬 보름달은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도시의 밤은 인공 빛으로 가득한데 이태백이 좋아하는 달? 나도 그에 못지않게 달을 좋아해 고국의 밝고 아름다운 달을 보려고 밖에 나가 목을 곧추세우고 밤하늘을 우러러보았지만 안타깝게도 달은 구름 사이에 갇혀 도무지 얼굴을 내밀 구상을? 못 하고있는 듯하다
바쁜 일정에 쫓겨 생활 리듬대로 읽고 쓰고 듣고 하는 리듬이 깨어져 버린 상태에서 헤드폰을 끼고 전철을 탄다
다 늙어 허리가 꾸부정한 노인이 배낭에 베레모에 썬그래스에 헤드폰을 낀 나의 모습이 사람들 눈엔 어찌 보일까?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헤드폰에서 듣는 음악은 쁘라도 마을을 걷고 돌며 듣는 음악을 듣는 시간대에서 세 시간을 뺀 오후와 오전으로 나누는 15시간 시차를 상쇄시키는 계산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가을바람이 옷깃 사이를 파고들어 조금 선선한 느낌이 시월의 첫날 전철을 두 시간 타고 동두천행 전철 안에서 헤드폰을 낀 노인이 노인석에 앉아 침잡하여 듣는 음악?
가을을 노래함인가? 시간 죽이기를 서슴없이 하고있는 건가?
가을을 뼈속으로 깊이 음미하고 있는 상태인가?
어땠든 시월의 첫날은 먼 길 다니며 오전과 오후 예배를 찾아 드리며 그리운 옛사람들을 만나 감격의 포옹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 생애에서의 인연을 맺고 보고 싶고 그리운 정을 나누는 시간이어서 참으로 보람이고 기쁨이고 살아있고 건강하다는데 더 큰 의미부여가 필요한 시간이었다.
교회에서 축구를 가르쳤던 어렸던 아이들이 이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고 덩치가 나의 한배반이나 큰 아이들을 보듬어 안아보며 세월은 많은 걸 나에게 가르쳐 준다.
보람도 되고 많은 걸 가르쳐 주는 세월이다
먹는 것의 한계가 분명한데 먹거리가 한없이 주어지는 추석 즈음의 요즘 내 배는 많은량의 음식을 소화 시키느라 매우 분주하다.
가는 곳마다 음식을 대접하고 그동안 먹고 싶었던 맛 있는 음식?
아내가 정성을 다해 골고루 준비해 주는 집안 음식?
약속 때문에 새벽 운동을 건너뛰게 되면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운동을하며 스트레칭까지 마치고 나면 세상을 다 얻은 느낌에 몸이 날아갈 듯 하다.
이렇게 고국 생활이 시위를 떠난 활시위를 떠난 시간이 너무 빨리 달려가이제 출국할 날이 다가온다
아직 덜 여문 과일 같은 가을? 그리고 시월?
뭔가 너무 아쉬운 가슴 한구석 채울 길 없는 빈공간? 시월
가을 여행을 계획 했던 선교지에서의 사치했던 생각들이 현실에 부딪혀 날개를 접은 새처럼 현실 앞에서 무기력해져 버린다
그렇게 시월은 내 옆을 쏜살같이 빠져 달려가고 있다
손을 내밀어 잡아 보려도 손구락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 달아나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