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풍자, 中 영웅담, 日선 제의 ‘가면 3색’
민속박물관 특별전 ‘MASK…’
부산 동래구에서 전승되는 가면극 ‘동래야류’에 등장하는 ‘말뚝이’ 가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할미 성깔도 대단하구나/…/티격태격 싸움질 잠깐 새/숨이 막혀 영영 죽고 말았네/무당이 방울을 흔들며/…/우는 듯 너울너울 춤추며”
조선 후기 작가 강이천(1769∼1801)이 남대문 밖에서 가면극을 보고 1789년 지은 시 ‘남성관희자(南城觀戱子)’의 일부다. 세월 풍파에 찌든 ‘할미’ 가면을 쓴 이가 첩을 질투해 영감과 싸우다 죽자, 무당이 진혼굿을 펼치며 할미의 원혼을 달랜다. 이처럼 한국 전통 가면극은 가면을 쓴 이가 일상에서 하지 못한 백성의 말을 대신 쏟아내며, 한(恨)을 풀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MASK―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의 가면 195점을 선보인다. 고려 때부터 전해 내려온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한국 전통 가면의 원형을 보여주는 102점과 중국(45점), 일본(48점)의 전통 가면을 비교하며 닮은 듯 다른 삼국의 가면극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한국 가면극의 독특한 특징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가면극이 전하는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일례로 경남 고성 지역에서 전승되는 ‘고성오광대’는 상놈인 말뚝이를 고귀하게, 양반을 미천하게 그린다. ‘양반과 말뚝이’ 서사엔 신분제도를 뒤집고, 신분의 경계를 지워 함께 어우러지려는 이상이 담긴 것.
반면 중국의 가면극 나희(儺戲)는 무대에서 역사 속 영웅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풀어낸다. 당나라의 승려 현장(600∼664)이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온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서유기(西遊記)’가 대표적이다. 소설에 나오는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가면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의 가면극 가구라(神樂)에 나오는 귀신 ‘오니’ 등 다채로운 일본 가면도 선보인다. 가면극을 놀이로 여기는 한국과 달리 가구라는 신사에서 엄숙하게 행하는 제의다. 가면을 신처럼 모시는 것이 특징이다. 내년 3월 3일까지. 무료.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