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야, 나는 이제 너를 떠나는 슬픔을,
너를 잊을 수 없어 얼마든지 참으려고 한다
하지만 정희야 이건 언제라도 좋다
네가 백발일 때도 좋고 내일이래도 좋다
만일 네 마음이 흐리고 어리석은 마음이 아니라 네 별보다도 또렷하고 하늘보다도 더 높은 네 아름다운 마음이 행여 날 찾거든 혹시 그러한 날이 오거든 너는 부디 내게로 와다오.
나는 네가 진정 좋다.
_이상, 연서(戀書)
당신이 나를 보려고 본 게 아니라
다만 보이니까 바라본 것일지라도
나는 꼭
당신이 불러야 할 이름이었잖아요.
_홍성란 , 추신
나는 너의 낭만을 맡았을 뿐인데
모든 머리들이 죽었다
머리들에 있던 현실들이 튀어나왔다
우리 둘의 머리는 영원히 사라지자
어떤 환상에도 욕망에도 돌아오지 말자
낭만 없는 낭만에서도 너의 낭만이 되어줄게
_이제야, 낭만의 역할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_서혜진, 너에게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_기형도, 빈집
낡은 수첩 한구석에 밀어넣은 그 말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 말에 줄을 긋고 이렇게 새로 적어넣는다
언젠가 너를 잊은 적이 있다
그런 나를 한번도 사랑할 수 없었다.
_남진우,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우리는 몇 생을 돌다가 와
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_권대웅, 아득한 한 뼘
네이름 석 자 적는다
그저 바라본다
아, 너보다 시적인 건 없었다
_김민성, 네이름
언제쯤이면 내게 올 것인지
언제쯤이면 할 수 있는 것인지
언제쯤이면 이름을 불러줄 것인지
언제쯤이면 폭풍으로 내게 닥쳐와
나를 집어 삼키고 무너뜨릴 건지
_황경신, 언제 와
그대는 잠시인데
그대가 전부 인양 살아버린 나도 있었다
_백가희, 여전히 날이 좋다
출처 : 여성시대 구미동 구미베어
첫댓글 개조아 ㅠㅠㅠㅠ더올려주세요 ㅠㅠㅠ
진짜 좋아ㅠㅠ
좋다 ㅠㅠ
기형도 빈집 내가 좋아하는 시야 ㅠㅠ 다른 시들도 좋다 ㅠㅠ 시 올려줘서 고마워 여시야~!
아 시 진짜 좋다ㅠㅜㅠㅠㅠㅠ 시집 사고싶어져...ㅠㅠㅠㅠ
아우...너무 좋다...
너무 좋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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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 북마크 하고 가 여시야 지우지 말아주라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