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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박형민의 따뜻한 세상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박형민
나른한 주말 오후, 배 깔고 누워서 책을 보는데 녀석이 등허리에 올라타 비비고 문대고 난리다. 보통은 내가 먼저 끌어안는 경우는 많아도 사춘기에 들어선 이후 녀석의 오늘 같은 애정표현은 매우 드문 일이다.
얼마 전 자기네 학교 권장 도서라며 「키싱 마이 라이프」를 사달라고 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아기들은 미혼모가 키우거나 입양되거나 보육원으로 가던데 만약 자신이 입양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 낳아준 생모도 책 속의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아빠도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해서 오늘 마음먹고 자리 잡았다. 그런 아빠가 고마웠는지 안 하던 짓을 한다. 사실 어떤 내용일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더 궁금했다.
우리는 이렇게 교감한다. ^^
10대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키싱 마이 라이프」는 2004년 <푸른 사다리>로 사계절 문학상을 수상한 청소년 문학가 이옥수 작가의 작품으로 평범한 열일곱 살 소녀 하연이가 미혼모가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하연이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평범한 일상은 남자친구 태강이와의 만남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되면서 혼돈에 빠져든다. 낙태를 하려고 병원을 찾아갔지만 생명을 죽여야 한다는 죄책감에 결국,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다.
이 소설은 매우 섬세하다.
자칫 낙인찍고 억압할 수 있는 성적 호기심, 미혼모, 낙태, 입양 등 모든 키워드를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청소년들만의 자연스러운 언어로 과감하고 솔직하게 이끌어 낸다.
이 책 221p 미혼모 쉼터 후원의 날 풍경에서 십자수, 퀼트, 테디 베어, 비즈 공예, 리본작품을 전시하고 위문차 방문한 아이돌에 환호하는 어린 엄마들의 풋풋한 소녀감성이 가슴 저리게 아팠다. 몸만 컸지 애들이다.
이 소설은 하연과 채강이 아이를 키울지, 입양 보낼지, 결론 내리지 않고 이야기는 끝난다. 여백은 독자의 몫으로 남겼다.
작가는 말했다.
사춘기가 되면 찾아오는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사랑과 성에 대해 미묘한 감정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끝없이 일어나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 때문에 고민하게 되고 또 한편에서는 그런 성 에너지를 억압해야만 하는 현실 때문에 힘겹다.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청소년들은 스스로가 도움을 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물론 책임감 없는 행동에 대해선 깊이 반성해야 하지만, 어린 나이에 무책임하게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았으냐고 추궁할 수만은 없다.
누가 뭐래도 자기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아픔을 이겨내고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힘내서.......
Kissing m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