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이 글을 써야하는 우리의 심정은 참으로 괴롭다. 모두가 성과 상여금의 악영향에 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실제에서는 이를 받아들이는 다수의 직원들로 인해 앞으로 수년 내에 우리는 커다란 블랙홀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번 논평은 논평을 위한 논평이 될 것으로 보여 그저 유감일 뿐이다. 그러므로 지난해에 냈던 논평을 토대로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삼는다는 의미로 논평에 갈음하고자 한다.
막막한 들판에서 미친 코끼리에게 쫓기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한참 달아나다가 그는 한 언덕에 있는 우물을 발견했다. 마침 우물 안쪽으로 藤(등)나무 덩굴이 뻗어 있어 그 덩굴을 타고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내려가다 우물 밑을 자세히 보니 밑바닥에는 무서운 毒龍(독룡)이 입을 쫙 벌이고 있고, 우물 중턱의 곳곳에는 毒蛇(독사)들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놀란 이 사람은 꼼짝도 못하고 덩굴에 매달린 채 위를 바라보았다. 우물 밖에서는 여전히 코끼리가 지키고 있고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그 때 등나무 덩굴에 마침 벌집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벌집에서 꿀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를 놓치지 않고 입을 벌려 받아먹기 시작했다. 어느 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꿀맛에 도취되고 말았다. 때 마침 흰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 등나무 덩굴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이런 광경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달콤한 꿀물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 이야기는 佛經(불경)에 나오는 岸樹井藤(안수정등)이라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우물의 등나무 덩굴에 매달려 꿀물을 받아먹는 데 정신이 팔려있는 사람은 바로 우매한 중생을 비유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꿀물'은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권력이나 재물'을 의미하는 것이고, '덩굴을 갉아먹는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세월이 흘러 사람을 죽음으로 모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입장에서 성과 상여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각자 깊이 고민할 일이다.
직위분류제, 직무분석이 나와 무슨 관계냐. 신경 쓸 게 무엇이냐. 우선 나오는 거 타 먹으면 그만이지. 모두들 이런 생각에 독룡, 독사, 코끼리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고, 흰쥐와 검은 쥐가 사정없이 우리의 안전망을 갉아대기 시작했음에도 이에 전혀 아랑곳없이 달콤한 꿀맛에 그만 정신들을 잃고 있다. 물론 자신에게 불만족한 등급제로 인해 약간의 서운해하는 직원이 존재하는 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다수는 사실상 추가로 나누어 받는 수당쯤으로 인식하여 기분좋게 수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성과상여금이 이른바 plus sum 방식으로써 사실상 별도의 예산책정에 의한 방식이니 당연히 그런 생각도 이해가 갈 법하다. 그러나 이 성과상여금의 본질은 '공무원 보수제도 개혁방안의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지하듯 이는 총 5단계의 로드맵으로 설정되어 있다. 지금은 시작단계인 제 1단계로써 이 제도가 제대로 활성화되면 2단계로 돌입하게 되는데, 이 때가 되면 plus sum 방식에서 zero sum 방식으로 그 형태를 완전히 달리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에 이르면 별도의 예산책정은 중지되고 완전한 등급제에 따라서 차등배분으로 가는 것이다.
이는 결국 연봉제로 가는 수순이며, 연봉제는 모두가 충분히 알고 있듯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는 최고의 제도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하면 이 제도가 5단계에 돌입하면 낮은 등급의 직원들은 언제든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몰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다수의 직원들은 "언제 그런 날이 우리 앞에 오겠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직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공직사회는 늘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기는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오늘날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나라가 안팎으로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모두가 심신이 괴롭다고 한다. 그런 이때에 '조직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왜 이런 문제에 혈안이냐'고 비판하는 직원도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公職者(공직자)'라는 본분을 분명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태동적 한계를 지닌 존재들이라는 사실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실을 정확하게 통투할 자세가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생산성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성과 상여금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직은 공직다워야 하고 직원은 직원다워야 한다'는 등식이 제대로 지켜질 때, 우리 사회는 올바로 된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같은 본질을 외면하고 말단에 치우치는 어리석은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다. 늘 하는 말이라고 늘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어설프고 얄팍한 감정을 제거하고 옳고 강직한 공직자 본연의 의연한 모습을 견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