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까쓴눈사람 [ieunmini@hanmail.net]※
※싸이 : ggogga dream[http://www.cyworld.com/ieunmini]※
※까페 : LOVE♡꼬까쓴눈사람[http://cafe.daum.net/LOVEsnowman]※
───────────────【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6]
아직도 가슴이 방방 오도방정을 떤다. 설우의 심부름이 내 삶에 도움을 줄 줄이야. 역시 불행만 있으라는 법은 없었던 것이다.
교실 문 앞에 당도한 나는 여전히 날뛰고 있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후-하.”
교실 문을 열었다. 그에 반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난 또 네가 똥통에 빠진 줄로만 알았다.”
콧잔등까지 내려온 돋보기안경을 스윽 올리며 영어선생님께서 은근히 눈치를 주신다. 몇몇 아이들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토해낸다.
난 죄송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하고선 자리로 걸어갔다.
내가 자리에 앉는 순간까지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는 설우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설우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교과서를 반듯하게 세운 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으니 교과서를 덮어버리는 녀석이었다.
“뭐 잊은 거 없냐?”
“응…? 잊은 거?”
나를 무섭게 노려본다. 그러고 보니 밖에 나갔었던 이유도 설우의 심부름 때문이었지?
‘핫!’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에 대해 간이 철렁 내려앉았다.
콜라!!
분명히 손에 들고 있었는데 이게 어디로 사라진 거지?
나는 교복 주머니를 만져보았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납작한 상태이다. 점점 더 설우의 시선이 따가워짐을 느낀다.
“설마 진짜 똥만 누고 온 거냐?”
“아니야. 사왔는데, 그게.”
“그게 뭐? 아…사기는 샀는데 오다가 목이 말라서 네가 다 마셨다고?”
“그것도 아니야.”
“어쭈, 주제에 이제는 잔머리까지 굴리시겠다?”
아우, 진짜 미치겠네. 콜라가 없는 지금 뭐라고 말해도 이 녀석은 다 안 믿을 텐데.
그나저나 나도 진짜 콜라를 어디다 버리고 온 거야?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바보, 오춘자! 그러니까 네가 맨날 아이들한테 당하는 거야.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고 답답하기만 하다.
“미안해. 오다가 떨어뜨렸나봐. 지금 가서 다시 사올게. 진짜 미안.”
“됐다. 무슨 설사병도 아니고 또 똥 누러 간다고 하면 저 돋보기가 믿어주겠냐? 병신아. 그냥 쉬는 시간에 갔다 와.”
설우는 더 이상 따지고 들지 않았다.
나는 비록 내가 먼저 그런 말을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정말 지금 또 다시 다녀오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 했었다.
1교시도 이제 10분을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그 10분 동안 설우는 무언의 압박으로 나를 눌러죽일 생각인 것 같았다.
“아…졸라 목말라 뒈지겠네. 내가 죽으면 좋아할 사람이 많겠지? 특히 두 놈. 어이, 따! 그게 누군 줄 아냐?”
설우가 책상에 엎드린 채 나를 비스듬히 올려다보며 묻는다. 이젠 정말 참을 수가 없다.
“제발 공부시간만큼은 날 좀 내버려 둬! 나도 공부가 하고 싶다고!!!”
...........
……라고 미치도록 소리치고 싶지만, 이 말은 내가 정말로 미쳤을 때야 비로소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다.
“잘…모르겠는데…?”
설우가 말하려는 사람이 대강 누구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척 했다.
괜히 아는 척 했다간 또 윽박을 지를 지도 모르는 일이다.
“황소새끼랑 그리고…바로 너! 깜짝 놀랐지? 정곡을 찔러서.”
봐라. 또 이런다.
그래! 이 자식아, 고작 1시간 동안 물 안 마셨다고 죽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만약 네가 죽게 된다면 나는 너무 기쁘다 못해
행복해서 하늘의 별이라도 따올 수 있을 거다! 아니 별이 대수야? 달이라도 딸 수 있어!
이 말을 이설우의 낯짝에 대고 지껄일 수 있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생각만 해도 십년 묵은 체중이 싹 가라앉는다.
하지만 지금은 상상만으로 만족하자. 물론,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겠지만.
“난 아니야.”
“아니라고? 뻥까고 있네.”
뻥인 줄 아니 다행이다. 그런데 성질 포악한 이설우도 자신을 미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니. 조금은 의외였다.
하긴, 모르는 게 이상한 건지도….
1교시가 끝나자마자 나는 부리나케 매점으로 달려갔다.
매점으로 가는 도중 수업시간에 지나갔던 길바닥을 꼼꼼히 둘러보았지만 결국 콜라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 귀신 곡할 노릇이다. 아이들로 북적대는 매점 안에서 콜라를 사는 데에 성공한 나는 2학년 복도까지 단시간에 올라갔다.
그리곤 목 안에 가뭄이 들었다던 설우에게 가기 위해 5반 교실로 달려가는데…
쿠웅! 웬 남정네의 가슴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만 것이다.
“아얏….”
이마를 슥슥 문지르며 사과를 하기 위해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내 심장은 오그라들었다.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2학년 중에 이 녀석과 부딪힌 것일까…?
“눈까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씨발,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황소천.
엄청 열 받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항상 따라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 오싹한 분위기. 난 한껏 쫄았지만 그래도 설마 어제 설우의 경고가 있었으니 날 건들기야 하겠냐며 긴장감을 애써 누그렸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고 믿었던 설우의 경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안겨다주었다.
“그렇지. 담탱이가 항상 그러잖아. ‘짝궁은 일심동체니 항상 돕고 지내라.’
난 그 말을 지금까지 철썩 같이 믿고 있걸랑? 하여튼 네가 이설우 그 새끼고 그 새낀 바로 곧 너라는 뜻이니까,
네가 대신 좀 맞아야겠다.”
좋지 않은 예감이다. 황소천이 너무나도 싫다. 이설우가 너무나도 밉다.
비 맞은 강아지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를 응시하며 소천이가 친구들에게 말한다.
“끌고 와.”
..................
타앙! 화장실 문이 굳게 잠겼다.
이곳은 남자화장실. 처음은 아니다. 그렇게 한두번 왔었던 곳이지만 이곳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아니…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다. 손안에 있는 콜라의 찬기운이 느껴진다.
쿠웅!! 소천이의 똘마니 뻘 되는 친구인 명식이가 내 어깨를 힘껏 밀치자 난 하얀 타일이 정렬되어있는 벽면에 몸을 부딪쳤다.
순간적인 충격에 어깨와 등이 아프다.
“난 그 개자식(설우)이랑 너만 보면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 왠 줄 아냐?”
내 앞에 바짝 다가선 소천이의 목소리는 나지막이 깔린 무서운 음성이다.
“이설우는 존나 시건방져서 열 받고 네년은 멍청하고 지랄 같아서 구역질이 나. 씨발, 알아들어?!!”
철썩! 손바닥에 많은 힘이 실렸다.
이 한대만으로도 입술에서 피가 나는 걸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맞아본 것들 중에서 가장 쓰라림이 심하다.
소천이의 손에 뺨을 맞은 나는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가 돌아갔지만 곧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자존심과 오기라면 나또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난 한번도 눈물을 떨어뜨린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강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끝까지 참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잠들기 전 이불 속에서 참아왔던 눈물을 모두 쏟아낼 뿐이다.
이런 생활은 지독히도 힘이 들지만 나쁜 놈들에겐 힘들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게 내 속마음이다.
“씨발노무 새끼가 너 건들지 말라고 해서 내가 널 그냥 냅둘 줄 알았냐?
내가 학교 다니는 낙이 너 때문인데 설마 네년을 포기할까봐? 왜? 씨발, 가서 다 일러보시지!!”
퍼억! 퍽퍽!!
오늘도 역시 모두들 날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나라는 인간은 다른 이들이 밖에서 상처를 입고 돌아왔을 때
그 상처를 풀 수 있는 화풀이용에 지나질 않는다. 찰싹!!
“야, 네가 왜 왕따를 당하는 줄 아냐? 하기사 그걸 알면 네가 정상이게? 병신 같은 년.”
…내가 왕따를 당하는 이유라…글쎄…이름 때문인가?
거지같은 학교와 이름이 똑같아서?…훗, 그건 아니라고 본다.
내가 따돌림을 당하는 이유…? 그냥.
“내가 가르쳐 줄까? 씨발, 네가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말이지. 그냥. 그냥 넌 재수가 없거든.”
투욱. 데구르르-.
그래. 그것이 이유다. 모든 것은 ‘그냥’이라는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딩동댕동딩딩댕동. 종이 울려 퍼졌다. 2교시가 시작되었을 지금 내 몸이 있는 곳은 여전히 화장실이다.
하지만 소천이와 아이들은 없다. 나 혼자다. 난 바닥에 떨어진 콜라를 주워들곤 세면대 앞에 섰다.
촤르르륵-. 손잡이를 내려 물이 나오게 했다. 조금 더러워진 캔을 물로 깨끗이 씻다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물을 타고 있는 캔이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초점이 흐리다.
끝내 두 뺨이 뜨거워졌다.
“으…으……으….”
절대 남에게 맞은 상처가 아파서가 아니다. 오늘따라 가슴이, 마음이 너무나도 뜨겁고 괴롭다. 가슴이 계속 따끔거린다.
누가 뾰족한 무언가로 콕콕 찌르는 기분이다. 정말 울고 싶지 않다. 거울 속에 있는 내 자신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더더욱 싫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다. 이게 한계인가 보다.
“으…흐흐흐흑…으윽….”
난 물을 세게 틀곤 울음을 터뜨렸다. 물소리에 묻힌 내 울음소리는 이제 아무도 듣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거울 속에 있는 또 한 명의 오춘자만이 울고 있는 날 가여운 시선으로 지켜볼 뿐이다.
50분은 금세 지나가버렸다. 2교시가 끝났으니 슬슬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올 것이다.
난 화장실에서 나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았다. 울음을 그친 지 20분이 지나서 눈은 어느 정도 제 색깔을 찾았다.
하지만 얼굴의 상처는 짧은 시간에 나을 리가 없었다. 얼굴을 맞은 적은 거의 없었는데,
소천이는 따로 이유가 있어서인지 얼굴만을 때렸다. 지방에 출장 중이신 아빠가 돌아오실 때까지는 나아야 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교실에서 나온 몇몇 아이들이 복도를 서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모두들 나를 대놓고 쳐다본다. 그만큼 내가 많은 이에게 만만한 상대라는 뜻이 된다.
교실로 들어왔다. 소천이는 보이지 않는다. 저기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설우가 보인다.
“저기…늦어서 미안해.”
콜라를 건네곤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책상 위에 놓인 콜라를 아주 잠깐 쳐다보더니 이내 내 얼굴로 시선을 돌린다.
“너 2교시 때 왜 안 들어왔어? 콜라공장에라도 갔었냐?”
선생님이 많이 화가 나셨을 테지.
난 ‘그냥’이라는 말도 안돼는 이유를 대었다. 오늘 ‘그냥’이라는 말, 참 여러 번 쓰인다.
“또 터졌냐? 따, 너도 참 인생이 왜 그렇냐?”
설우는 내 꼴이 우스운지 피식 웃으며 음료수 고리를 열었다.
정말 목이 말랐던 건지 콜라를 쉬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집어삼킨다. 난 그런 설우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3교시 수업준비를 하였다.
“그 자식 이제는 속 좀 풀렸대?”
“누구?”
“소천이 말이야. 아까 화장실에서 한바탕 난리치는 걸 애들이 들었다던데?”
“쉿! 조용히 해. 임마, 눈치도 없이.”
옆 분단에서 명식이와 7반 호광이가 수근대었다.
하지만 그 대화가 가까이에 있던 우리의 귀에 들리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탕! 콜라 몇 방울이 구멍 위로 튀어 올랐다. 콜라를 마시다 말고 책상 위에 힘껏 내려놓는 설우였다.
“따, 그거 누구한테 맞은 거냐?”
설우가 묻는다. 목소리가 굳어있다. 난 대답하지 않았다.
“좋은 말로 할 때 불어. 씨발, 그거 황소천이 때렸냐?”
“…….”
“말하라고!!!”
설우의 고함소리에 명식이 뿐만이 아니라 반에 있던 아이들 모두가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멈추었다.
명식이가 ‘일이 터졌다.’하는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으응….”
아무래도 설우는 소천이가 자신의 충고를 무시한데에 대해 화가 난 모양이다.
책상을 발로 차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설우다. 꽈앙!
“황소…이 자식이!!!!”
설우가 교실 밖으로 나간다. 그에 그의 친구들이 뒤를 따른다.
3교시에는 소천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 듯 하다.
──────────────────────────────
춘자.. 불쌍한 년...ㅡ..ㅡ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어 있겠죠?
──────────────────────────────
□꼬까이야기□
First Story。그녀석의 슬픈인형.
Second Story。ⓐⓝⓖⓛⓔ'ⓣⓞⓡⓨ.
Third Story。전국 고교 일진협회.
Forth Story。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