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거제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전남 진도. 진돗개로 유명하며 남도 특유의 전통적인 멋과 흥이 넘실대는 평화로운 섬이었던 진도는 2014년 들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섬이 됐다. 올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월호 침몰 대참사로 촉발된 비통함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섬의 남서쪽 끝에 자리한 팽목항을 찾는 조문객은 줄을 이었지만 여행객은 줄어들었고 지역의 큰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산업은 거의 절멸된 상태다. 인정 많고 마음 여린 진도 사람들은 지역 경제가 크나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며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아픔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되살아나야 마땅하리라.
◇ 해발 200m급 중 암릉미 국내서 '첫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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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전남 진도 동석산 암릉산행 도중 삼각점이 있는 230.9봉을 지나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이 연속되는 동석산 산행은 속세를 떠나 선계를 주유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빼어난 풍경이 매력적이다. |
그래서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팽목항에서 멀지 않은 진도 동석산(銅石山·219m)을 답사했다. 해발 고도로만 보면 아주 낮은 산이지만, 다도해국립공원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바위봉우리로 이뤄진 동석산은 수려함만 놓고 보면 세상에서 두 번째 가라고 하면 서러워 할 산이다. 이 땅의 200m급 산 중에서는 그 빼어남이 가히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길지 않은 코스이지만 암봉과 암릉을 오르내리면서 원없이 골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고, 산행 막바지에는 국내 최고의 낙조 전망 포인트라고 하는 세방낙조전망대에서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진도 바다의 통곡소리도 들을 수 있다.
진도군 지산면 심동리 하심동마을(아랫심동) 천종사 입구에서 시작해 세방낙조휴게소에서 마무리하는 이번 코스의 총거리는 7㎞가량이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휴식 등을 포함하면 4시간30분~5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하심동 동석산 표지판~천종사 주차장~미륵좌상~잇딴 암봉~칼날능선 북봉~동석산 정상~우회로~삼각점봉~석적막산~가학재~작은애기봉~안부 갈림길~임도~팔각 전망대~세방낙조휴게소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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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석산 산행 초반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암릉길. |
출발지인 천종사 입구 동석산 표지판 앞에 서면 울룩불룩한 근육질의 암봉을 만난다. 일부 산꾼들은 남서쪽 종성교회에서 오르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코스이므로 천종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안전하다. 3분 후 천종사 앞 주차장. 무량수전을 병풍처럼 에워싼 암봉들의 위용이 압도적이다. 주차장에는 '세방낙조등산로안내도'가 있다. 일단 절 왼쪽 길로 들어선 후 왼쪽으로 한 차례 꺾은 후 다시 우측으로 꺾으면 곧바로 정자 쉼터가 나온다. 산행 위험 경고문구가 예사롭지않아 보인다. 머리 위에 수직 암봉을 이고 좁은 길을 오른다.
◇ 아찔한 바윗길 7㎞…4시간 30분 안팎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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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로운 암릉으로 이뤄진 동석산의 명물 칼날능선. |
암봉 사이로 난 가파른 길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동석바위로도 불리는 암봉 남쪽 9부능선 사면에 위치한 미륵좌상에 닿는다. 하지만 불상은 오간데 없고 철제 난간과 함께 자그마한 바위굴만 남아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가히 절경이다. 우측으로는 종성교회 출발코스 초반부의 위험구간 암봉과 안전 로프들도 보인다. 그 누구라도 이 암굴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면 저절로 미륵불이라도 될 수 있을 만큼 절경이라는 의미에서 '미륵좌상'이라는 명칭을 붙였을까.
살짝 올라서면 오른쪽 바윗길을 따라 동석바위 암봉 정상에 설 수 있다. 안전펜스가 잘 갖춰져 있어 위험하지 않다. 발 아래 천종사 경내와 다도해 등 주변 풍광이 환상적이다. 특히 앞으로 가야 할 북쪽 암봉의 자태가 더욱 유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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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인 천종사 주차장에서는 절을 호위하듯 날개 펼친 독수리 같은 동석산 암봉의 위용을 실감 할 수 있다. |
다음 봉우리로 가기 위해서는 경사진 바위 측면을 통과해 나무계단을 내려선 후 암릉을 지나 다시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한다. 지나온 암릉들을 뒤돌아 보노라면 벌써부터 식은땀이 흐른다. 이어지는 칼날능선 구간은 너무 날카롭고 위험하기 때문에 왼쪽으로 우회 할 수밖에 없다. 20여분 후 칼날능선 북쪽 암봉에 올라 칼날능선을 바라보면 참으로 현실성 없는 풍광에 압도당한다. 과연 이곳이 속세인지 선계인지 아리송해지는 것이다. 칼날능선 북봉에서 동석산 정상까지는 5분이면 충분하다. '해발 219m' 표시가 뚜렷한 정상석 뒷편으로도 암봉들이 연이어져 있다.
◇ 칼날능선 위험, 안전 산행 위해 우회로 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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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석산 칼날능선을 우회한 후 올라선 봉우리에서 돌아보면 지나온 암봉들과 멀리 진도앞바다가 어우러진다. |
정상에서 5분쯤 내려서면 위험구간 우회 경고판을 만난다. 취재팀은 첫 경고판에서 왼쪽으로 우회하지 않고 두 번째 경고판에서 오른쪽 우회로를 택한다. 이어서 능선을 트래버스 한 후 다시 왼쪽 우회로를 따른다. 잠시나마 그림자 짙은 숲길에서 이마와 등줄기에 흐르는 땀방울을 식힐 수 있다. 다시 바윗길을 오르면 마치 코뿔소 코처럼 툭 튀어나온 전망바위. 발 아래 봉성저수지와 진도 고을 남서쪽의 산들이 올망졸망하게 이어진 풍광 또한 멋과 흥을 자아낸다.
계속되는 암릉을 따르다가 파여진 바위홈 사이 로프를 잡고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230.9m봉. 지나온 남쪽의 암봉과 암릉 대부분을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다. 북쪽으로는 석적만산과 작은애기봉, 큰애기봉 등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구간은 거의 다 통과한 셈이다. 이제부터는 평범한 능선산행. 일단 살짝 내려선 후 다시 조금 오르면 석적막산을 지난다. 뚜렷한 특징이 없어 통과 사실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는 능선길을 20분쯤 치달리면 헬기장을 지나고, 여유있게 내리막을 타면 사거리인 가학재에 닿는다.
◇ 날머리 세방낙조전망대 다도해 풍광도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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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애기봉에서 바라본 세방낙조길 앞바다 풍경. |
왼쪽은 가학리, 오른쪽은 가치리로 하산할 수 있다. 취재팀은 작은애기봉 방향 직진 오르막을 탄다. 15분 후 왼쪽이 탁 트인 바위전망대. 지나온 석적막산과 다도해의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곧바로 작은애기봉(278m)이다. 세방낙조전망대 앞 다도해의 기암괴석 가득한 섬들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건너편 큰애기봉을 보면서 직진하면 7분 후 안부 갈림길. 왼쪽 세방낙조전망대 방향으로 하산한다. 짧지만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15분 후 임도다. 우측에 세방리 마을과 그 앞 섬들이 보인다. 임도를 가로질러 세방낙조전망대 쪽으로 직진, 2분후 팔각정 전망대를 거친 후 날머리인 세방낙조휴게소까지는 5분이면 충분하다. 세방낙조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당당히 뽑힌 길이기도 하다.
# 떠나기 전에
- 세월호 참사 충격 가시지 않은 진도땅
- 산행 후 팽목항·울돌목 방문도 괜찮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유재란 당시 해전인 명량대첩을 배경으로 한 영화 '명량(鳴梁)'이 이달 30일 개봉을 앞두고 관심을 끌고 있다. 1597년 9월 단 12척의 배로 333척의 왜군 함대를 물리친, 세계 해전사에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명승부를 담은 것이라는 점 뿐 아니라 바로 지난 4월16일 맹골수도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와도 묘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명량해협(鳴梁海峽)은 우리말로 '울돌목'.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와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화원반도 사이의 해협으로 길이는 약 1.5㎞, 가장 좁은 곳의 폭은 약 300m이다. 밀물 때는 넓은 남해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명량해협을 통과해 서해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조류가 초속 5m 이상으로 매우 빠르다. 물길이 암초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소리가 매우 커 바다가 우는 것 같다고 하여 울돌목이라고도 불린다. 유속은 10노트(시속 20㎞) 정도다. 동석산 산행을 마친 후 칼을 빼든 모습의 이순신 장군 대형 동상이 서 있는 울돌목에 들러 바다의 울음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맹골수도(孟骨水道)는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에 있는 수도(水道)를 말한다. 우리나라 해역 중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세다. 유속은 최대 6노트.맹골수도라는 이름은 맹골도(孟骨島)에서 유래했다. 맹골도와 거차도의 지명은 이곳의 거칠고 빠른 물살에서 유래했다. 맹골도는 당초 '맹수처럼 사나운 바다에 떠 있는 섬'이라는 뜻에서 '매응골도(每鷹骨島)'라고 불렸는데, 1789년 인구조사 때 주변에 뾰족 바위가 많아 맹골도로 개칭했다. 거차도는 '거친 바다'라는 뜻이다.
# 교통편
- 산행 후 오후 4시40분 버스 타야 차량 회수
부산에서 350㎞가 넘는 먼 길이다. 대중교통 보다는 3, 4명의 일행이 자가용 한 대를 이용해 번갈아 운전하는 것이 좋다. 남해고속도로 광양IC에서 내려 지선인 영암순천간고속도로를 탄 후 서영암IC에서 내린다. 에프1경주장로를 따라 약 3㎞ 이동 후 서호교차로에서 삼호 목포 방면으로 오른쪽 길을 따른다. 2.7㎞가량 지나 호등교차로에서 화원 진도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49번 지방도로를 타고 영암방조제 금호방조제를 건너 77번 국도에 합류, 화원면소재지를 통과한 후 우수영교차로에서 진도 방면으로 직진(18번 국도 합류) 진도대교를 건넌다.
진도읍을 통과해 팽목 방향으로 진도대로(18번 국도)를 타고 17㎞쯤 가다가 석교삼거리에서 지산 방면으로 우회전, 300m 후 다시 우회전한다. 지산면 소재지에서 직진, 8㎞쯤 가면 산행 출발지인 하심동마을 천종사 입구에 닿는다. 산행을 마친 후 세방낙조휴게소에서 천종사 입구까지 가려면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오후 1시, 4시40분 등에 있다. 늦어도 오후 4시20분까지는 휴게소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는 편이 안전하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