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공파 후손들 이야기를 중에서 양졸당공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아서 삼가글을 게시하고자 한다.
대산집 제46권
제문(祭文) 열여섯째 종숙부에 대한 제문 신축년(1781, 정조5)〔祭十六從叔父文 辛丑〕
아아, 애통합니다. 조카인 제가 공과 인간 세상에서 숙질간이 된 지 70년이 되었습니다. 한집에서 거처하고 함께 몰려다녔으니, 이때엔 여러 조부께서 모두 무탈하시어 주선하고 모시며 천하의 지극한 즐거움을 함께 누렸습니다. 평탄한 것은 기울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더니 선배들이 앞뒤로 연이어 돌아가시자 공만이 우뚝이 홀로 남았고 저 또한 늙어 귀밑머리가 성성해졌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왕래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였습니다.
공의 하나뿐인 아들이 먼저 떠나 늘그막의 신세가 더욱 비통해졌는데, 공은 도리로써 스스로 달래며 억지로 웃고 말씀하였으나, 정신과 기력은 암암리에 소진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3월에 제가 소명에 달려가는 길에 공에게 하직 인사를 하자, 공이 슬퍼하며 “이번 이별이 아마도 영결이 될 것일세.”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도중에 병에 걸려 돌아와 보니 공은 벌써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아아, 열흘간에 인사를 헤아릴 수 없음이 문득 이와 같을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공의 어린 손자가 힘없이 상중에 있어 외로이 의지할 데가 없더니 다행히 성은을 입어 가문을 부지하고 실추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 몸 또한 지하에서 할 말이 있게 되었습니다.
공이 일찍이 그 아이를 가르칠 책임을 저에게 부탁하였는데 저도 이제 늙고 병들었습니다.
또 근자에 처지가 표표(飄飄)하여 조석으로 일정한 거처를 두지 못하니 평소의 뜻을 저버림이 없을 수 없을 것인데, 앞으로 일이 결국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날짜는 흘러서 상여가 벌써 꾸며지고 무덤의 봉분도 이루어졌는데, 당숙모(堂叔母)의 묘소에 매우 가까우니 공의 영령도 반드시 편안하실 것입니다. 마른 고기와 박한 술로 곡을 대신해 영결을 고합니다. 공은 굳세고 뛰어난 자질에다 친척과 화목하고 벗과 신의 있는 행실, 그리고 일에 대해서 사려 깊은 지혜가 모두 실로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었으므로 이웃과 벗들도 모두 경탄하고 공공연히 칭송하였습니다.
한두 가지 들어서 칭술하고자 하나 비탄과 슬픔에 가슴이 막혀 생각을 펼 수가 없으니, 훗날을 기다려야겠습니다. 아아, 너무도 애통합니다.
[주C-001]열여섯째 종숙부 : 이경화(李敬和, 1705~1781)를 말한다. 본관은 한산, 자는 군신(君信), 호는 양졸당(養拙堂)이다. 부친은 이석장(李碩章)이고 모친은 김이상(金履祥)의 딸이다. 노림서원(魯林書院)의 동주(洞主)였다. 대산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 그를 외우(畏友)로 대하였다고 한다. 자세한 행적은 한국문집총간 232집에 수록된 《소산집(小山集)》 권13 〈종조숙부 양졸당공 행장(從祖叔父養拙堂公行狀)〉에 실려 있다.
[주D-001]평탄한 …… 없다더니 : 세상의 화복이 돌고 도는 것을 말한다. 《주역》 〈태괘(泰卦) 구삼(九三)〉에 “평탄한 것은 반드시 기울어질 때가 있고, 가는 것은 반드시 돌아올 때가 있다.〔無平不陂 無往不復〕”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공의 …… 떠나 : 죽은 아들은 이몽정(李夢靖)을 말한다. 《대산집》 제46권 〈재종제 중휴(仲休)에 대한 제문〉이 바로 이몽정에 대한 제문이다.
[주D-003]3월에 …… 길에 : 《대산집》 〈연보〉에 의하면, 이때 대산은 형조 참의에 임명되었으나 병으로 머뭇거리다가 추고 전지를 받고서 길을 떠났는데 충주에 이르러 병으로 상소하고 돌아왔다.
[주D-004]근자에 …… 못하니 : 대산은 1781년(정조5) 봄부터 계속 사직 상소를 올렸으나, 소명이 계속 내려왔으므로 충주까지 갔다 되돌아오고, 풍기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등 길을 떠났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한국고전번역원 ┃ 김성애 (역) ┃ 2009
祭十六從叔父文 辛丑
嗚呼痛哉。姪與公爲叔姪於人間。七十年矣。同堂而居。逐隊而隨。方是時。諸祖諸父。皆無恙。周旋唯諾。共享天下之至樂。而無平不陂。先行後先零落。公獨巋然孤存而姪亦鬢髮皤然矣。杖屨旋往。悲喜與共。而公有一子先逝。暮途身世。轉益悲凉。能以理自遣。強作笑語。而精神氣貌。潛消於暗中矣。三月。姪有赴召之行。拜辭於公。公愴然曰。此別殆永訣矣。姪中途遇病而歸。則公已就木矣。嗚呼。豈知旬日之間人事之不可知奄然如此哉。弱孫傫然在疚。孑孑無庇依。幸賴慈蔭。得以扶持門戶。不至於墜墮。則後死者亦可以有辭於地下也。公嘗以敎牖之責託於姪而今老且病矣。近又行止漂漂。不能朝夕遊處以無負平昔之意。未知前頭事竟如何也。日月流駛。柳車旣飾。若堂之封。密邇堂母之塋。公之靈。其必安於此矣。薧魚薄酤。替聲告訣。若夫公剛毅峻發之資。敦親信友之行。與夫方物發慮之智。實有過於人者。而鄕鄰交友。亦皆敬憚而公誦矣。欲述一二而悲哀塡臆。不能抒思。當有以待他日也。嗚呼痛哉。 한국고전번역원.
한산이씨 양졸당공을 기리며 수은공파 약와 이현정 후손 이대원 삼가글을 게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