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10경 중 향일암 홍보물 |
향일암에서 바라본 거북목 바위와 남해바다. |
전남 여수 앞바다의 작은 섬 오동도는 일제강점기이던 1933년 쌓은 방파제 덕에 사람들이 배를 타지 않고 섬에 들어가 동백꽃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는데, 정부는 1968년 12월 전라좌수영이던 여수에서부터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경남 한산도까지 남해바다 곳곳에 수많은 이순신 장군의 흔적과 아름다운 섬들로 어우러진 바다를 국내 최초로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한려수도란 한산도의 '한'(閑)자와 여수의 '여'(麗)자를 딴 물길(水道)이란 뜻인데(2013.12.04. 전라좌수영 유적지 참조), 1981년 12월 여수반도의 돌산도에서부터 신안군 홍도에 이르는 전라도 서남해안 약2300여 개의 섬 일대를 다도해국립해상공원으로 지정했다. 다도해국립해상공원 중 특히 여수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섬 돌산도(突山島)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 남해도, 강화도, 안면도, 완도, 울릉도에 이은 국내 제9위의 섬으로서 1980년 12월 15일 여수시와 돌산도를 잇는 돌산대교(456m)의 개통으로 숨은 비경과 방죽포·무슬포 해수욕장 등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2012년 4월에는 여수시 종화동과 돌산읍 우두리 사이에 폭 20m, 길이 744m의 제2돌산대교(거북선대교라고도 함)가 고속도로와 곧바로 이어져서 교통이 더욱 편리해졌다.
돌산도는 한말인 1899년 돌산군수 서병수가 편찬한 최초의 읍지인 여산지(廬山誌)에 의하면, 섬의 최고봉인 봉황산(460m)을 비롯하여 천왕산(385m)· 두산· 대미산(359m)· 소미산· 천마산(271m)· 수죽산· 금오산(323m) 등 8개(八)의 큰(大) 산(山)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거북이 목처럼 튀어나온(突) 돌이 많은 섬이어서 돌산도라 불렀다고는 설도 있다.
원효대사 좌선대 |
반야문(승방) |
일출광장 |
백제시대 돌산현이었던 돌산도는 고려시대에는 순천군 돌산현으로, 그리고 일제강점기이던 1914년에는 여수군 두남면으로 불리다가 3년 뒤인 1917년 돌산면이란 지명을 되찾았다. 1980년 12월 여수시 돌산읍으로 승격된 돌산도에는 남서쪽 군내리에 돌산향교, 신복리에 고려 명종 2년(1172) 지눌(知訥) 스님이 창건했다고 하는 은적암(隱寂庵), 북쪽 우두리와 평사리 사이의 좁은 목인 무술목에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전적비 등 유적과 고적이 많다. 특히 무술목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섬멸한 곳으로서 왜적들의 시체에서 흐른 피가 냇물을 이뤘다는 곳으로서 처음에는 ‘피내(血川)’라고 부르다가 ‘무서운 목’이라는 말이 무슬목으로 변했다고도 하는데, 왜적을 섬멸한 전투가 1598년 무술년이었기 때문에 ‘무술목’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주민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다가 돌산대교 개통 이후에는 따뜻한 해양성기후로 ‘돌산 갓김치’라고 할 만큼 전국적으로 명성이 있는 갓김치를 많이 재배하고 있으며, 근래에는 깨끗한 남해바다에서 해수욕과 아름다운 풍광을 보러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펜션과 민박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여수와 오동도를 찾던 관광객들이 새로운 관광지 돌산도로 발길을 넓힌 것이다(2015.06.10. 여수 오동도 참조).
약수터 |
돌산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은 망망대해에 솟아오르는 해돋이가 일품인 금오산(金鰲山; 323m) 향일암(向日庵)이다. 돌산도에서도 가장 남쪽 끝자락에 있는 금오산은 마치 거북이가 경전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지만, 산 전체를 이루는 암석들이 거북이 등을 닮았다 하여 금오암(金鰲巖)이라고도 한다.
향일암 일주문 |
향일암은 백제 의자왕 4년(644) 원효 대사가 원통암을 창건했다고 한다. 하지만, 백제시대에 신라 승려가 백제의 영토 깊숙이 배를 타고 들어와 절을 지었다는 말은 믿겨지지 않고, 누군가가 향일암의 역사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원효 대사의 이름을 빌려온 것 같다. 아무튼 원통암은 고려 광종 9년(958) 윤필 대사가 금오암이라 고치고,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 대사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답다며 향일암으로 고쳤다고 하는데, 향일암은 강화도 보문사, 낙산 홍련암,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 도량중 하나다.
향일암 곳곳에는 금오산의 전설을 실감하게 하는 크고작은 거북 조각이 아주 많다. 향일암은 2009년 12월 남해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에 모든 절집들이 소실되었다가 2012년 5월 중창했다.
여수 시내에서 돌산대교를 건너 17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죽포에서 오른쪽 7번 군도를 약35㎞쯤 달려가면, 임포항 뒤 금오산 중턱에 향일암이 있다. 여수시내에서는 111번 시내버스가 하루에 10회 운행하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리고, 여수공용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직행버스는 하루에 6회 운행하는데 약 40분정도 걸린다.
석문(해탈문) |
조계종 제19교구 구례 화엄사의 말사인 향일암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산길 양쪽에는 사찰관련 기념품이나 토속품 가게가 오히려 낯설 만큼 갓김치 가게들이 즐비하고, 산길 막바지에 매표소가 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매표소 뒤로 난 거의 40도에 가까운 가파른 돌계단을 오른 첫 계단 오른쪽에 화강암으로 만든 커다란 공덕비는 2012년 5월 향일암 중창에 시주한 공양자들의 공덕을 새긴 것이다. 공덕비를 지나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콘크리트로 만든 일주문이 있고,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비로소 완만한 산길과 석문(石門)이 있다. 해탈문이라고도 하는 석문은 두 개의 자연암석이 삼각형을 이루는 곳인데, 한 사람이 머리를 숙여야만 지나 갈수 있을 만큼 비좁다.
석문을 지나 다시 돌계단을 오르면 비로소 바위 틈사이에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하고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하고 있는 원통보전을 비롯하여 상관음전, 하관음전(용왕전), 삼성각, 공양간(관음원), 책육당, 종각, 요사채 등의 절집들이 옹기종기 있다. 대웅전격인 원통보전 왼편에 범종각이 있고, 그 아래에 하관음전이 있다. 천수천안관세음전 편액이 걸려있는 하관음전은 섬에 지어진 절집답게 바다와 물에 관련된 일을 하는 불자들이 많이 찾아오며, 용왕전이라고도 한다.
대웅전 왼쪽으로 난 바위동굴 사이로 올라가면 가장 높은 바위 틈 사이에 있는 (상)관음전은 원효대사가 처음 창건했던 원통암 터라고 하지만, 향일암의 절집들은 공간이 매우 좁은 바위 틈 사이에 지어서 절집 사진 한장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이 옹색하다.
사실 향일암은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는 대신 매표소에서 오른편으로 난 등산로를 좀더 올라가다가 들어갈 수도 있다. 이 길로 경내에 들어서면 왼쪽에 부도 탑이 있고, 길 오른쪽에 바위틈으로 흘러나오는 석간수를 거북이가 뿜어내는 것처럼 만든 약수터도 있다.
또, 향일암은 임진왜란 때 여수 흥국사와 함께 이순신 장군을 도운 승병들이 머물던 사찰이라고 하지만, 기암절벽 사이로 울창한 동백 숲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가 일품이다. 원통보전 바로 아래 가파른 절벽에는 원효 대사가 좌선을 했다고 하는 좌선대가 있고, 산 아래로는 남해바다를 향해 기어갈 듯 싶은 거북이 목처럼 튀어나온 바위도 보이고, 가두리양식장도 보인다.
그러나 향일암은 멀리 광활한 남해바다에서 솟아오르는 일출과 석양에 일몰을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매력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불자와 관광객들로 넘쳐나서 소형차 주차장 바로 위에 일출광장을 따로 만들기도 했는데, 향일암은 불자들의 수도하는 도량이라기보다 일 년 내내 관광객이 찾는 멋진 관광지라는 느낌이 더 강한 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