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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무국적 고려인’을 돕기 위한 실태조사에 나선다. 신각수(사진)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26일 인터뷰에서 “고려인 문제는 우리 민족이 불행했을 때 나온 소산물”이라며 “무국적 고려인 지원을 위한 광범위하고 면밀한 실태조사부터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무국적 고려인에 대한 정부 기본 입장은 무엇인가.
“고려인 국적 문제는 한국이 19세기 말부터 겪었던 비극에 대한 우리 민족의 자아성찰과 같다. 국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애국심도 가지고, 한국이 열강 틈새에서 살아남는다.”
-국적 회복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했나.
“2006년에 ‘CIS(독립국가연합) 동포지원협의회’를 만들어 법률 자문과 농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국가별로 지원 내용이 차이가 있다. 예컨대 러시아는 170여 개 민족으로 이뤄졌고, 소수민족 문제에 워낙 민감하다. 그래서 직접 정부끼리 얘기하는 대신 법률 설명회를 주선했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은 무국적 고려인이 많지 않아 농업 지원에 힘을 쏟았다.”
-정부 지원이 성과를 못 거둔다는 지적이 있다.
“고려인의 원래 국적국이나 체류국과의 관계, 다른 소수민족과의 형평성을 따져야 한다. 사실 단기적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 내정 간섭 같은 분쟁 불씨도 만들 수 있다. 일단 고려인협회 같은 민간 쪽을 적극 활용하겠다.”
-범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는 없나.
“1단계로 무국적 고려인에 대한 전면적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그 다음엔 우크라이나 모델(한국대사관이 신분을 증명해주면 고려인 국적 회복 지원) 등이 다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지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다. 범정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재외동포정책위원회를 통해 적극 검토하겠다.”
-향후 고려인 정책의 큰 줄기는 무엇인가.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국적 회복을 돕는 일이다. 또 고려인 동포들은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국적 회복 문제가 잘 풀리면 고려인들이 이런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연수·직업교육 등의 프로그램도 확대하겠다.”
특별취재팀 : 우즈베키스탄 , 카자흐스탄 , 러시아 , 우크라이나 =김준술·강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