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 토론의 기술, 이병덕, 2014, 총251쪽
토론에는 반드시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토론이 아니라 말싸움이 되거나 난장판이 될 뿐이다. 이 책에는 토론을 기술적으로 할 수 있도록 토론을 맡아서 진행하는 토론의 리더, 퍼실리테이터 facilitator의 역할을 워크샵에 참여하여 직접 실행해보는 방식으로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나는 교육자로서 퍼실리테이터라는 개념에 일찍부터 동의하고 있었거니와 비고츠키의 학습 이론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비계(scaffolding)를 세워줌으로써 학습 촉진자나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경주시청이 실시하는 '퍼실리테이터' 교육 포스터를 보고 바로 링크를 따라 들어가서 퍼실리테이터 교육참여 신청을 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부터 하루를 온전히 퍼실리테이터 공부에 시간을 들였고 마침내 오후 5시에 시작한 퍼실리테이터 3급 자격시험까지 보고 나왔는데도 마치 교육 시간이 한 시간도 안 지난 것처럼 생생하고 아쉬웠었다. 나의 체질이 진정한 퍼실리테이터 체질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날 공부가 재미있었는데 역시 나는 그날 시험을 보고 단번에 퍼실리테이터 3급자격증을 획득하였다.
아마도 지금 우리 '경주책모임'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바로 이 퍼실리테이터 기술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 '토론의 기술'에 나오는 퍼실리테이터의 리더십을 정리하면서 나도 이런 퍼실리테이터가 되고자 노력해보리라.
그 토요일에 퍼실리테이터협회인 코리아스픽스에서 나와서 강의를 하면서 대표인 이병덕 퍼실리테이터의 책 '토론의 기술'을 모든 교육생들에게 한 권씩 선물로 주었다. 이 책에 퍼실리테이터는 교육학의 퍼실리테이터와는 다른 개념이지만 그 본질은 같다. 토론장에서 토론자들이 자기의 주장을 올바로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오롯이 경청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퍼실리테이터가 없으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의 요구와 주장들은 혼란을 야기하고 지도자의 독선은 극심한 사회 불평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개념이 숙의 민주주의라는 말이다. 이 말에 대한 설명은 이 글 마지막에 붙여 놓았다. 다만 숙의 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 deliberative democracy를 이루기 위해서는 토론의 장이 많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토론을 이끌어갈 다음과 같은 토론 리더, 퍼실리테이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1. 고수 : 좋은 경청력+상대의 입장에 대한 이해력과 원인분석력+자신의 처신력(나를 바꿀 수 있는 능력)
2. 상수 : 좋은 경청력 + 상대의 입장에 대한 이해력과 원인분석력
3. 중수 : 좋은 경청력(협업을 할 수 있는 능력)
4. 하수 : 빅마우스(big mouth, 떠벌이 결국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
5. 빈수 : 말이 없는 사람(small mouth, 기회주의자)
*최고수: 위 능력과 매력적 중재 능력(쟁점 재구성 능력)을 갖춘 frame maker.
최고수는 프레임을 만들고 그 속에서 빈수부터 고수까지 다양한 리더십이 자유롭게 자신의 수준만큼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이다.
퍼실리테이터는 결정권자가 아니라 중재자이다. 여기서 중재는 각 주장의 가운데 지점을 찾는 것이 아니다. 퍼실리테이의 중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판사나 검사의 판결이나 구형과는 엄연히 다르다. 또한 CEDA(Cross Exammination Debate As-sociation)식의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경쟁적 토론방식과도 다르다. 매스미디어나 일방적 리더십이 찬반에 집착할 때 매력적인 중재자는 찬반을 구성하는 세부쟁점들에 관심을 가진다.
Nobody is wrong.
하로동선(夏爐冬扇)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격(格)이나 철에 맞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인데 이는 ≪논형(論衡)≫의 <봉우편(逢遇篇)>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여름에 미리 난로를 준비하고 겨울에 부채를 마련해 두면 여름의 화로는 젖은 것을 말릴 수 있고 겨울의 부채는 꺼져가는 불을 살려 활활 타오르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옳고 틀린 문제는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프레임의 문제라는 것이다. 퍼실리테이터는 협소한 관점을 버리고 발표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발표자들의 논리적 비약과 잘못된 정보, 그리고 프레임을 벗어나는 주장은 보정해줘야 하지만 그들의 관점은 존중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는 서로 다른 주장들이 지향하는 목표를 찾아주고 서로 다른 목표들이 결국 하나의 컨센서스를 형성하도록 가치를 이어주는 오거나이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숙의 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 deliberative democracy)는 '심의 민주주의(discursive democracy)'라고도 불린다. 숙의 민주주의 또는 심의 민주주의란 숙의(deliberation)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형식이다. 이것은 합의적(consensus) 의사결정과 다수결 원리의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숙의 민주주의에서 법을 정당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단순한 투표를 넘어선 실제적인 숙의라는 점에서 전통적 민주주의 이론과 다르다.
숙의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 모두와 양립할 수 있다. 어떤 전문가들과 이론가들은 이 용어를, 그 구성원들이 권한을 불평등하게 배분하지 않고 법안을 실제적으로 숙의하는 대의기구들을 아우르는 데 사용한다. 반면에 다른 이론가들은 전적으로, 직접 민주주의에서 일반 시민들(lay citizens)에 의한 직접적인 의사결정을 지칭하는 데 이 용어를 사용한다.
"숙의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Joseph M. Bessette가 1980년 저술한 <숙의 민주주의: 공화 정부에서 다수 원리>(Deliberative Democracy: The Majority Principle in Republican Government)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