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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교과서를 모두 켜세요. (스마트)펜으로 42쪽까지 넘기세요.”
오는 2015년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볼 수 있는 수업 현장의 모습이다. 4년 후면 ‘종이 교과서’ 대신 교과서 내용이 담긴 태블릿PC를 켜는 시대가 찾아온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달 29일 “오는 2015년까지 전국 초·중·고교생들의 서책형 교과서를 디지털 교과서 형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컴퓨팅+디지털교과서’가 핵심
정부가 이날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의 핵심은 디지털교과서와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디지털교과서엔 기존 교과서 내용에 참고서·문제집·사전·보충학습 기능이 담길 예정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 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개인용 스마트기기로 불러내 쓰는 것을 말한다.
오는 2014년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2015년부턴 중·고교까지가 적용 대상이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교과서 체제가 자리 잡으면 원격 교육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PC나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모든 단말기에서 디지털교과서를 불러내 이용할 수 있게 돼 학교에 가지 않고도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과목별로 온라인 강의를 별도로 마련해 학생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이에 대해 “획일적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개인별 특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하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미 “오는 2015년까지 모든 교사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혼란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고 해도 종이 교과서의 사용은 당분간 병행할 예정이다.
이규상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연구원은 “디지털교과서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출현으로 정보통신(IT) 기반의 스마트교육이 가능해졌다”라며 “최근 1~2년 새 스마트폰이 보급된 것처럼 교육 현장에서도 스마트기기를 바탕으로 하는 수업 형태가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초등 5·6년 수학에서 이미 시작
사실 스마트교육을 위한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지난 2002년 이미 시작됐다. 다만 당시 개발된 디지털교과서는 초등 5·6학년 수학 과목에 한정됐다.
“급속한 사회 변화와 지식의 흐름을 종이 교과서로 감당해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 2007년. 결국 그해 3월 교육인적자원부(지금의 교과부)는 “초등 5·6학년 전 과목과 중학교 1학년 수학·과학·영어 등 3개 과목, 고등학교 수학·영어 등 2개 과목을 각각 디지털교과서로 개발하겠다”라며 “‘디지털교과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디지털교과서 수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약 9개월에 걸쳐 콘텐츠가 개발됐다. 태블릿PC를 지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운영 체계를 개발하는 사업도 시작됐다. 이듬해인 2008년 1학기엔 전국 20개 초등학교가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 운영됐다. 디지털교과서 활용 학교(전국)는 지난 2009년 112개교에서 지난해엔 132개교로 늘었다.
2011년 7월 현재 KERIS가 제작한 디지털교과서를 담을 수 있는 태블릿PC 기기는 HP사(社)의 노트북형 태블릿PC가 유일하다. 정병호 교과부 교육정보화과 사무관은 “3년의 준비 기간이 있는 만큼 오는 2014년엔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스마트기기에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업체 쪽 움직임 ‘활발’ 참고서도 나와
2008년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이 분야에 뛰어드는 사교육 업체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아이패드1·2(미국 애플사)나 갤럭시탭(삼성전자) 등 신형 태블릿PC가 발매되면서 업체 쪽 움직임도 빨라지는 추세다.
사교육 업체가 제작할 수 있는 디지털교과서는 중·고교 교과서뿐이다. 나라에서 직접 만드는 초등 교과서의 디지털화(化) 작업은 아직 불가능하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단연 두산동아다. 중학교 교과서를 펴내는 이 업체는 지난 4월, 국내 업체 중에선 최초로 애플 운영체제인 iOS 기반 태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교과서를 개발, 시장에 내놨다. 곽윤주 두산동아 디지털콘텐츠개발팀장은 “중·고교의 경우 과목마다 다른 업체가 개발한 교과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원하는 과목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라며 “백과사전·문제집·문학 전집 등 자체 개발 콘텐츠와 종이 교과서가 연계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참고서 시장도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종이책 참고서를 태블릿PC에 그대로 옮겨놓은 형태다. 종이책 참고서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종이책의 70% 수준으로 오히려 저렴한 게 특징. 당장 비상교육은 오는 18일 SK텔레콤 티(T)스토어와 손잡고 참고서 ‘완자’ 시리즈의 디지털 버전을 갤럭시탭용 콘텐츠로 판매할 예정이다. 유영선 비상교육 스마트전략팀장은 “실시간 문제 풀이 기능은 기본이고 와이파이나 3G 환경에서 학습자의 등급 수준을 스스로 점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