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 이가은
먼 안부 잊은 듯이
불현듯 전해오는
꽃물 찍듯 짧은 호명(呼名)
압축 풀어 해독하고
간간이
말줄임표로
징검다리 놓는 마음
쌈박한 이모티콘
그 은유의 고운 꽃비
때로는
느낌표로 하르르 날고 싶어
추스른 만장(萬丈) 그리움
메아리로
앉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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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이가은
땅내 맡고 크지 못할 순하디순한 꿈을
오늘도 무논 가득히
모를 심듯 심어본다
흙탕물
넘치는 도랑
젖은 소매 걷고서
비알밭 헤맨 오십 빚더미로 갈아엎고
등 굽은 남루만이 이랑마다 무성한데
개망초
지천인 둔덕
팔베개로 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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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방망이/ 이가은
유통기한
조작일까
마음에 젖은 꽃무늬는
동창 훤한 달빛 향해 돌팔매로 불러놓곤
진달래 꽃방망이를
확 안기고
내닫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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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이가은
단단한 무 맛 키운 황토 땅 안태고향
물 맑은 하늘 아래 들국 향기 드높아도
업혀온
보쌈의 질곡 굽은 길이 숨찼다
짓이겨 밟힌 세월 불가마에 던져져도
투박한 가슴 안에 옹골찬 꿈 빚어 넣고
두레상
가운데 앉아 한 우주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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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 씨방 훑어/ 이가은
질경이 씨방 훑어
기름 짜서 불 밝히면
제삿날 영가 모습 실물처럼 보인다는
어른들 옛이야기에
설마하니 그럴 리가
차세대 전투기가 미사일을 요격하고
지구촌을 손안에서 꿰고 있는 시대지만
그 말이 거짓일망정
잡고 싶은
지푸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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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감
이가은 시집/ [문자 메시지]/ 2013년/ 고요아침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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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23 09:3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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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상 잘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