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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수목원 하늘정원을 살짝 열어보다. 글/사진: 이종원
'朝鮮'을 우리말로 옮기면 '아침고요'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얘기했던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꿈꾸며 만든 정원이 바로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이다. 수목원은 1년 중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그렇기에 요즈음 입장료가 가장 비싸다. 결혼식 신부 입장때 꽃을 많이 갖다 놓았으면 꽃값을 많이 줘야하듯 수목원의 입장료도 그렇게 값을 메긴다고 생각하니 속으로 괘씸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황홀한 꽃밭을 보고 그런 불쾌감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형형색색 튤립이 침엽수를 배경으로 빼곡하게 들어있어 대충 카메라만 들이대도 괜찮은 그림 한 장은 건질 수 있다.
작은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는 튜립을 보고 꽃의 고귀함을 배운다. 이 한송이를 위해 겨우내내 얼음짱같은 땅속에서 죽은 듯이 살아 있었으니까....그냥 죽어 버렸으면 어찌 이런 꽃을 피어낼 수 있단 말인가.
이 멋진 장면을 만난 것은 순전히 아들 성수덕이다. 성수의 어린이집 봄소풍을 가는데....아내가 꼭 가잖다. 아빠가 눈 코뜰새 없이 바쁜걸 알지만 아내의 명을 어겼다가는 끼니마져 제대로 얻어 먹기 힘들기에 군말없이 따라 나섰다. 그런데 이런 꽃천국을 만나게 되었으니 횡제한 셈이다. 나는 자랑스런 학부형. '오늘만은 사진을 찍지 말고 성수하고 놀아줘야지.' 그러나 그런 결심은 수목원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까마득하게 잊어 버렸다. 천상의 꽃세상에 내 눈동자는 총천연색으로 물들었고 결국 꽃속에 허우적거리다가 미몽속에서 빠져 나오니까 내 식구들은 온데간데 없다. 핸드폰에 의지해 간신히 아내와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내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여기는 성수 소풍장소야."
1997년 11월 한국의 가을은 온통 눈물바다였다. 바로 멜로영화 '편지' 때문이다. 아내가 훌쩍거리길래 뭘 그거이 슬프다고 내심 흉을 봤는데.....조금 있다가 내 눈가에도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당시 서울관객만 72만명을 동원해 '서편제'와 '투캅스'에 이어 역대 관객동원수 3위를 차지했다. 그 영화의 주 촬영지가 바로 이곳 아침고요수목원과 경강역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은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고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으로 나온다. 영화속에서 박신양이 최진실에게 읽어주었던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는 전국민의 애송시가 될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튜립을 감상하며 그 애잔한 사랑속에 빠져본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졌던 경강역. 역사 구경하겠다고 하면 역장님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하루 4차례 열차가 머물다 간다. (서울-46번국도-가평-경강역)
그 청순한 최진실이 조성민과 결혼을 하더니 이혼하고, 폭행당하고....현실의 삶은 너무나 가혹했다.
1997년쯤인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난 이곳을 찾았다. 직장에서 가평 대한콘도(현 풍림콘도)로 야유회를 갔는데 새벽에 모두들 골아떨어지고 난 산책겸 차를 몰고 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고개를 두 번이나 넘고 좁은 길로 구불구불....'아침고요수목원'이란 희안안 이름의 수목원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새벽에도 입장료를 받는 것이다. 추리닝 바지만 달랑 입고 왔으니 땡전 한푼 없었다. "저요..산책하러 차 몰고 나왔는데 어찌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꼭 들어가고 싶은데 돈이 없거든요." 매표소 직원이 씽긋 웃더니 들어 가란다. 예전에 이곳은 화전민이 땅을 일구고 살았던 깊은 오지였다. 운무가 드리워진 축령산 자락에 총천연색 꽃들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고 가평의 명물 잣나무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우와....세상이 이런 곳이..." 그 에덴화원 위로 걷고 사쁜사쁜 걷고 있었다. 실제로 꼭대기에 큰 나무 십자가가 있었다. '시가 있는 산책로'. 나무에 붙은 서정주 시를 가슴에 쓸어 담았다. 역시 시는 어디서 음미하느냐가 중요해. 어찌나 감동을 받았던지 그 다음주에 아내를 데리고 이곳을 다시 찾았다. ^^ 그리고 이번이 3번째다. 지금이야 정원이 커지고 식당이 많이 늘어나고 거대한 팬션단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변함없는 것은 '아침고요수목원'은 조용한 아침에 찾아가야 제 맛을 느낀다는 것이다.
수목원 제일 꼭대기가 '하늘정원'이다. 이름 그대로 하늘에서나 만나볼 만한 기막한 경치다. 지금 한창 튤립과 수선화가 절정이다. 이렇게 꽃은 봄철내내 스타처럼 화려하게 살다가 '여름'이란 총각과 결혼하게 되면 하얀 백합과 보랏빛 맥문동이 이곳의 주인이 된다.. 가을로 넘어서면 국화빵같은 벌개미취 군락이 꽃물을 엎지른 것처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선화. 잠자리 날개같은 얇은 꽃잎에 붉은 연지, 입술 안에는 별 혓바닥이 낼름거린다.
아침고요 산책길. 이곳에서 2007년판 영화 '편지'를 다시 촬영했다. 무진장 늙은 최진실과 아주 싱싱한 젊은 박신양이 숲을 거닐고 있었다. "READY~Q"
백혈병 걸려 비실비실 해야할 박신양이 너무나도 건강했다. 대신 머리에 두건은 썼잖아.
^^
제2의 '편지'를 꿈꾸며....
데이트하기 좋은 벤치. 하늘정원 위에 있다.
'세상에서 우리 엄마 등이 가장 따뜻해요.'
'下景정원'은 수목원의 심장같은 곳이다. 말 그대로 위에서 내려봐야 제 맛이 난다. 통일 조국을 소망하고 염원하는 의미에서 한반도 모양으로 꾸며졌다. 5월이 훌쩍 넘어서면 에덴 정원이 좋을 것이다. 장미와 작약, 원추리로 꿈져 있다. 정원 입구 소나무가 운치있다.
한국정원은 마음속의 고향집을 정원으로 꾸며 놓았다. 복사꽃과 홍매화가 한창이다. 대갓집의 운치있는 매와와 초가집의 야생화도 볼 만하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한폭의 풍경화가 마루에 들어온다.
장독대에 얹힌 꽃도 감상하고....
그윽한 차향에 흠뻑 빠져도 좋다.
하경 전망대. 위에서 내려보는 맛이 죽인다.
팝콘을 꼬챙이에 꽂아 넣은 것 같은 조팝나무. 하얀 쌀밥이 붇어 있는 것처럼 보여 조밥나무라고도 한다.
겹황매화. 홑꽃으로 피는 것을 황매화.
복숭아 향이 그윽한 복사꽃
? 데이지 꽃 같은데....
앵두
매발톱꽃 꽃잎 뒤쪽 구부러진 꿀주머니 5개가 매의 발톱을 닮았다호 하여....독이 있음
초롱꽃. 도라지 과에 속하는데 ..몸 전체에 털이 보이고 달걀모양이다.
꿀풀.
무슨 꽃인지....가르쳐 주세요. 금불초가 맞는지요?
난쟁이 패랭이꽃. 전체에 분가루를 뿌려 놓은 듯이 흰색이 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대용으로 쓰면 된다.
백두산 습지에서 자란다는 설앵초. 일기예보의 맑음 표시나 프로펠러 처럼 보인다..
은방울꽃 줄기 밑부분에서 얇은 막같은 칼집 모양의 잎속에서 흰색꽃이 아래를 향해 총총히 핀다.
주황의 유혹 명자꽃
자색 꽃술에 하얀 꽃잎이 물들었다.
앵초
방긋 웃는 꽃 이름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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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모네...'아 네모네'로 발음해서...네모난 꽃인줄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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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잔디와 오레가눔
꽃잔디와 나무
분재정원, 소나무, 소사나무, 모과나무등을 소재로 한 분재작품을 볼 수있다.
대장 사진도 하나 찍어야지. 아내 썬그라스를 잠시 빌렸음
해질 무렵. 튜립은 석양을 받아 백열등마냥 빛난다. 어렸을 때 시골 푸새식 화장실에 갔을 때 ...그 화장실을 귀신의 소굴로 만든 그 빨간 전구가 이렇게 예쁜 빛을 발하고 있다. 노란마음, 초록마음, 하얀마음....아마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예쁜 마음을 꺼냈더니 바로 이런 꽃들이었다.
예쁜 쓰레기통 아침고요 수목원의 주의사항은 흡연은 물론 금주다. 그래서 식당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 그리도 특이한 것은 '뱀조심'...길로 다니십시요.
아침고요 한식당 수목원내의 한식당이다. 된장찌개 맛이 조금 단 것이 흠이지만 밑반찬은 먹을 만하다. 나무로 꾸며진 실내 분위기가 좋다. 창밖에는 시선을 넘기면 분재정원이 펼쳐진다. 시골된장찌개 7천원, 송이덮밥6천원, 산채비빔밥 6천원, 묵무침 6천원 031-585-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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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멋지군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제가 1빠네요..^^
몇번을 봤지만 ... 앗 그럼 제가 2빠?
1997년에 저도 가봤는 데 이런 감흥은 없었네요. 사진이 너무 아름답고 대장님 글과 음악이 너무 좋읍니다. 이제라도 모놀을 알게된 저자신을 칭찬 하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읍니다."저기 다음에 가면 <모놀과정수>라는 카페가 있다"
사진 너무 멋져요... 튤립.. 반해버렸어요.... 예전 6월말에 갔었을땐 보슬보슬 비가 내려서 운치가 있었드래요..
오늘은 싱그럽고 예쁜 맘으로 보낼 거 같아요. 너무 예쁜 꽃들을 보았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글두 참 재미있게 쓰셨네요? 아네모네 ㅎㅎㅎ
ㅎㅎㅎ 그라몬 지가 몇초차로 6빠??~ ^^* 종원대장님 사진 짱! 언제 가볼꼬??
꽃구경을 못갔는데 대신합니다.. 사진도 넘~~~잘찍으셨네요 ...아이들 데리고 다녀와야겠어요
멋지네요. 지난주 한택식물원에 이어... 주말밖에 시간안나는 우리집은 그림의 떡..
아침고요 수목원 산너머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지냈지요. 그곳떠나온지 40년후에 아버지 사진들고 찾아갔더니 아는 분들이 더러 있었어요. 현지인이 운영하시는 민박집에서 몇날 몇일 공짜로 지냈거든요. 알고보니 아버지가 군병원에서 근무하셨는데, 그때 울아버지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나봐요... 제가 도움을 받았네요. 훗날에~
튜울립꽃밭을 정신없이 따라 내려 오다가 멋진 썬그라스 속 카메라가 날 향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ㅎㅎ..가보고싶었던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편지를 찍은 구여운 박신양과 최진실이 행복해 보입니다. 따뜻한 엄마등에서 웃고있는 정수가 제일 사랑스럽고 예쁜꽃이지요!
눈 으로 보는것 만으로도 행벅 해요..사랑 하는 가족과 주말에 나들이...종종 보여 주삼^^
아~ 저도 작년 이맘때 가보고 천국이 구나하고 탄복 했는데 다시 가보고 싶네요 사진이 한장도 없어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옆 사람이 카메라를 잘못해서 다 삭제를 눌러 버렸다나요~ 마구 쥐어 박고 싶었는데.... 대장님의 사진보니 위안이 됩니다~ ㅎㅎ
내일 서방님과 함께 가봐야겠네욤~~~^^ 좋은 아들, 남편, 아빠라는것을 글 속에서 늘 느끼게 해주셔서 항상 귀감이 되는것 같습니다.^&^ 좋은 여행지와 정보 안내 감사합니다.*^^*
마음으로는 해마다 가고 싶은 곳! 언제가도 좋은곳! 덕분에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개인적으론 안에 한옥을 안 짓는게 더 좋은데...
대장님은 마술사같아요. 같이 본 수목원이 그렇게 다를수 있는지? 많이 듣던 노랜데 가사를 몰랐읍니다. 외워서 따라 부르렵니다....
충령산 수목원은 마석 수동으로 진입하는곳과 청평검문소 현리방향의 상면 초교앞으로 들어가는곳 두곳이 있지요 대장님 이 소개하는 아침고요 수목원 봄의기운을 맘껏 느낄수 있어 정말 좋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가보았지만,,, 사람들이 너무많은 시간때에가서 정신없었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군요... 일찍히 다시함 가볼까나~~
사진으로 대리 만족하고 갑니다.... 음악도 들으며....
작년 6월에 들렀는데 아름다운 꽃과 함께 푸른 풀들이 삶을 여유롭게 하더군요. 사진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때의 감상에 젖어 봅니다.
담주에 남편과 함 가봐야겠습니다 구경 잘 했슴다 ~!! ㅎㅎㅎ
낼 5월9일 천국꽃밭 구경갑니다.. 겨울에 다녀왔는데... 또 다른 느낌 가득 받고 오겠습니다.. 오실분 !!! 김밥준비할께요....
제가 태어난 곳~~ 상면초등학교에 다니던 형은 벌써 50을 바라보고....
너무나 아름다운곳 잘 구경했습니다.... 사진으로도 흠"뻑 취해봅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곳 아침고요수목원... 아이들과의 추억을 만들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