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 나이도 많은데 아이들에게 소외 받지 않으려면 그런 일도 해야하지 않습니까?
사실은 세상에는 하도 어처구니없는 일도 많아서...그런 잘못을 지적해 주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는 사천시가 시민들의 세금을 받아 '우수고'와 '열등고'를 만들겠
다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해 놓고 있어 말썽이 일고 있는 사건입니다.
최 - 그건 또 무슨 이야깁니까?
지방자치단체에서 흔히 있는 우수학생에 대한 장학금지급 차원이 아니라 우수한 학교를 선정
해 놓고 우수한 학생에게 시민들의 세금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례안을 만들었다는 말입니
까?
김 - 그렇습니다.
사천시가 '학생의 타지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성적우수학생에게 1인당 2∼3백만
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입법 예고해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조례안에
는 우수학생육성교사(진학지도팀)에게는 2∼3백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있고 '전
국 베스트10'(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과기대, 경찰대, 이화여대 등)에 진학하는
학생에게는 각각 4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 - 조세거부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옛날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부잣집 아이들이 오히려 공부
를 잘한다는 통계도 나와있는데,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에게 거둔 세금으로 부잣집 학생들에
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뜻이네요.
김 - 그것뿐이 아닙니다.
이 조례안에는 중학교졸업성적 우수자가 관내고교(사천시내)로 진학한 학생이나, 올해의 우수
고등학교로 선정된 학교, 예술·체육·기능 우수자로서 전국대회 3위권 이내 입상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천시는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기금의 조성과 기금의 효율적인 운
용·관리를 위해 50억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매년 시 예산으로 5억원씩 10년간 적
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최 - 사천시가 그렇게 돈이 많은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식으로 성적지
상주의로 가면 교육위기를 부추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 - 입시위주의 학교에서 평가하는 '성적'이란 국어, 영어, 수학 점수가 좋은 학생을 말하는
데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우수한 고등학교와 열등한 고등학교를 만들
어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포기하는 위헌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것입
니다.
최 -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일을 하기 시작했는지 또 서천시의 그런 말도 안되는 처사에 대
해 시민단체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김 - 현재 사천시에서는 전교조사천지회, 참교육학부모회 사천시지부, 사천농민회, 사회보험
노조사천시지부, 삼천포사랑청년회, 사천민주시민의모임 등이 대책모임을 만들어
1. 우수고 선정을 포기하고 학교와 교사에게 지급되는 금액(연간 1억5천만원)을 학생과 시민
에게 환원하라.
2. 중앙집중을 부추기는 대학의 'Best 10' 선정을 금지하고 학생의 적성과 희망에 의해 학과
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3.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통해 선발된 운동선수 지원 보다 많은 학생들의 동아리활동 장려와
심신수련을 위한 시설에 투자하라. 그래서 교육과 체육시설이 빈약한 농어촌 지역에 균형된
교육기반 환경을 조성하라. 는 요구를 하고 '사천시 우수고등학교 육성장학기금조성 및 운용
조례안' 거부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 이러한 조례안을 만들겠다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합니까?
김 - '사천시 우수고등학교 육성장학기금조성 및 운용조례안'을 만든 명분은 사천시의 우수
한 학생이 타지로 가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거창의 K고등학교와 같은 명문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농촌의 인구문제나 우수한 학생이 도시로 더나는 것은 사천시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근본적인 모순 즉 학벌이라는 문제가 주범인데 사천시가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 - 이런 일이 하루 아침에 일어난 문제는 아닐텐데... 언제부터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김 - 2001년부터 시행하려고 했던 사천시가 조례안을 마련해 시의회에 제출했다가 의결 보류
된 상태에 있었는데, 2003년 2월 18일에 교육계가 또다시 반대의견을 낼까 두려워 발언권도
주지 않고 시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알리는 학부모 설명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말상을 하게 된 이유는 사천시가 인구유출로 인한 세수가 감소한다는 이
유와 현 시장이 출마하면서 공약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합의도 없이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하
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 - 사천시의 우수고 선정계획이 확정되어 어떤 학교는 우수고가 되어 시민들이 낸 세금으
로 지원금을 받아 학교에 다니고 우수고에 탈락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
까?
김 - 만약 사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우수고로 선정되지 못한 소위 '열등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의욕과 사기저하로 교육을 포기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될 것입니
다. 결과적으로 보면 인구유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인구 유출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교사들이 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임인 '학생지도에 대한 별도의 금전적 보상'이 주어진
다는 것은 교사들을 돈으로 경쟁을 붙이는 유치한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 - 사천시의 잘못된 판단이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학부모와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
아 입법예고된 조례안이 없었던 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