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12) - 내포문화숲길-백제부흥군길 3코스(임존성)
1. 내포문화숲길-백제부흥군길 3코스는 임존성과 봉수산을 지나는 길이다. 예산의 임존성은 오랫동안 언젠가 다시 찾아야 할 길로 남아있었다. 약 20년 전 한참 S와 전국여행을 즐기던 때, 특히 고인돌과 산성들을 주로 찾던 때였다. 백제부흥군의 흔적, 특히 흑치상지가 마지막으로 저항했던 임존성의 모습을 보기 위해 내비를 이용하여 좁은 산길을 올라갔다. 하지만 길은 막혔고 산성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헤멨지만 끝내 임존성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아쉬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 내포문화숲길 코스를 검색하다, 임존성으로 가는 길을 발견했다. 광시한우타운에 주차하고 지방도를 따라 갔다. 내포문화숲길 안내는 사라지고, ‘마사리’ 쪽으로 임존성 가는 이정표가 새겨진 바위가 보인다. 길을 따라가니, 임존성으로 오르는 코스가 보였다. 멀리 싱긋하고 생생한 연한 초록빛을 한 봄산이 보인다. 여름이 오기 전에 만나는 풋풋한 젊음의 얼굴이다. 코스는 S자 오르막 도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약 30분 정도 오르니 임존성이 나타났다. 완전하게 정리된 임존성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성곽을 따라 봉서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이어졌다. 산과 성은 서로를 의지하며 풍경을 만들었고, 멀리 예당호의 풍광은 임존성의 풍취를 완성하고 있었다. 백제부흥군의 운명이 무너지던 곳, 이곳에서의 정경은 결코 나처럼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라졌던 곳, 사라지고 있는 곳의 모습을 복기하는 과정을 언제든 애잔함을 동반한다.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소멸하게 되는 우리의 운명을 닮았기 때문이다.
3. 내포문화숲길은 봉서산을 지나 <의좋은 형제 공원>과 예당호로 연결되지만, 나는 차 때문에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는 코스는 원래의 ‘내포숲길’ 코스를 따라갔다. 산길을 내려가고, 그 사이에 소박한 탑과 현판이 인상적인 대련사를 만났다. 길옆에 최익현의 묘가 있다는 안내가 보였지만, 굳이 방문하지는 않았다. 무덤을 찾는 일은 특별한 ‘돌의 흔적’이 없는 한 시도하지 않는다. 존재했던 기억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기억에서 소멸될 것이다. ‘기억되는 것’은 다만 미래에 대한 허망일 뿐, 현재의 나에게는 결코 중요하지 않는 욕심일 뿐이다.
4. 묘한 신비감을 지녔던 존재를 만나고 나면, 모든 것이 특별할 것 없는 유사한 실체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임존성’에 대해 품었던 느낌도 그렇게 나의 보통의 답사 지역으로 남을 것이다. 다만 언제든 찾고 싶은 장소이기는 하였다. 조금은 힘들지만, 성을 향해 걷는 코스와 성을 둘러싼 풍경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기억에 남을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내포길’을 걸었다.
첫댓글 - 사라져가는 것이 잊혀지는 것도 아니고, 남아있는 것이 기억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 여기' 걷는 장소가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