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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기 주가나대사는 “베스트 공관장에 선정된 것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국가와 교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와 응원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사진제공=주가나대사관] |
그동안 가나대사관은 허름한 건물을 임차해 셋방살이를 해왔지만, 최근 신청사를 마련하고 입주 기념식도 가졌다. 여운기 대사는 “새로운 청사에서 집무하는 첫 대사가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며, “무엇보다 40여년 가나 교민 역사상 가장 큰 염원이었던 대사관 및 대사관저 국유화가 이뤄져 우리 소유의 현대식 건물을 보유하게 돼 교민들과 가나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
대사를 포함한 대사관 모든 직원이 ‘한인회 밴드’에 가입해 수시로 의사소통을 하고, 생일축하, 각종 경조사 인사 및 행사안내, 참가여부 통보, 결과 및 사진 공유 등을 통해 교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여운기 주가나대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주가나대사관은 1977년 11월 한-가나 수교 이래 지난 39년 동안 일반주택을 임차해 청사와 관저로 사용해 왔지만, 지난 2008년 가나 정부로부터 토지를 확보·매입하고 국유화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12월11일 기공식을 가졌고, 지난 8월 완공해 8월말에 대사관, 9월에는 관저에 입주하게 됐다. 사진은 신청사 개관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Hanna Tetteh 가나 외교장관, 여운기 주가나대사, Pavelyn Tendai Musaka 외교단장(짐바브웨대사), 임도재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 이외에 나화련 가나한인회장, 김경옥, 이태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도 참석했다.[사진제공=주가나대사관] |
“가나 한인사회의 미래는 계속 파란불”
여 대사에 따르면, 가나한인사회는 40여년 전 대서양 원양어업 참치잡이를 시작한 수산업계 종사자와 그 가족들이 수도 아크라(Accra) 인근 테마항에 정착하면서 형성됐고, 현재까지도 한인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산업체를 기반으로 80-90년대에 무역, 식품 및 요식업, 수리 및 건자재 등의 분야로 확산됐고, 2000년대 들어 가구 제조, 패스트푸드, 통신, 건설 및 플랜트 등으로 업종이 다각화됐다. 현재 수산 11개, 무역 14개, 제조 10개, 식당 및 식품 8개, 건설 6개, 기타 서비스 8개 업체 관계자와 선교사 및 가족들을 합해 800여명의 한인들이 주로 테마와 아크라에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인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장본인이 바로 아프코(AFKO)그룹 창립자인 고 김복남 회장이다. 고 김복남 회장은 한-가나 수교 전인 1976년 테마항에 AFKO수산을 설립해 각종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사회, 교육, 체육 등 다방면에서 가나 사회에 큰 기여를 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특히, 88서울올림픽 당시 일체의 출전비용을 부담해 가나올림픽 국가대표선수단을 이끌고 올림픽에 참가한 일화는 지금도 현지인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고 김복남 회장에 이어 가나의 대표 한상(韓商)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이 임도재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이다. 상사주재원으로 왔던 임 회장은 글로텍(Glotec)이라는 건설·플랜트 전문업체를 설립해 현지 에너지 설비 플랜트 및 건설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일궜고, 한인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 등으로 활약하며 가나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한인 2세대들도 1세대의 뒤를 이어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젊은 한인기업인으로는 ‘나나텔(Nanatel)’이라는 통신기업을 이끌고 있는 최승업 대표가 있다. 여운기 대사는 “지금은 수산업분야를 넘어 한인들의 업종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일일이 다 거명할 수는 없으나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뛰고 있어 가나 한인사회의 미래는 계속 파란불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 가나대사관은 시내 중심부 대통령궁 등이 있는 관청가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다. 기능성 위주로 설계한 대사관과 달리 관저는 한국대사관으로서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한국적 요소를 가미했다. 대사관과의 경계 담장을 전통문양의 담벼락으로 장식하고 상판에 기와를 얹어 한옥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정원 한켠에 장독대를 설치해 한국 정서가 한껏 풍기도록 했다. 관저 1층에도 전통문양을 디자인한 칸막이를 설치하고 한국적인 인테리어를 가미했다.[사진제공=주가나대사관] |
“교민들,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차원 제도적 장치 희망”
여 대사는 “우리 대사관은 여타 공관과 마찬가지로 재외국민보호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며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조치를 포함해, 자연재해나 치안불안 등을 상정해 연 1회 자체 도상훈련을 실시하고 매뉴얼을 정비하고 있으며, 매년 가나한인회와 군·경·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재해발생시를 대비한 합동 인명구조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합동훈련을 통해 주재국 관련기관과 교민사회와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유사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나 ‘경제 및 조직범죄수사청(EOCO, Economic and Organized Crime Office)’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통해 경제지능범죄나 조직적 사기범죄로부터의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발생시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SNS는 해외 한인사회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소통 도구인 듯하다. 한인회 밴드를 통해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는 여 대사는 “특히, 가나 북부지역은 주로 무슬림사회로 많은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한인교회들과 선교사 및 천주교 관계자들과 유선연락망 및 카톡방 등 SNS를 통해 수시로 소통하고 있어 대사관과 한인사회는 항상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지 한인사회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의료·보건환경의 열악함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최근 교민 한 명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감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의료서비스로 인해 응급처치가 적절히 이뤄지지 못한 채 한국으로 후송됐으나 안타깝게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더욱이 가나에는 수산업계 종사자가 많고 관련사고가 종종 일어나며, 아직도 말라리아, 콜레라 등과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어 교민들은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 대사는 “가나의 미국대사관이나 일본대사관 등은 의사를 자체 보유하고 있어 유사시 직원들과 교민들을 치료할 수 있으나 우리는 아직 그러한 제도가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 여 대사는 “2014년 11월11일, ‘빼빼로 데이’에 당지에 도착하자마자 오지 중의 오지라 할 수 있는 가나 동북부 볼타주의 ‘크라치(Krachi)’라는 지역을 우물 프로젝트 준공식 참석차 방문했던 기억이 새롭다”고 밝혔다. KOICA 사무소측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기왕 아프리카에 온 마당에 빨리 적응해보자는 심산으로 밀림속 비포장도로와 바다 같은 볼타(Volta)호를 건너 이틀에 걸쳐 달려갔다. 여 대사는 “비록 힘들고 고생은 됐지만 지역주민들과 어린 학생들이 열렬히 환영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
“부품조립 또는 제조업의 가나 진출 고려해 볼만”
한국의 대가나 수출은 2015년 약 2억 5,000만불 수준으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교민업체들의 총매출액을 따져보면 2015년 기준 약 4억불 정도로 가나 국내총생산(GDP)의 1%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자제품, 자동차 및 관련부품, 기계류 및 건자재 등을 주로 수출하고 도로, 발전소 등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여 대사는 “우리 중소기업에게 유망한 진출분야로 자동차 및 기계류 관련 서비스업, 화장품 및 의약품 도소매업, 관광 및 요식서비스업, 패션·의류업, 그리고 IT기술을 활용한 통신 및 금융서비스 등을 꼽을 수 있다”며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제조업 진출도 조심스럽게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기업환경 인프라가 아직은 낙후된 것이 사실이나 가나가 ECOWAS(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의 일원으로 유럽과 미국시장에 대한 특혜관세 해당국이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데다 노동력이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어 현지에 부품조립이나 생산업체가 진출하는 문제도 신중히 고려해 볼 단계”라고 평가하며, “가나 정부에서도 제조업분야 육성을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주가나대사관이 지난해 11월 개최한 한국-가나 비즈니스 오찬 행사.[사진제공=주가나대사관] |
가나에서 효과적 시간관리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기도
최근 여운기 대사가 현지에서 크게 주목 받은 사건이 있었다. KOICA사업 중 ‘아크라 도시교통 마스터플랜 프로젝트’라는 사업이 있는데, 여 대사가 관련 워크숍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며, 심각한 아크라시내 교통체증과 시간활용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시간은 돈이고 국가의 경쟁력이며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고, 행사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인들의 시간관념, 대중들의 의식변화 필요성, 언론의 역할 등을 지적했다.
▲ 가나 유력 일간지(The Ghanaian Times) 표지를 장식한 여운기 대사는 현지에서 효과적인 시간 관리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사진제공=주가나대사관] |
다음날 유력 일간지(The Ghanaian Times) 표지에는 여 대사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오며 관련기사가 실렸다. 한국대사가 시간관념이 없는 정부 관리들을 호되게 나무랐다는 의미로 “Ambassador Blasts Officials for lateness to functions”라는 제목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이다. 여 대사는 처음에는 적지 않게 놀라고 당황했지만, 해당기사가 가나인들의 시간관념을 바꿔야한다는 긍정적인 의도로 쓰였다는 걸 알고 나서야 겨우 안도했다.
여 대사는 “그날 행사에 가나 정부 관리들이 늦게 도착해 개회가 1시간 이상 지체되기도 했는데, 이는 가나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이른바 ‘가나 타임’으로 불린다”고 말하며, “기자들이 ‘가나 타임’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저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일로 인해 여 대사는 가나에서 효과적인 시간관리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고, 여러 곳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현재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가나는 12월7일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있다. 여 대사는 “이를 고려해 대사관은 우리 기업 및 교민업체들과 현지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킹을 지원하며 2017년을 준비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며, “가나와 겸임국 토고 및 베냉에서의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시는 모든 분들은 필요시 주가나대사관을 적극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지난 10월25일에 가나 로타리클럽이 ‘Be on time all the time’이란 슬로건으로 ‘시간 지키기’ 캠페인 출범식을 개최하고 전국적인 캠페인에 돌입했는데, 이 행사에 여운기 대사를 기조연설자로 초청하기도 했다. 여 대사는 시간의 중요성, 시간 관리에 대해 지적하면서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에 이룩한 경제발전과 가나의 국가발전을 위한 제안을 언급했다. 기조연설이 끝나자 수백명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