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일기 776: 불가항력적 은총
2011.08.19(금)
엊그제 평신도 연합수련회 마지막 날 강사 정석환(연신원 원장) 동문은 덴버大에서 행복한(성공한) 사람들을 표본으로 한 조사보고서, 「해피 라이프 인덱스」의 내용 하나하나에 멋진 예화를 섞어 맛난 강연을 했다.
행복해 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해피 라이프 인덱스」(덴버大)
1. 유머감각을 지닌 잘 웃는 사람 2. self care(놀 줄 알고 쉴 줄 아는 사람) 3.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몸의 주인) 4. 관계가 좋은 사람 5.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희로애락) 「미안하단 말이 그렇게 힘들었나요」6. 기다릴 줄 아는 사람 7. 감사할 줄 아는 사람 8. 봉사(남을 위해 땀을 흘릴 줄 아는 사람) 9. 영적인 삶을 사는 사람 10. 누군가/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개라도)
“쉼표 없는 노래는 소음이다.”
정교수는 2. self care를 해설하다가 이렇게 멋진 경구를 읊조렸다.
세상에서 제일로 맛난 103년차(이하 세제맛차)는 역시, 소음 아닌 멜로디였다. 우리는 충북 음성 오대명?목사네 세현?교회에서 한 숨 고르며 사랑의 멜로디를 제창했다. 그랬다. 세제맛차, 103년차는 어제 음성에서 모였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양하는 비화밀교의 신도들처럼, 우리는 다시 한 번 모여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다. 금년 들어 벌써 세 번째 대(大)회동이다.
20여 년 전 충북 음성 오지, 옥탑방에서 개척을 시작했던 음성 대명교회의 오세현 목사. 겨우 다섯 명 밖에 안 되는 교우들과 개척을 시작한 그의 앞에 가로놓인 제 일차적인 장벽은, 분쟁에 휘말렸던 기존 교회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악화된 교회에 대한 여론이었단다. 그 싸늘한 시선을 돌파할 묘안을 찾느라 기도하던 중, 그의 눈앞에 개가 어른거렸단다. ‘거참, 왜 하필 개였남? ㅉ, ㅉ.’ (복구의 탄식)
욥바의 베드로에게 성령께서 보여주셨던 “잡아먹어라.(행10:13)”는 환상을 대하자,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단다. ‘복음을 위해선 아무거나 먹여라. 저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복음전도의 한 방편이다.’ 하여 그는 솟구치는 영감에 이끌려 견공 세 마리를 즉시 잡아 여론 수습의 제물로 마을 어른들께 진상했었단다. 그 결과 마을 주민들은 교회에 대한 눈총을, 눈길로 돌렸고, 교회는 첫 세 마리에서 시작한 개를 통한 복음의 토착화 작업에 더욱 매진했다는 거다. 3, 5, 7, 10 그리고 금년 500여 형제를 일시에 감복시킨 무려 열여덟 마리 견공을 진상했고, 그 결과 교회는 45인승 버스에 부대차량 25인승 버스까지 저인망 선단을 이룬 대(大)부흥을 이뤘단다.
20년 경력의 주방장 오대명? 목사님의 식탁은 천하일품이었다. 우리들 중 전투력이 젤로 강한 전병윤 그리고 차석 최일만 목사와 다행히 나는 함께했다. 삼인 일조의 식탁엔 연거푸 세 번이나 융단폭격을 가한 수육으로 차고 넘쳤으나, 우리는 셔벗(sherbet)처럼 부드러운 하늘이 허락한 감미를 제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지경까지 채우고, 또 채웠다. 캬, 거기에 더한 천하일미 어죽(魚粥)으로 마감한 깔끔한 마무리란…….
대(大)오찬 후 우리는 긴급 정기총회를 했다. 내가 긴급발의 했다. 무거운 짐을 이제 내려놓겠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허락하신 리더십을 공유하자고 했다.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리더십을 나누자고 했다. 그런데 막무가내였다. “당신이 잘나서 내세운 줄 아냐? 할 일도 없으면서 이 일이라도 열심히 해라” 황금니(쏘리)가 윽박질러댔다. 당최 구심력만 작용했다. 안으로만 파고들었다. 불같은 열정으로 불속을 뛰어드는 불나비 사랑 같은 거였다. 불필요한 비용지불과 희생을 막기 위해 권력세습을 인정한 왕조시대의 권력승계처럼, 오늘 우리네 도탑고, 살가운 연대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회장직 종신제라도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넘실거렸다. 나와 설총무는 퇴각할 퇴로를 차단당했다. 그 누가 그랬다. “교주가 따로 없어.” 불가항력적 상황이었다. 우린 물러섰고, 나는 권력의 공공성을 내 안에서 다시 다졌다. 「해피 라이프 인덱스」를 다시 복기해야 만했다. 이 경량급이 그 무거운 짐을 다시 짐질 생각을 하니 힘이 빠졌으나, 우리 모임에는 특별한 하나님의 뜻과 목적이 있는 것 같다는 신령한 군자 누님의 마지막 글썽이며 토하던 복음에 나는 다시 힘을 얻었다. 감사했다. 불가항력적 은총에 우리는 함께 부복했다.
불가항력적 은총.
경환이 형이 설교를 하면서, 오늘 이 모임에 도저히 올 수 없었는데 아들결혼식을 이틀 앞두고, 그보다 더 힘든 숙제 원고 집필 마감일에 단 한 시간도 축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무엇에 이끌렸는지 예까지 이르렀다고 그 신비를 토로했다. 나는 그것을 불가항력적 은총이라고 정의했다.
어디 그분뿐 인가? 밤 1시에 잠간 누웠다가 2시 반에 일어나 김치를 담그느라 겨우 한 시간 반, 눈을 붙이고 이 모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야겠기에 달려오셨다는 군자 누님의 열정. 마찬가지로 밤새 링거액 투입하고서도 죽으면 죽으리라는 심정으로 부산에서 올라 온 황용득 목사의 사생결단. 이상의 예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인천의 강영주 목사님의 경우, 남미 선교지 순례를 하다가 오늘 이 모임을 위해 일정을 앞당겨 무려 350불이나 되는 범칙금을 더 물고 급거 귀국했다고 한다. 박미자 사모님께서 일정을 조정하지 않으면 문턱 못 넘어오게 할 거라고 엄포를 놓으셨다나 뭐다나. 암튼 못 말리는 세제맛차(세상에서 제일로 맛난 103년차)다. 불가항력적 은총의 역사다.
그렇다. 불가항력적 은총이 오늘 우리에게 하늘로부터 만나처럼 내렸다. 광야의 만나. 광야의 단물. 광야의 기적. 우리 ‘세제맛차’는 실로 특별한 차다. 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초대공동체 같은 끈적끈적한 정(情)나눔 신앙공동체를, 이 각박한 21세기 한반도 땅에서 우리 103년차 동기들에게만 내리셨는가? 의문을 풀길이 없다. 신비다. 신비. “정말 보고 싶어서 죽을 뻔 했다”는 인사말이 우리 모임의 분위기를 딱 한마디로 정의해 준다.
45인승 대형버스 기사(오, 놀라워라) 오세현 목사님의 물심양면의 배려로, 우리는 건강나라로 옮겨 함께 사우나도 하고, 수영도 했다. 천 년 만에 비록 풀장이지만 나는 수영을 즐겼다. 물놀이 미끄럼틀에서 아이들처럼 천방지축으로 설쳐댔다. 나만 아니라 점잖은 강영주 목사님 부부, 신령한 김영건 목사님 부부, 오세현 목사님 부부, 조영래목사님 사모님 등등이 한통속으로 철부지를 모처럼 즐겼다. 잘 먹고, 잘 놀고-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우리는 즐겼다. 아버지께서 매우 기뻐하셨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늘이 열리고 하늘 음성이 그렇게 울려났다. 철썩거리는 작은 파도 보고 맘이 졸여서 못 들어 온 허다한 사우나 동기들은 열받을진저!
1차, 2차로 끝나는 줄 알았다. 근데 막차를 탄 승객, 김완철 목사님께서 뜻밖에 우리를 3차로 이끌었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 389-3 서분례 여사가 일구는 ‘서일농원.’(031-673-3171) 예정에 없는 코스라 보너스처럼 배전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곳은 뭍의 작은 에덴이었다. 바람 선선하고, 잔디 넓고 파릇한 서일농원은 목가적분위기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전통미로 일군 식탁은 해피라이프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우린 헤어졌다. 올 겨울 12월 26일(월)부터 부산에서 성탄 트리 대축제를 우리가 빛내자고 힘주어 약속하고, 우리는 제 각기 맡은 지역방어를 위해 다시 영적 전선으로 향했다. 먼저 올라 간 최일만 목사님께서는, 그 조퇴 자진 벌칙금 10만원을 희사했었다. 다들 본받을진저. ㅋ,ㅋ
모든 분들을 환송한 후, 나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우 한선호 목사님 부부의 배려로 음성에서 하루 밤을 그네와 함께 지냈다. 수레의산 자연휴양림에서 일박했다. 저녁 아홉시 경 마루에서 함께 불 끄고 드러누워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다가, 일어나 보니 아침이었다. 엄마 젖을 빨다가, 단 젖을 물고 잠이 든 아이처럼,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든 섬 집 아이처럼, 우리는 스르르 서로 포개고 잠이 들었던가 보다. 한 마음, 한 형제 된 우리는 기어이 동침을 하고 말았다.
그 사실이 아침녘 날 감동시켰다. 스르르 한 몸처럼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레 함께 잠이 들 수 있는 사이. 불과 삼 년 여밖에 안됐는데, 삼십 년 지기처럼 살가운 사이가 된 형제자매가 전국에 수 십 가정이 되어버린 이 홍복(洪福). 세상에나 이런 천복(天福)을 그 누가 누릴 수 있을까? 찬송이 터져 나왔다. ♫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주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
염원한다.
이 감사가 영원하길.
감사공동체 ‘세제맛차’ 포에버.
그래 영원하라!
모든 동기 내외분들께 다시 한 번 더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딸랑딸랑,
당신들의 종 된 김성찬,
충성!
첫댓글 에고~~ 우리네 목사님들 주변에 오죽 살가운 사람이 없었기에 세제맛차(?) 주변에 이리도 왁자지껄 모였을꼬...
사실..... 우리 목사님들 주변엔 정치와 투쟁와 음음한 목적을 가지고 달겨드는 뜻깊은차(?)들이 바글바글하기 때문이지. 그 차는 입에서는 달지만 속이 쓰린차다.
그래서 103차가 좋다. 이 차에는 복음이란 순수한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단순한 사람들이고, 또 삼상 19장의 라마 나욧처럼 순수해지기 때문이다.
언젠간 우린 다 하나님 나라의 초원에서 옛날 이야기 하면서 여전한 103차의 맛을 보리라. 예수님 당연 함께....
아 정말로 달콤한 시간이었으리라. 이 몸은 모가 그리 바쁜지 서울모임에도, 대명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했으니 해외에서, 그리고 잠을 한 시간자고, 링거로 원기 회복하고 오신 분들께 죽을 죄를 지었수다. 꾸벅. 다음 모임에는 꼬~~옥 참석해서 이 죄를 사함받으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