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사색의 깊이를 격조 높은 구상 조각으로 보여주었던 조각가 권진규(1922~1973)와, 현대 조각의 표현 기법과 조형 실험을 확장시킨 조각가이자 교육자였던 김정숙(1917~1991)의 기증작품 특별전.
전시 작품은 유족 및 개인 소장가가 기증한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권진규의 전시공간에서는 작가의 착상이 담겨있는 드로잉 북과 작가가 직접 찍은 조각 사진이 조각들과 함께 제시됨으로써 작업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권진규의 조각은 두상, 흉상과 같은 인물상 혹은 마두상 같은 동물상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가 빚어낸 조각상들은 탈속적이고 이상적인 형상으로 영원을 향한 인간의 근원성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숙의 조각은 초기부터 작고하기까지의 30~40년에 걸친 화업을 담고 있다. 인체를 간략화하거나 ‘생(生)’이나 ‘봄의 움직임’처럼 추상적인 자연의 개념을 형상화하는 등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상징성 짙은 후기의 비상(飛翔) 시리즈에서는
단순하면서도 균형 잡힌 형상으로 절제된 작업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조각이 유입되고 정착되던 시기, 한국미술사의 주요한 두 작가의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기증해 주신 유족과 소장가의 깊은 뜻이 이번 전시를 통해 널리 공유되기를 기대한다.
권진규 <땋은 머리> 1968년 김정숙 <비상> 1990년
'권진규 아틀리에’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3호
(등록문화재 제134호)
권진규 <마두> 1969년
권진규 아틀리에는 권진규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959년에 직접 설계ㆍ건축한 곳으로, 1973년 작고할 때까지작품 활동을 했던 공간이다. 이곳은 2006년 권진규의 여동생 권경숙이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 기증하여,1년여의 보수ㆍ복원 공사를 거쳐 일반인에게 시민문화유산으로 개방되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참여를 통한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보전되고 있는 아틀리에에서는 시민 참여 문화 행사와 정기 개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또한 가족들이 생활하던 살림채는 권진규의 예술 정신을 잇기 위한 창작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