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을 다녀와서...
도반님들과 창원불교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지 일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1기가 성주사 신행 단체에서 차츰 자리매김하면서 인연의 깊이도 세월의 담을 허물 정도로 깊어졌음에 의심하지 않는다. 이 인연을 매개로 일년을 기념 삼아 부처님 뇌 사리 봉안 도량 봉정암에 가기로 도반들과 합의하였다.
원(願)을 세워도 인연이 닿지 않으면 가지 못한다는 봉정암.
* 오색매표소 ~ 설악폭포 ~ 제 1쉼터 ~ 제 2쉼터 ~ 대청봉 ~ 소청봉 ~ 봉정암 ~ 영시암 ~ 백담사 ~ 용대리 주차장 *
순례코스 계획이 잡히자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라는 상식 때문에 부담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느껴졌지만 각자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는 도반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거운 생각들이 다소 해소되는 듯도 하였다.
드디어 10월 1일 새벽 5시 적멸보궁 봉정암으로 출발...
칙칙한 날씨 때문에 일기예보에 촉각이 곤두서고...창녕 즈음 왔을까...빗방울이 떨어지는데...아이고~ 우야몬 좋노...슬그머니 걱정이 올라오고...부처님 좀 도와 주이소...!
이런 염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단양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는 비 그치고, 비 온 뒤 청량한 공기의 보너스까지, 당연히 기분 업!...이 기분으로 오색으로 출발, 평소보다 20분 빨리 도착, 민첩한 11기 보살님들과 처사님들 덕에 된장국과 깻잎, 국물 김치로 맛있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 남설악 매표소에 도착하여 배낭 점검을 하고 산행 시작~~
모두 설악은 초행이고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가파르고 대부분이 돌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산행 시작 10여분이 지나면서 모두들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비오듯 예상했던대로 무척 힘들어 하시는 우리의 보명님!, 나중에 보명님의 영양으로 보충될 사과와 오이는 내 배낭으로 옮기고 명원님이 보명님의 배낭을 대신 메기로 했다. 그리고 또 조금우려했던 우리의 행님아 현덕님, 무릎 고장까지 겹쳐서 긴장했었는데 모두 현덕님의 부드러운 산행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시방 여쭙노니, “행님아! 산 오르기 전에는 나한테 엄살 떤 겨?”
가파른 등산로는 끝이 없어 보였으나 기기묘묘해서 아름답고 화려한 설악은 등산의 힘이 되었고 절로 절로 탄성이 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산을 말하고 싶은 사람은 설악을 다녀오라 말하고 싶어진다.
제일 먼저 출발한 무연님의 젊은 혈기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제 1쉼터에서 현덕, 혜조심, 정명심님이 먼저 출발하는 걸 보면서 나는 잠시 가을 설악의 산빛과 물빛, 그리고 설악의 하늘에 취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들이 주는 감동에 싸아~한 아림까지 한 가슴으로 받아내기에는 너무 벅차 눈을 감아버렸다. 이런 저런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이어 도착한 일명, 명안, 진공, 진혜성, 청명화 님이 후미 그룹의 두 분이 무척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눈앞으로 부처님의 진신 사리탑을 향해 오르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 허리가 반 휘고 나무 지팡이에 의지해 쉬엄쉬엄 오르는 노불자(老佛子)들의 모습은 또 한번의 감동이었는데 불교를 지탱하는 지팡이요, 힘이라 생각했다.
모두들 힘들어 하면서도 대청봉을 향해서 산행은 계속되었고 자연의 힘에 잘 적응된 키작은 나무들을 보면서 정상이 그리 멀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주변의 야생화, 11기 보살님들을 닮은 모습으로 야트막히 자리 잡고 있었다.
드디어 대청봉에 도착, 나의 태초의 세계를 만난 듯한 가슴 벅찬 엄숙함과 장엄함에 경의를 표했다. 먼저 도착한 젊음의 대명사 무연, 그리고 현덕, 혜조심님과 합류하여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소청봉으로 내려오는 동안 안개가 걷히면서 현묘한 기암절벽과 단풍의 조화를 만끽했다.
1시간 30여분 후 봉정암에 도착, 1400여년 동안 절벽위에 자리 잡고 있는 불 뇌사리 보탑과 절벽 밑에 자리 잡은 봉정암을 보면서 새삼 놀라고 성지 순례의 행렬과 마당 가득 메운 불자들을 보면서 나의 신심도 점검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서둘러 저녁 공양, 봉정암의 미역국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진정한 인생의 참맛을 모른다는 스님의 말씀을 새기면서 공양을 끝내고, 많은 사람들로 번잡했기 때문에 우리 일행의 배낭과 잠자리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무연님이 조심스레 추천한 불 뇌사리탑 바로 위의 바위 위에다가 염치 불구한 중생들의 행동에 부처님께 살짝 양해를 구하고 뭔가 또 2% 부족한 것 같애서 애교진언까지 올리고 난 뒤 텐트를 쳤다.
모두 불 뇌사리탑 앞에서 삼배와 백 팔배와 함께 근기와 방편에 따라 기도를 했다. 그리고 나는 명원거사와 저녁예불에 동참하기 위해 법당을 찾았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자리 잡고 있는 불자들을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자로서의 뿌듯함이 다른 때와 사뭇 다르게 와 닿았다. 법당 바깥에 서서 천수경 봉독과 정근 스님 법문, 노전 스님의 우렁한 목소리와 힘찬 목탁소리를 들으니 쌓였던 피로가 일시에 물러나는 듯 했다.
일부 도반님들은 텐트속에서 잠을 청하고, 일부는 근기와 방편따라 나름대로 기도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명안, 진공과 함께 잠을 포기하기로 하고 불 뇌사리탑 철야 정진 법회에 참석했다. 그런데 아뿔사! 가을밤 깊은 산의 날씨 변덕을 우째 감당할꼬! 신묘장구다리니경 봉독과 정근으로 12까지 견디고 나니 더 이상은 고문이었다. 아지트로 돌아와 보니 보살님들의 텐트는 이미 가을 밤에 묻혀 조용하고 거사님들의 텐트 안을 보니 7인용 텐트라 만만찮았지만 이슬만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어쩌랴, 온 몸을 구겨서라도 들어가는 수 밖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또 한 번 깊은 산중임을 실감하고 불 뇌사리탑에서 들려오는 기도 소리를 꿈속으로 흡수하면서 한 시간여의 새우잠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새벽 2시쯤 무연님의 기상 소리에 모두들 무거운 몸을 추스려 세수하고, 새벽 3시 도량석과 함께 시작된 예불, 어렵사리 부처님 영단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새벽예불에 임했다. 노전 스님의 초성이 얼마나 힘이 있고 우렁찬지 어둠의 새벽을 꽝! 하며 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우주를 끌어 당기는 듯한 힘 같기도 하고... 무거운 눈꺼풀의 무게는 달아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혜조심, 정명심, 수월심,은 불뇌 사리탑에서 108배 정진수행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텐트를 철수, 불 뇌 사리탑에서 삼배를 하고 종무소 앞에서 아침 공양을 기다렸다.
종무소 앞에서 구전 스님의 집도 아래 아침체조, 각 신행단체 안내 방송을 들으며 나름의 체계가 있구나 하는 생각과 천오백여명의 공양 준비로 분주한 공양간의 모습을 보면서 이 많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생전에 한 번 오기 힘들다는 봉정암에 모였을까 하는 생각으로 아침을 맞았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산사 뒤의 기암괴석을 보면서 나도 모를 탄성이 올라 왔다. 부처님 상을 닮은 바위, 합장하는 손 모양 바위 등등...공양을 하고 백담사로 하향산...
일명 깔딱고개에서 내려다본 예쁘게 물든 단풍과 기암괴석의 조화, 연녹색을 머금은 계곡물빛의 청량함, 모두 탄성으로 답례했다. 그리고 아래로 아래로, 피로가 몰려왔음인지 계곡으로 끝없이 이어진 듯한 길이 지루하다 여겨지기도 했다. 백담사 1.8km지점에서 땀을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백담사에 도착, 부처님 전에 삼배하고 백담지구 마을 버스로 백담사 주차장으로 출발, 백담사 주차장까지 7km 걸어가면 1시간정도 걸릴 거리.. 버스가 5대 운행 1대에 32명씩 두 당 얼마에 15회 정도 운행 하면 수입은 얼매? 머리속이 별 걸 다 계산하는 동안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
주차장 주변의 봉정식당에서 동동주 한 잔과 함께한 점심 식사는 꿀맛! 모두들 그 유명한 봉정암을 무사히 다녀왔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에 조금은 들 뜬 모습들이었습니다.
자~ 이제 집으로 출발~ 탑승하자마자 모두들 동동주 탓인지 피곤이 누적돼서 그런지 금새 곯아 떨어졌습니다...두어 시간 자고 난 후 “봉정암”이라는 KBS 스페샬 테잎을 보면서 모두들 환희심 가득한 얼굴이었습니다. 일명, 종명, 혜오, 현덕, 명안, 명원, 진공, 보명, 무연, 혜조심, 진혜성, 정명심, 청명화, 수월심!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도진..()
첫댓글 어머머....우리 봉정암순례 코스랑 똑같네요~저희들은 10월14~15일 다녀왓는데...단풍이 끝내줬답니다.우리의 신심을 심판당한(?) 봉정암..............잊지못하죠~~도진거사님 성불하십시오~~()
좋은데 다녀 오셨군요..단풍빛도 좋았지만 유독 푸른 하늘과 쪽빛 계곡이 아직도 눈에 서~언 합니다
보명님 멋쟁이! 아자! 힘내시고...도진님, 보명님의 영양식, 오이랑 사과 잘 챙겨드렸지요? 혹시 인 마이 위장?ㅋㅋㅋ
청정행언니랑같이갔다왔는데요,다들 대단하세요.저는 컨디션이엉망인관계로 내스타일이아니라면서 기도를 못했답니다. 봄에는 꼭 기도를 해보려고요, 내러오는 설악은 여기가바로 천상이지 싶었답니다.성불하세요..
봉정암을 가려면 따로 준비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일종의 체력단련 같은.. 저도 꼭 한번이라도 갈 수 있는 인연이 닿아지기를 바라면서 길고 자세한 체험문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