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우면산 산사태 피해를 입은 한 아파트 앞에서 28일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서울·경기
지방에서 많은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산이 무너지는 것을 먼저 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나 먼저 안 사람은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사람에게 위험을 알려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상법에는 그것이 금지되어 있다면 누가 믿을까?
자세히 살펴보자. '예보'란 관측결과를 기초로 한 예상을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기상법 2조 9항). 또 '특보'란
재해가 발생될 것이 예상될 때 이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거나
경고를 하는 예보를 말한다(10항).
그런데 예·특보는 기상청장만 할 수 있다. 예보
사업자로 허가받아도 예보만 할 수 있고 특보는 할 수 없다(기상법 17조).
이 조항들에 의하면, 국민은 산사태가 쏟아져 내리는 것을 목격해도 '곧 우리 동네에 닥치겠다'거나, '위험하니 대피하라'는 등 알리면 위법이 된다.
문자적 해석은 분명 이러하니 악의적 해석이라 몰 일이 아니다. 반대로 악의적 입법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 조항들은 국민이 가진 예·특보권을 강탈·독점하기 위해 1987년 정부가 기상업무법을 개정하면서 포함시켰다.
그후 기상청장이 예보사업자의 등록을 허가하고 취소하는 법마저 추가되니 (기상산업진흥법 8조) 독점체제는 확고부동하다.
이런 독점이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 첫째로 기상재해의 피해를 키웠다. 재해를 감시하는 눈은 많을수록 좋은데, 미국과 일본은 눈이 수백~수천
개인데 비해 대한민국은 단 한 개(기상청)다.
그래서 기상청이 무너지면 전국이 무너진다. 지난해 9월 21일 서울 홍수에 이어 지난 27일 서울 도심의 홍수 및 산사태는 감시하는 눈이 적어 늑장 대처하게 된 좋은 예이다. 가뭄문제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가뭄이 발생하지 않고 7년이 지나간 적은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다. 그런데도 기상청 특보규정에는 가뭄이 없고, 국민이 특보하는 것은 법으로 막혀져 있다.
둘째로 예보기술의 발달을 저해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기상사업자가 사운을 걸고 예·특보의
신기술을 개발한다. 기상청과 경쟁하여 이기면 고객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기상청을 이길 수도 없고, 이겼음을 증명할 방법도 없다.
독자적 예보기술을 개발해도 기상청장의 허가가 없으면 사장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발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셋째로 기상 예보관의 꿈을 뺐었다. 경쟁이 없으니 누가 예보를 잘하는지가 나타나지 않고, 그러니 예보를 잘해서
승진해 볼 꿈은 꾸지 않게 된다. 예보 잘하는 사람보다 사업
만들기, 예산 따오기 등에 유능한 사람들이 더 많이 승진한다.
실제로 5개 지방기상청장 자리에 예보관 출신이 2명 이상 보임된 적이 별로 없다고 알려진다. 이런 현실에서 예보관이 무슨 꿈을 더 꾸겠는가?
넷째로 기상산업 발전도 봉쇄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연간 수조 원의 기상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예·특보로 민·관이 경쟁하는 체제 덕분이다.
한국에서는 기상청이 예보사업자에게는 특보를 못하도록 족쇄를 채워 놓고, 동네 구석의 예보까지 공짜로 제공한다. 예보사업자의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극도로 영세해진 상태에서
한미 FTA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수천억 기상시장이 고스란히 미국 기상사업자들에게 접수될 테니 통탄할 일이다.
미국 사업자들은 한국에서
마음대로 특보를 할 것인데, 한국 사업자들은 왜 못하게 하는가? 그러면서 기상산업 진흥이 정부 정책이라고?
억지로 물길을 돌리려 하면, 기상이 재해로 돌변하거나 피해가 생긴다. 서울 우면산 산사태가 바로 그런 예다.
따라서 정부가 예·특보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물길을 바르게 하는 일이다. 시간도 많지도 않다. 한미 FTA가 시작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실행해야 한다.
변희룡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 9면 | 입력시간: 2011-07-30 [16:29:00]
첫댓글 잘못된 법은 변회장께서 서둘러 바로 잡길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