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아산
어림마을에서 호남정맥 종주를 하는 등산객들을 내려준 산악회버스를 타고 887번지방도로와 15번국도가 만나는 원리삼거리에서 내려 시퍼렇게 안광을 품어내는 견공들을 물리치며 화순군과 곡성군의 경계가 되는 성덕재까지 올라가서야 잘못온 것을 알아차린다.
거꾸로 15번국도를 타고 텅빈 도로를 한동안 걸어 고갯가의 백아산관광농장을 지나서 표시석이 서있는, 백아산행의 들머리가 되는 덕고개를 찾기는 하지만 아까운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해 버려 마음이 쓰려온다.
임도처럼 넓직한 황토길을 따라 어둠에 잠겨있는 무덤들을 지나고 너덜사이로 나무계단길을 올라가면 여명이 밝아오며 부지런한 산새들의 노래소리가 들려오고 솔바람이 상큼하게 불어와 땀을 말려준다.
농장에서 이어지는 길과 만나 시대와 이념의 희생자들이 서로 총칼을 겨누었을 가파른 산길을 허겁지겁 힘겹게 올라가니 뾰족한 백아산 정상부가 실루엣으로 모습을 나타낸다.
여기저기 솟아있는 흰 암벽들을 보며 암릉을 휘돌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철계단을 타고 마당바위로 올라서면 분지처럼 패인 헬기장에 쓰러진 초소와 무덤이 보이고 엉터리 정상오석이 세워져 있다.
사방으로 조망이 트이는 바위위로 올라서니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연봉들이 모습을 나타내고, 곡성쪽으로 통명지맥의 산줄기가 잘 보이며, 정상부로 이어지는 흰바위들의 향연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너른 평원에 자리 잡은 약수터를 지나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진달래들을 보며 지능선상의 여러 기암들을 보고있으면 역시 우리의 산봉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이 들고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험한 천불봉을 우회해 바위들을 넘고 주위의 조망들을 즐기며 키낮은 소나무들이 서있는 암릉을 따라가니 산죽사이로 넓은 등로가 이어진다.
바위들을 잡으며 정상오석이 서있는 백아산(810m)으로 올라가면 역시 조망이 확 트여서 우뚝 솟은 무등산이 듬직하게 보이고 멀리 모후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와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 백아산 실루엣
▲ 마당바위 정상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천불봉과 백아산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남쪽 암릉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통명지맥의 산줄기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모후산
▲ 약수터 위의 암릉
▲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당바위와 천불봉
▲ 백아산 정상
▲ 백아산에서 바라본 무등산
▲ 백아산에서 바라본, 오른쪽의 모후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매봉
거센 바람을 맞으며 거침 없는 조망을 휘휘 둘러보다 멀리 능선상의 정자를 겨냥해서 암릉들을 타고 정상을 내려가니 진달래로 단장한 완만한 육산길이 이어진다.
문바위삼거리의 산불초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왼쪽으로 꺽어 암릉들을 우회하며 철근들이 박혀있는 등로를 내려가면 곧 좋은길은 회차장으로 방향을 바꾸고 앞에는 빽빽한 산죽숲이 기다린다.
흐릿한 족적을 찾아 묵은 먼지가 풀풀 일어나는 울창한 산죽들을 이리저리 헤치며 봉우리들을 넘고 키를 넘는 산죽들을 몸으로 밀고 뚫는다.
헤엄치듯 앞을 막는 쓰러진 나무들을 제끼며 봉우리들을 넘고 남쪽의 지능선으로 잘못 내려가다 왼쪽으로 흐르는 마루금을 발견하고 돌아온다.
2km 정도의 거친 산죽숲을 1시간 30여분이나 걸려 통과하고 차일봉쪽의 능선갈림길로 올라가니 반갑게도 따라가기님의 가칭 '모후지맥' 표지기가 걸려있어 길을 확인해준다.
끊임 없이 나타나는 산죽들을 헤치며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마루금을 잘 찾아 임도를 건너고 진달래와 가시덤불들이 혼재한 흐릿한 산길을 봄노래를 흥얼거리며 올라간다.
구슬땀을 흘리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 왼쪽으로 427.7봉이 갈라지는 봉우리를 넘고 좌우로 길이 흐릿한 안부인 후루목재를 지난다.
나뭇가지사이로 우뚝한 매봉을 바라보며 적막하고 지겨운 산죽길을 힘겹게 따라가면 어느 산님이 흘린 맨소래담 연고가 땅에 뒹굴고 있어 무릎이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연민의 마음이 슬며시 떠오른다.
한동산이 잘 보이는 무덤봉을 지나고 급한 낙엽길에 쭉쭉 미끄러지며 나무들을 잡고 매봉(650m)으로 올라가니 억새 울창한 공터가 있고 지나온 백아산의 암벽들이 잘 보인다.
▲ 임도
▲ 무덤봉에서 바라본 한동산
▲ 매봉 정상
- 밤실산
노치쪽으로 피라미드처럼 솟은 647.5봉을 바라보며 남쪽으로 내려가 서쪽 능선을 따라가다 능선갈림길에서 남쪽으로 길이 없는 사면을 뚝 떨어져 내려간다.
간벌된 나무들이 걸기적거리는 능선길을 만나 온갖 짜증을 부리며 삼각점(독산434/1985재설)이 있는 411.2봉을 넘고 조금씩 봉우리들을 우회하는 사면길을 따라간다.
발목을 잡아채는 녹슨 덫 하나를 집어 던지고 딱은지 얼마 안되는 가파른 임도를 만나 521봉갈림길에서 남쪽으로 꺽어져 지겹게 나타나는 산죽숲을 헤친다.
산죽과 진달래꽃으로 화사하게 단장한 암릉을 지나고 앞에 밤실산으로 이어지는 산봉들을 바라보며 철조망이 쳐진 봉우리에서 뚝 떨어져 내려간다.
간벌된 나무들을 피해가며 오래된 밧줄들이 걸려있는 가파른 산죽숲을 헤치고 올라가면 힘이 들고 땀은 연신 흘러 눈으로 들어간다.
둔덕에서 남서쪽으로 꺽어 지형도상의 밤실산(597.9m)으로 올라가니 삼각점은 물론 아무것도 없고 단순한 봉우리에 지나지 않아 그만 허탈한 마음이 생긴다.
철조망을 넘어 바로 앞의 공터가 있는 봉에서 잠깐 점심을 먹고 다음의 봉우리(약590m)를 왼쪽으로 우회해서 산죽숲을 내려가면 다시 우회길이 나타난다.
우회로를 따라가다 역으로 달성서씨묘가 있는 둔덕으로 올라 능선이 안보여 긴가민가 하다가 내려가니 벌목들에 가려졌던 뚜렸한 산길이 나타난다.
길좋은 남동쪽으로 따라가다 돌아와 선답자의 표지기 한장이 걸려있는 오른쪽 사면으로 꺽어져 위에서 잠깐 모습을 보였던 넓은 헬기장을 지나고 곧 묵은 임도에 검은 케이블선이 넘어가는 운암재로 내려선다.
▲ 덫
▲ 운암재
- 모후산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이정표가 쓸쓸히 서있는 임도를 건너고 22번국도를 내려다보며 운암터널 상단을 지나서 가파르게 능선을 올라가면 삼각점(독산475/1985재설)있는 504.3봉이 나오는데 비로서 일반산악회의 표지기들이 몇개 붙어있다.
송전탑을 지나서 간벌된 나무들이 널려있는 운월재를 건너 진땀을 흘리며 힘겹게 둔덕으로 올라가니 능선 끝에 운월산이 우뚝한 모습으로 서있다.
뾰족 솟은 모후산을 바라보며 간벌된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산길 따라 운월산(671.5m)으로 올라가면 묵은 헬기장에는 불피운 흔적이 있고, 삼각점은 보이지 않으며, 누군가 표지기에 모후산까지 2시간이라 적어놓아 기운이 난다.
멧돼지들이 갈아엎은 잘나있는 산길 따라 삼각점(독산476/1985재설)이 있는 679.9봉을 넘고 지그재그로 급하게 떨어지는 산길을 내려가 정자 한채가 서있는 유치재를 건넌다.
산죽사이로 넓게 딱여진 등로 따라 힘들어하는 양다리를 채근하며 잘 정돈된 무덤 한기를 지나고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에서 지나온 산줄기를 가늠해 본다.
연신 옅은 기침을 해가며 철계단을 지나고 목책 쳐져있는 암릉에서 주암호와 조계산을 바라보다 거세게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산죽사이를 서둘러 올라간다.
땀방울을 쏟으며 헬기장에 커다란 정상석이 서있는 모후산(919.8m)으로 올라가니 이정표와 또다른 작은 정상석이 서있지만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용문재쪽으로 등로가 뚜렸하게 나있다.
▲ 운월재
▲ 간벌지대에서 바라본 모후산
▲ 운월산 정상
▲ 유치재로 내려가며 바라본 모후산
▲ 유치재
▲ 모후산 정상
▲ 모후산에서 바라본 집게봉과 막거리재
▲ 모후산에서 바라본 운월산
- 유마사
지나온 산봉들과 주암호로 맥을 다하는 모후지맥의 산줄기를 바라보다 텅빈 정상을 떠나 집게봉과 막거리재로 이어지는 마지막 능선을 따라간다.
반질반질하게 나있는 숲길을 지나 이정표가 서있는 중봉을 넘고 어디선가 즐겁게 들려오는 일가족의 도란거리는 말소리를 들으며 전주최씨묘가 있는 집게봉으로 올라가면 지맥은 왼쪽의 막거리재로 꺽어진다.
밑으로 유마사를 내려다보며 직진하는 등로 따라 암릉들을 우회해서 잘나있는 능선길을 타고 스러져가는 폐무덤 한기를 지난다.
급한 너덜길을 건너 사찰내의 도로로 떨어져 유마사를 우회해 한적한 임도를 지나 마을의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궂은 봄바람에 새마을깃발들만 펄럭거린다.
한켠의 수돗가에서 대강 산죽때를 딱아내고 마가목주를 따라마시며 하루에 4번 들어온다는 군내버스를 유유자적 기다리고 있으면 절위로 모후산의 뾰족한 정수리가 빼꼼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원래 어림마을에서 계속 가야하는데 대장님의 훈수로 차를 돌려 거꾸로 갔더니 편도 12km가량 나오더군요. 가도가도 북면은 안나오고, 도로삼거리가 북면인지 알고 내렸다가 엉뚱한 곳까지 올라가 다시 빽하고...^^ 미리 알았어도 너무 미안해 그냥 내렸을 겁니다. 유둔재까지 산행 잘 하셨지요? 남은 구간도 무탈하게 가시기 바랍니다.
강수량이 많을땐 백아산도 휴양지로는 일품인곳이죠.2,3년전까지만 해도 비구니들이 거쳐하는 유마사는 아주 오지에 가까웠는데 개발을 너무해서 절터도 튼실해져버렸고 곳곳에 지자체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어서 온통 먼지투성입니다.모후산은 지금 몸살중이죠^^ 고려때 산삼재배지 감투쓰는바람에..
첫댓글 하도 바삐 달려가니 숨넘어 갑니다...감기 걸리신듯 하던데...
산행중에 옅은 기침이 나고, 터미널 근처 중식집에서 고급짬뽕(6000원)을 시켰는데 굉장히 매워서 간신히 먹었습니다. 그후 목이 붓고 아프더군요. ^^ 오늘 조깅도 못했습니다.
년식은 못속입니다...쉬엄쉬엄 다녀야겠습니다...며칠 푹 쉬는것도 전략입니다. 김연아도 시합전 이틀을 쉬었다는데 ㅎㅎ
남쪽 화순이라서 낮겠거니 생각했는데.. 저의 생각과는 달리 산들이 엄청 높네요. ^^
언제 함 가보세요. 백아산은 정말 멋집니다.
재미있게 산행기를 읽고 갑니다.생각보다는 높은산들이 있었네요.그리고 길없는 길들을 가시느라~~붓글씨의 달인이 쓰는 큰 획처럼,마지막 마무리 글들이 멋집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원래 어림마을에서 계속 가야하는데 대장님의 훈수로 차를 돌려 거꾸로 갔더니 편도 12km가량 나오더군요. 가도가도 북면은 안나오고, 도로삼거리가 북면인지 알고 내렸다가 엉뚱한 곳까지 올라가 다시 빽하고...^^ 미리 알았어도 너무 미안해 그냥 내렸을 겁니다. 유둔재까지 산행 잘 하셨지요? 남은 구간도 무탈하게 가시기 바랍니다.
강수량이 많을땐 백아산도 휴양지로는 일품인곳이죠.2,3년전까지만 해도 비구니들이 거쳐하는 유마사는 아주 오지에 가까웠는데 개발을 너무해서 절터도 튼실해져버렸고 곳곳에 지자체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어서 온통 먼지투성입니다.모후산은 지금 몸살중이죠^^ 고려때 산삼재배지 감투쓰는바람에..
평소 가보고싶은 산들인데 사진과 글로나마 잘보고 갑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예~~ 좋은산들입니다. 한번 다녀오십시요.
좋은 곳을 다녀 오심에 축하 드려요 ^^^ 대단히 작정해야 다녀올 수 있겠습니다. 좋은 공부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