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성국(海東盛國) 봉화 땅에 가을 잔치 벌어졌다
웅주거읍(雄州巨邑) 정향봉화(情鄕奉化) 예로부터 맑은 인심
수려한 산촌경개(山村景槪) 곧은 절개 뚝심으로 가난 설움 다 떨치고
안빈(安貧)을 도락(道樂)으로 순천(順天)하며 살았는데
시절 가고 세월 변해 저마다 각(各)진 인생 모난 목숨
살다보니 팍팍한 이승길에 호박돌 박혔구나
그래도 백중(百中)맞이 머슴날 아니라도 골골이 몰려나온
시름겨운 농투사니 각성(各姓)받이 살가운 이웃 한데 모여
쿵짜라 작작 얼쑤덜쑤 신명난다
오살할 놈 비바람에 논틀밭틀 물옴 터도 비온 뒤 땅 굳듯이
솔솔 새살 돋아나듯 좋은 끝날 오리라고 굳게 믿어 다짐하고
고추 포대 내던지고 뿔[붉]나무 이파리 단풍 취하듯
흔전만전 놀아보세 타관객지 물설은 얼굴도 오늘만은 백년손님
이리저리 뒤엉켜도 오사리잡놈 한평생인데 무어 그리 애닯다고
저녁 굶은 시어미상인가 이리 와서 내 잔 받고 저리 가서
네 술 먹세 일장추몽(一場秋夢)도 동살 트면 저승사자 잡아끄네
불꽃놀이 횃불 삼아 천변정담(川邊情談) 쌓아보세
일 표고 이 능이(能珥) 삼 송이(松珥) *꼬지라도 송이 송이
눈꽃송이 엄동설한 알 까기 전 봉화 송이 제맛이라
북지리 마애불(磨崖佛) 서동리(西東里) 삼층석탑 구마동(九馬洞)
계곡 물길 칠 십리 양반 고혼(孤魂) 다 굶어죽었다 깨어나도
그리울 손 덕담(德談) 곁들여 노나먹는 실송이 가는 정이
조지고 부시는 코쭝배기 행짜보다 골백번 낫고지고
꼭꼭 숨어라 송이대가리 기둥서방 찾아헤매도 자취없는
자라좆인가 백로(白露) 지나 건들바람 일자(一字)기별 없더니만
울아버지 도래솔 무덤가에 빙글빙글 줄송이 떼송이 천지빼까리로
늘어섰다 살아 생전 다문 미소 이제사 떠오른다
삼동(三冬) 넉동 얼음바람 말씹 트는 꽃샘바람 반갑잖은 비바람
솔솔 부는 갈바람 맞고 스멀스멀 기어올라 작대기로 들추어내니
천하명품(天下名品)이 따로없다
좆같이 생긴 놈이 그중 으뜸 상품(上品)이야
등외(等外)로 해뜨고 저무는 각다귀같은 우리 인생
어정칠월 동동팔월 작달비에 박살나고 추분(秋分) 지나
송이 가뭄에 땅거죽 써늘해도 제철 맛은 보아야지
잠방이 흠씬 이슬 먹고 산 내려온 우리 할배
다래끼 가득 능이 송이 늦둥이 청호박 숭숭 썰어
밥상머리 반상(飯床) 향기 코끝 아찔 했었는데
한 송이 두 송이 산등 타고 넘는 고개 북망(北邙) 극락(極樂)
여일(如一)한데 땀 송송 시름 송송 새털구름에 날려가고
대목 잡은 오늘 행보 죽기까지 이고 갔으면
누구는 송이 앞세워 한밑천 본다지만 내 오늘 박주(薄酒) 조주(粗酒)
도화주(桃花酒) 삼아 취흥 절로 오르는데
여인 속곳 살냄새 아뜩한 생(生)송이 깨무는 맛
사람살이 그만이라
*연달래 피는 양지뜸에 세발고사리 올라오듯
우리 서방 첫날밤에 양기 불끈 솟아나듯 쭉쭉 뻗어 올라타게
딱딱한 물건 뼛성내도 눌러주는 밤이 좋아
영글대로 영근 놈이 색시 잡기는 최고란다
우리 가는 신작로(新作路)길 판판대로 거칠 것 없어도
왜 이리 한숨만 나는걸까 풀죽어 시들어버린
퍼드래기 꼬락서니도 몰락한 청산(靑山) 왕조 헤픈 손
내밀지 않아 곧 죽어도 송이란다
물푸레나무 낭창 서슬에 설설기는 청설모[靑鼠毛]야
호랑이 없는 골에 잔재주로 뽐낸다만 가는[細] 목숨 한철인데
내 몫까지 거두어가나 펄펄나는 권세라고 천년 만년 갈줄 아나
유박백세(流芳百世) 하려거든 제 분수껏 살다가소
귀뚤귀뚤 귀뚜리야 처량하게 울지마라
네가 울면 가시는 님 발걸음이 무거울라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엎어지고 자빠지고 깨지는 따라지 끗발
독야청청(獨也靑靑) 세워주고 송이 산태(山汰)로 돋궈주소
만고(萬苦) 설움 뿌리째 뽑아 휘휘 도는 낙동강물
훠어이 훠어이 던져주소
일촌광음(一寸光陰) 살같은 세월 보짱 편히 못살다간
구천(九天) 떠도는 유랑 영혼 고이 가소서 비나이다
비손할 적에 깊어가는 축제 한마당 알싸하게 흔뎅이고
내성천교(乃城川橋) 청사초롱 바람 속으로 펄럭인다
첫댓글 소인님 청량문화제 백일장의 날 우리 만나요. 송이 사설 더 듣고 싶네요.
비 많던 올해 명절까지 겹쳐 너무 쉬었습니다. 공수로 먹고사는 노가다 하루가 바쁘군요^^... 애쓰시는 회장님, 사무국장께 늘상 미안해 숨고만 싶고... 말대신 한 자 적었습니다.
소인님! 한잔 하고보니 그리워 지기도 하고 같이 일포 했으면 하는 생각 간절 하옵고 여인의 살냄새 = 생송이 냄새로 안주하고 싶소이다.
박재수님, 반갑습니다. 조석으로 찬기운이 소주 한 잔하기에는 딱입니다. 얼큰한 기분에 내성천 다리에 서면 취흥은 배가 되더군요. 언제 뵙지요.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