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나더라구요.
갑작스런 일 때문에
언니의 호출을 받아 대구를 다녀오는 길이었지요.
고령IC를 빠져 나와
요즘 한참 인기리에 방영중인 '금순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해인사 거창방향으로 좌회전을 받는 신호등 앞에 서있는데
갑자기 차가 멈춰서서 꼼짝도 하지 않는거예요.
침착하자! 침착하자!를 되뇌며
차근차근 차를 움직여보아도 한 번 멈춰서버린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고 영락없이 길 위에서
깜깜한 어둠속으로 갇혀버린겁니다.
간혹 고령IC를 빠져나와
멈춰버린 소리새의 자동차 뒤에서 빵빵거리던 차들이
소리새의 손짓에 의해 돌아가기를 몇 번...
어둠은 밤을 향해 부지런히 날개짓 하고
스치며 지나가는 차들의 굉음과 불빛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조급해지더이다.
다시 한 번 시동을 걸어
드라이버에 놓고 시도를 해 보아도
자동차는 '나 잡아 잡숴!'라는 식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
...
차 창문을 내린 어둠속에서는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벼락이 치는 듯 불빛이 번쩍거리기를 몇 번...무섭기도 하고
예술원으로 가려면 40~50분은 더 달려야 할텐데...
참으로 난감하기만 하더라구요.
예술원에 있는 회몽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후진했다가 다시 시도해 보라고...
아무리 다시 해 보고 해 보아도
여전히 자동차는 꼼짝도 하지 않더니
기적처럼 조금 움직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좌회전을 해서
다른 차들이 달려도 사고가 나지 않을 법한
길 가장자리로 차를 안전하게 옮겨놓고
차에서 내려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칡흙같았습니다.
그 흔하게 보이던 별들도 꼬리를 감춘 모양입니다.
휘뿌옇게 구름이 내려앉아 있는 모습이 어둠속에서도
스쳐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을 통해 볼 수가 있었습니다.
회몽님이 동부화재의 '프로미'에 전화를 해 주었습니다.
한 10여분 있으니 고령렉카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10여분 기다리시면 그곳으로 출동하겠습니다.'라고..
기다리는 시간은 참으로 지루했습니다.
성모송을 외웠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그래도 성모송을 외면서 기다리니
기다리기가 한결 나았습니다.
성모송을 외우고 있노라니
졸업연주회때의 생각이 나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대중들 앞에 서서 노래한다는 것이
참 어려워 두렵기까지 하지만
그 때는 정도가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졸업 연주회 무대에 섰는데(곱게 단장하고...귀걸이까지 완벽하게 달고)
노랫말은 커녕, 일 이층에 가득 앉아 있는 청중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눈앞이 캄캄하고 머리속이 하얀 것 같아
무대에 서서 그저 가만히 그렇게 서 있을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른손 안에서는 작은 묵주가 쉴 사이 없이 돌아가고
입 안에서는 성모송이 ...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요?
빼곡히 앉아있는 사람들의 윤곽이 서서히 보여지더라구요.
먼저 멀리서 보러 와 주신 신부님의 모습이 보이더니
저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
그리고 많은 다른 분들의 모습이 소롯이 눈 안에 담겨왔을 때서야
반주자에게 신호를 보내고 모기같은 소리로 노래를 시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이 홍 인식 수녀님이셨는데
수녀님께서도 저와 함께 기도를 하셨더라구요.
제가 오른손에서 묵주알 돌리는 것을 보시고는
가슴 졸이면서 말입니다.
노래를 마치고 무대뒤로 나오니
수녀님이 안아주시면서 눈물까지 글썽이셔
가슴이 얼마나 찡했는지 모릅니다.
휴~~
이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었는데
어둠속에서의 묵주기도가
학창시절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
...
성모송을 한참 외고 있는데
드디어 렉카가 도착했습니다.
렉카를 타고 합천의 1급정비공장으로 갔더니
합천정비공장 앞에 회몽님이 차를 주차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밤이 되어 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정비공장!
숙식하는 사람을 깨워
문 닫아놓은 정비공장의 문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회몽님이...
22킬로였습니다.
10킬로는 보험...무상서비스!
10킬로 초과한 12킬로는 킬로당 2,000원씩이라고 하더군요.
합천으로 돌아올 때
언니가 차에 넣어준 포도쥬스 한 박스를
회몽님이 가져온 차에 싣고
회몽예술원에 도착! 하니
'삐삐'가 좋아서 죽습니다.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집에 돌아온 실감이 느껴지더군요.
그제사 마음이 놓이더이다.
하마터면 길에서 밤을 지새울 뻔 했지 뭡니까.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우리 님들도 이런 경험 해 보신 적 있으실테죠?
첫댓글 베로니까님!!여기서도 뵙는군요..더 훈훈해집니다..
그만 왈칵 눈물이 솟구치네요... 성모송을.... 저 또한 다급할 때 어둠속에서 고요히 성모송을 기도로 불렀었죠.... 무심히 읽다가 감동 받았나 봅니다..
은빛햇살님 반갑습니다. 저희 카페에도 놀러오세요. 서화님! '기도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큰 축복인 것 같아요. 그렇죠? 아무튼 저와 비슷한 이를 만났다는 사실이 무철 반갑습니다.
네에...^^ 저두 반갑습니다. 베로니까님... 루시아라고 한답니다.
베로니까 님의 글이 남의 일 같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럴때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두려움에 하늘이 캄캄해 지지요. 저도 베로니카입니다. 서 베로니카. 이름이 같아서 더 정이 갑니다.
다연 베로니까님! 서화 루시아님! 그리고 은빛햇살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웃음가득한 행복한 추석명절 맞이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