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걷기여행[창녕터미날~우포늪일주~창녕터미날]
요즘은 해가 점점 짧아져서 걷기여행을 좀 더 일찍 출발하려고 7시 50분발 창녕가는 버스를 타려고 노포동시외버스터미날에 7시 반에 도착해보니 아뿔싸! 내가 인터넷 검색을 잘못해서 서부터미날(사상터미날) 버스시간표를 확인하였던 것이다. 노포동에서 창녕가는 버스는 아예 없었다.
부랴부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사상터미날에 도착하니 8시 35분. 얼른 8시 40분발 버스표를 사서 예정보다 50분 늦게 창녕으로 출발했다. 일단 버스에 오르니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지고 차창에 스치는 가을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제 6번째 걷기여행인데 날씨는 벌써 초겨울로 접어들었다.
창녕까지는 1시간 10분이 걸린다. 9시 50분에 창녕터미날에 도착해 보니 비교적 한산한 풍경이 여느 시골 읍내의 풍경과 다르지 않아서 친근감이 들었다. 바로 택시기사에게 길을 물어서 우포를 향해 걸었다. 날씨는 쾌청하였고 약간 쌀쌀하였으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창녕에서 우포까지는 약 9km. 샛길이 있다고 하는데 샛길은 이정표가 없어서 잘못하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 초보자는 조심해야 한다.
차들이 무섭게 질주하는 국도변을 따라 걷노라니 이미 추수가 끝난 들판에는 군데군데 마늘이 파릇한 싹을 내밀고 있었다. 창녕은 마늘을 많이 심는 것 같았다. 우포가는 길은 창녕군에서 관광테마로 개발하고 관리하는 것이라서 대체적으로 500미터마다 예쁜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어서 찾아가기가 아주 편리하였다.
우포를 1.5km 남짓 남긴 것에 왼편으로 감밭이 있었는데 감은 하나도 따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 좋아서 카메라에 담으러 갔다가 홍시 감을 실컷 먹었다. 우포 1km쯤 전에 우포생태교육원 건물이 우측으로 멀찍이 보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주차장 우측에 우포생태관이 있었고 널찍한 주차장에는 20여대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이곳이 차로만 올 수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방문자가 오늘은 별로 없는 듯 했다.
우포늪 쪽으로 들어가니 갈대숲이 나를 맞이하였다. 우포의 첫 인상은 그저 커다란 호수였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늪이 아니었다. 늪에 당도하자 50여 미터 쯤 전방의 호수 얕은 뭍에 많은 철새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을숙도에 갔을 때 에코센타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본 그런 풍경과 흡사했다. 언뜻 보기에는 개체 수가 별로 많지 않게 보였다. 시계방향으로 우포를 일주하기로 마음먹고 밥도 안 먹은 상태로 계속 걸어 나갔다. 전망대에 잠시 올라서 망원경으로 철새와 경치를 구경했다.
탐방로 좌우로 아름다운 억새숲이 펼쳐지고 나는 그 수채화 속의 일부분으로 동화되기 시작했다. 우포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데 나는 걷기로 작정하고 온 사람이니 마냥 걸을 수 밖에. 우포의 중간둑을 통해 일주하려던 계획은 9시 방향에 당도하니 어긋나기 시작했다. 우포는 사람들의 철새에 대한 접근을 막기 위해서인지 호수 주변에 해자를 파서 건너갈 수가 없게 되어 있었고 또한 늪에는 길이 따로 없어서 길을 잃고 헤메기가 십상이었다. 결국 중간 둑으로 들어가는 초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외곽으로 건너는 징검다리를 거쳐 ‘목포둑’으로 올라섰다.
다음에 우포를 일주할 사람에게는 이 징검다리의 위치를 설명해 주기가 좀 어렵다. 우포늪에서 주는 관광지도에도 자세한 설명이 없다. 목포둑 끝에서부터는 그야말로 고행의 연속이었다. 등산을 하는 것처럼 산속을 계속 통과해야 하는데 안내표지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우포 수변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능선을 따라 산속을 헤메듯이 가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누군가 숲속을 따라 매놓은 빨간 리본이 있었다는 것. 또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것은 늪에서 해멜 때 부부간에 온 분들을 만나서 서로 상의해가면서 갈 수 있었던 것. 우포를 일주할 사람은 반드시 이 리본을 따라 돌아야 무사히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숲속은 송림이 울창하여 리본을 따라 가지 않으면 뚫고 지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숲을 지나서 소목마을에 당도하기 까지는 우포늪은 시야에서 사라졌었다. 소목마을을 지나니 우측으로 반가운 우포의 정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쪽이 더 많은 철새들이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웠다. 가다보니 감밭에서 수확이 한창이었다. 들어보니 감이 익기도 전에 냉해를 입어서 팔수가 없고 따서 가공을 한다고 한다. 2천원어치를 사서 배낭에 챙기고 홍시를 여러개 먹었다. 이 얼마나 꿀같은 맛인가. 농부는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고 하니 안터까울 따름이다.
사지포 제방을 건너다보니 왼쪽으로 사지포가 있는데 이곳에도 큰고니를 비롯해서 철새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배수장을 지나고 대대제방을 건너는데 아~ 이 제방길은 좌우로 꿈같이 펼쳐진 억새와 갈대의 군무로 보는 이들의 넋을 잃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제방의 목책도 친환경적이어서 잘 어울렸고 우측으로는 수천마리의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와 모여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맙다, 철새들아. 너무너무 반가워. 내 카메라가 3배줌밖에 못되는 디카라서 너무 아쉬웠다. 대대제방은 아주 기다란 제방이다. 그래서 대대제방이라 했나?
그런데 이게 웬 횡재인가? 대대제방을 지나서 갈림길로 나오는데 호수에 있던 많은 철새들이 수백 마리가 군무를 시작하며 요란한 울음소리로 한바탕 오케스트라를 방불케하는 향연을 펼쳤다. 나를 환영이라도 하는 듯이..... 연신 셔터를 눌러대다 일부 동영상으로 챙겼다.
창녕터미날에서 출발하여 우포를 일주하는데 걸린 시간은 총 5시간 반. 동행들과 작별하고 나니 다리가 좀 뻐근하였다. 우선 민생고를 해결해야 했다.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간판이 예쁜 ‘우포랑 따오기랑’이란 음식점에 들어갔다. 추어탕을 시켜놓고서 파카를 벗으니 내복이 다 땀으로 젖었다.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껴입고 추어탕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추어탕은 5천원인데 생각보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주인아주머니의 말을 듣자니 이 음식점은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더 잘하고 값도 눅은가 보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에게서 들은 한 가지 사실. 우포의 원래 이름은 ‘소벌’이란다.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우포를 철새도래지로 개발하면서 이름이 촌스러워서(?) 군청에서 우포라 개명을 했다는 것. 그리고 이곳 어르신들은 아직도 우포라 하면 역정을 내며 ‘소벌’로 불러 줄 것을 주문한다는 것. 참 재미있는 얘기다. 또한 우포에 대해서는 창녕군과 서울시가 결연을 맺어서 진입로 공사를 지원하는 등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3km 전방에 국도에서 진입로변에 보면 ‘서울길’이라는 표지판이 큼직하게 서있다.
창녕으로 돌아오는 길에 3km남짓 걷는데 승용차가 다가와 서는데 보니 아까 그 식당의 여주인과 직원분이다. 창녕까지 태워준다고 해서 감사히 동승했다. 그래도 오늘 하루 20km는 족히 걸었다. 창녕에서 4시 50분발 부산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고 교통체증으로 사상터미날에는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2009. 11. 21 용담 이상수 씀
자료에 따르면 우포늪은 원시적 저층 늪이 그대로 간직된 우포늪 70여만 평에 이르는 천연 늪 속에는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며 동식물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고 하며, 우포늪은 국내 최대 규모로, 천연의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어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규모
우포늪 : 경상남도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 일원 (1,278,285㎡)
목포늪 : 경상남도 창녕군 이방면 안리 일원 (530,284㎡)
사지포 : 경상남도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 일원 (364,731㎡).
쪽지벌 : 경상남도 창녕군 이방면 옥천리 일원 (139,626㎡)
좌표 : 35°33′N, 128°25′E
○우포늪 소개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늪이다.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에 걸쳐있는 70만평.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늪지에는 수많은 물풀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부들, 창포, 갈대, 줄, 올방개, 붕어마름, 벗풀, 가시연꽃 등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늪에 반쯤 밑동을 담그고 있는 나무들이 '원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발이란 미명아래 국내 많은 늪은 사라지고 이제 늪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은 국내 한 곳. 바로 우포늪뿐이다.
뭍도 아닌 물도 아닌 늪, 국내 최대규모로서 온갖 풀, 나무, 곤충, 물고기, 새 그리고 인간을 품에 안은 자애로운 곳. 원시적 저층늪을 그대로 간직한 마지막 자연늪인 우포는 산으로 둘러싸여 개발이란 탐욕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던 '생태계 박물관' 바로 그것이다.(경향신문 1996/5/30)
이젠 보존해야할 우포... 우포늪은 1997년 7월 26일 생태계보전지역1)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환경부고시 1997-66호)으로 지정되었으며 국제적으로도 1998년 3월 2일 람사르협약2) 보존습지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1999년 8월 9일 습지보호지역3) 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제 우포는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존해야 할 곳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