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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산행! 산꾼들에게는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다. 그 종주산행기록은 가슴에다 늘 달고 다니고 싶어지는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국토가 좁다고는 하지만 국토의 튼튼한 다리와 굳건한 등줄기 같은 긴긴 산줄기를 내 두 발만으로 종주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서사시가 되고 그 기록은 훈장이 될 것이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올라 종주를 시작한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흘리 진부령에서 일단락 짓는 종주 코스는 멀지만 건너야 할 강이 없다. 하지만 넘고 넘어야 할 높디높은 산과 봉우리는 수없이 많다. 백두대간은 진부령에서 향로봉을 오르고 그 다음 북한 땅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데 그 종착지점 백두산까지는 언제쯤에나 종주가 가능할 것인지.
경남 함양의 산 백운산(1,279m). 우리나라에는 ‘백운’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봉우리와 산이 유난히도 많지만 함양의 백운산만이 유일하게 백두대간의 줄기 위에 우뚝 솟아 있다. 함양 사람들에게 ‘조망이 아름다운 산’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산 백운산. 그 정상에 오르면 우리 국토의 서남녁, 내로라하는 명산들이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나 거침 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으로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100리 지리산 파노라마를 그리는 스카이라인은 당장 달려가고픈 그리움을 자아내는데, 우람한 자태의 반야봉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북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덕유 능선은 이름 그대로 넉넉하고 태평해 보인다. 그 너머로는 황석, 거망, 월봉의 줄기들이 이어지고 거창 땅 금원산과 기백산은 눈앞으로 다가선다.
동북 방향 멀리로는 가야산과 황매산도 가물거린다. 동쪽으로는 괘관산(갓걸이산·1,252m)이 백운산의 다른 한쪽 날개인 양 펼쳐져 있고 서쪽으로는 전북 장수군을 대표하는 장안산군립공원의 장안산(1,237m)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엄동설한에 백운산, 그 산자락을 둘러봤다.
금농(金農) 함양의 최고 웰빙 맛집
백운산은 경남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의 경계선상에 위치하고 있지만 장수군보다는 함양군의 산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백운산을 하나의 등산 대상으로 잡는 경우에는 함양군 백전면 대방마을이 첫 번째로 꼽히는 나들목이 된다. 함양읍내에서 이곳까지는 읍내 버스편이 있고 승용차로는 20분 거리다.
새해 들어 가장 추웠다는 날 점심 때, 대방마을에는 울산 차적의 관광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버스 앞 창에는 ‘영취산행’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함양의 산꾼들이야 섭섭한 생각이 들었겠지만 긴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산악회원들을 장수 쪽 743번 지방도 위의 무령고개에다 하차시킨 것이다. 영취산(1,076m)~백운산 구간을 주파하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대방마을에서 만나기로 한 일정이겠다.
무령고개에서 영취산 정상까지는 지척이다. 이런 일정이라면 당연히 귀환길에는 함양읍내 위천 냇가의 상림(上林)을 둘러볼 일이다. 함양에서 상림을 둘러본다는 것은 외지인들에게는 필수 코스다.
상림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의 하나다. 함양읍 서쪽으로 흐르고 있는 위천의 냇가에 자리 잡은 호안림으로,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재임 중 조성한 숲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에는 지금의 위천수가 함양읍 중앙을 흐르고 있어 홍수의 피해가 심했다고 한다.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강변에 둑을 쌓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서 지금까지 이어오는 숲을 조성했다.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다.
함양읍 운림리와 대덕리 일대에 위치한 면적 21ha, 연장 1.6km,폭 80~200m의 상림은‘최치원공원’으로도 불리는데 함양이 자랑하는 함양의 최고 명소가 되어 있다. 그만큼 이 일대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먹거리집들이 즐비하다.
상림에서 큰길 하나 건너편 교산리에 있는 ‘금농(金農·055-963-9399)’은 함양의 긍지, 함양의 최고 웰빙 맛집으로 부상하고 있는 식당이다. 외지에서 함양을 찾는 손님들이 금농에 들른 다음 남겨 두고 간 방명록을 보면 이 업소의 인기도를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듬뿍 사랑을 받는 여러 연예인이 다녀간 흔적들이 남아 있다. 안주인 권정숙씨는 이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더 잘해야 한다고 다짐하는데 함양 일대에서는 상냥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크게 소문이 나 있었다.
메뉴 생선구이쌈밥돌솥 8,000원. 아낙꽃게찜(아구,낙지,꽃게) 3만 원. 솔송주 1만 원.
전화번호 [금농] 055-963-9399
찾아가는 길 함양읍 교산리, 상림 길 건너편
보나세라 상림 건너 괘관산 주능선이 한눈에
산행길, 전망 좋은 위치에서 분위기 있는 찻집을 만난다는 것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같은 큰 기쁨이다. 찬바람, 매서운 추위에도 상림은 빠뜨릴 수 없었다. 넓게 조성해놓은 수련밭, 수많은 덕을 생각토록 하는 연꽃은 볼 수 없었지만 꽁꽁 언 저 얼음 속에서도 연 뿌리는 봄날의 희망을 준비하고 있겠지.
백무동 느티나무산장에서 문호성·조귀자씨 주인 내외가 아침상을 잘 차려 주었고 바깥주인은 읍내까지 자신의 승용차로 교통편의를 제공해주었다. 그래서였을까. 점심식사보다는 따끈한 차 한 잔 생각이 앞섰다. 눈에 들어온 찻집이 ‘금농’ 뒤쪽 ‘보나세라(Buona Sera)’다. 통나무 3층 건물이고 ‘이태리식 전통카페’라고 적혀 있다. 보나세라? 역시 나는 무식한가 보다. 영어 ‘Good Afternoon’의 이탈리아 오후 인사말도 몰랐으니 말이다.
나무 계단을 올라 3층 창가로 갔다. 아니, 이런 풍경이! 감동이다. 상림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괘관산 긴 주능선이 상림의 병풍인 양 펼쳐져 있다.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곱상한 남자가 서빙하고 있다. 잔잔한 음악 속에 딸기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명함 한 장 받아 보니 ‘좋은 오후 Buona Sera. 서정민. 055-963-8688’이라고 적혀 있다. 주인임을 밝혔다. 멋지다. 작은 판매대가 놓여 있는데 시집 몇 권 중 한 권이 눈을 자극한다. ‘다시 태어나도 내가 사랑할 당신’이 시집 제목이다. 해마다 연초면 산행으로 집을 비운다. 이 기간 중에 결혼기념일이 있다.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올해는 아내에게 러브레터 삼아 이 시집을 선물해야겠다. 찻집 이름 그대로 ‘좋은 오후, 보나세라!’였다.
메뉴 요구르트아이스크림, 커피, 전통차
전화번호 [보나세라 ] 055-963-8688
찾아가는 길 함양읍 교산리, 상림 길 건너편
원조 흥부골 남원 추어탕 추어탕은 남원의 자존심
백두대간의 남원과 장수 그리고 함양구간을 펼쳐 놓고 보면 지리산 고리봉(1,305m)에서 북향으로 뻗어간 백두대간은 1,000m대 이하로 고도를 낮춘다. 그러다가 수정봉~여원재를 거치고 고남산~봉화산~월경산을 지나 함양과 장수 사이에서 다시 1,000m 높이로 솟아난다. 그 첫 번째 봉우리(1,279m)가 백운산이다.
백두대간 종주산행의 교과서처럼 한동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이용주 지음 <백두대간 길라잡이>를 복기해본다. 저자인 이용주 서울특별시산악연맹 이사는 1998년 5월 30일 21시44분 영등포역에서 전라선 무궁화 열차로 출발, 익일 02시28분 남원역에 도착한다. 한밤중 택시편으로 잣재까지 이동하고 03시10분 산행을 시작, 치재~다리재~04시50분 봉화산으로 이어가 11시10분 백운산 정상을 밟는다. 계속된 종주는 16시40분 육십령 고갯마루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참으로 대단한 건각이다. 지난 1월 1월 광교산 자락 옛골토성에서 만나 새해 술 한잔 나누는 자리에서 이용주 이사는 당시 “혼자였더라면 한 구간을 더 달려 빼재에서 일정을 매듭짓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실로 속담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다리 찢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남원 땅을 밟아야 하는 백두대간 종주, 대간 종주만이 아니라 지리산 산행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거점이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다. 12번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넘어지면 코가 닿는다’는 거리다. 여기서 함양 땅 마천 백무동으로, 남원 땅 산내 뱀사골과 달궁마을로 들어간다. 이곳 인월버스터미널 바로 앞쪽에 있는 오성당한약방 백진종 원장은 <월간山> 20년 독자로 전국 각지의 많은 산꾼들과 끈끈한 인연이 닿아 있는 분이다. 생면부지의 산꾼이라도 그를 찾아가면 산행의 등대지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많은 지리산 둘레길 탐방객들이 자신을 찾아주었다며 즐거워했다. 살고 있는 곳이 남원 땅이라 “추어탕 맛은 보셔야지요” 하면서 안내를 해 준 곳이 ‘원조 흥부골 남원 추어탕(063-636-5687)’이었다. 업주 소재붕·이순덕씨 내외의 ‘남원추어탕’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전국 각지에 ‘남원’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추어탕집은 수없이 많다. 전화로 미꾸라지는 어디서 공급을 받는냐고 물어보면 “그거야 물론 남원이지요” 하는 대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남원?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개천에서 잡아 올리는 미꾸라지는 없다고 보면 맞는 말이다. 양식을 한 미꾸라지나 중국산 미꾸라지를 가져다 쓰는 것이 현실이다. 업주 소재붕 사장의 설명에 의하면 자신의 집에서 쓰고 있는, 인근 논에서 양식한 미꾸라지는 중국산 미꾸라지와 판이하다는 것이다. ‘맛’이 다르다는 뜻이었다.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새삼스러워지는 세태다.
메뉴 추어탕·추어만두 각 7,000원. 추어튀김 1만 원. 현지 생산 약주 황진이 7,000원.
전화번호 [원조흥부골 남원 추어탕] 063-636-5687
찾아가는 길 인월버스터미널에서 함양 마천 남원 산내방향 500m거리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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