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마량포구
비인 오층석탑 (보물 224호) 전형적인 농촌마을 한켠에 살포시 숨어 있는 비인 오층석탑을 처음 접했다. 삐죽 솟아오른 것이 꼭 가수 서수남을 보는 듯 했다. 유난히 좁은 기단위에 날씬한 몸돌에 올려 놓았는데 그 발상이 순박하기 그지없다. 몸돌이 위로 솟은 반면 지붕돌은 피자 반죽처럼 옆으로 퍼졌다. 살며시 올려 놓은 처마는 백제인의 미적감각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백제 정림사지 5층석탑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탑앞의 느티나무 그늘아래에 동네할머니가 어슬렁거리며 자리 잡았다. 할머니의 패인 주름속에서 탑의 연륜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탑을 보면서 살아 왔을까?
"할머니 젊었을 때 참 미인이셨지요?" "처녀때는 피부도 고왔지." 쪼글어든 회한 때문일가? 담배 한모금 길게 빠신다. "할머니 지금도 미인에세요. 참 고우세요." 몇 개 남지 않은 치아을 드러내며 씩 웃는 모습이 얼마나 천진난만한지 모른다...그 미소가 지워지기 전에 나는 서수남 탑을 떠났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득 품은 비인사지 5층석탑
서천 선도리 갯벌 가는 길에 멋진 보리밭을 만났다. 보리 빛깔이야말로 정말 부담 없는 색깔이다. 비록 단칸방에 한 몸을 뉘이며 가난하게 살아갔지만 동틀무렵 마당에 펼쳐진 보리밭을 바라보면 넉넉한 심성이 절로 들것이다. 1000P> 선도리 갯벌 서천에는 갯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몇군데 있다. 물이 맑고 오염이 되지 않아 재미만 들이면 바지락과 꼬막을 무진장 갤 수 있다. 그 중에서 선도리 갯벌은 작은 섬들이 점점히 박혀 있어 멋진 경치를 자랑한다. 해변을 거니는 맛이 그만이다. 가는길: 서울-서해안 고속도로-춘장대 IC-서면-해안도로-월하성-선도리
선도리갯벌 앞에는 무인도 2개인 쌍도가 나란히 서 있다. 물이 빠지면 섬까지 걸어 들어 갈 수 있다. 일재 때 금을 캤다는 굴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전해진다. 사진 찍고 있는 달새님. 물이 빠지니 끝없는 갯벌이 펼쳐진다. 선도리갯벌은 광야같은 느낌이 전해지는 곳이다.
물이 빠지고 난 갯벌은 한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달새님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맛조개 체험장- 월하성 갯벌 '달아래 성' 이란 이름을 가진 월하성갯벌 역시 예쁜 이름만큼이나 멋진 곳이다. 달빛에 비친 바다가 얼마나 아픔다웠으면 이름이 월하성일까 ? 이곳은 맛조개가 잘 잡히는 곳으로 명성이 나있다. 갯벌에 난 구멍에 맛소금을 뿌려 놓으면 짠기운 때문에 맛이 머리를 내민다. 이때 재빨리 낚아채는 동작이 맛을 잘 캐는 비결이다. 한번 맛들리면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차댈 곳이 없을 정도로 성황이란다. 체험비:3천원/ 소금2천원/ 삽1천원(대여) (월하성갯벌 가는길)춘장대 IC-서면신항리-해안도로-월하성
춘장대 해수욕장 충남 끝자락에 자리 잡은 춘장대 해수욕장은 어감만큼이나 순박한 곳이다. 한여름에도 북적거리지 않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경사도 완만해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백사장은 2km 에 걸쳐 펼쳐져 있다.
춘장대의 일몰
춘장대의 송림이 좋다.
서천해양박물관 서천해양박물관은 서해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마량리 산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전망하나는 끝내주는 박물관이다. 이곳엔 1미터가 넘는 식인조개와 대형상어, 박제, 화석등 17만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철갑상어가 유영하고 있는 수족관이 볼만하다. 3D입체영화를 무료로 감상 할 수 있다. 관람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아이들이 좋아하는 박물관이다. 입장료 어른 4천원/소인 2500원(입체 영화 무료관람)
동백정의 일몰 동백정의 이름만큼이나 이 곳엔 동백나무(천연기념물 169호)가 많다. 수령 500백년이 넘은 것만 80여그루가 자라고 있다. 동백나무의 북방한계선이라고 한다. 이 위쪽에는 동백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동백은 꽃을 떨어뜨린 흔적만 보일뿐이다. 낙조를 바라보며 뚝뚝 고개를 떨구었던 것을 상상해본다. 붉은 낙조가 깔리자 유난히 반짝이는 청록색의 이파리도 붉은 기운이 감돈다. 겨울 풍파와 싸워서 그런지 나뭇가지가 굻고 부채살처럼 펼쳐져 있다.
숲 정상에 오르면 2층 누각의 동백정이 자리잡고 있다. 정면 2째 칸 누아래 기둥 사이로 오력도가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는 누를 지을 때 관람객이 잘 보이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란다.
액자에 한폭에 그림이 걸린 듯 하다. 이곳의 일몰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일몰 1000
남편이 생일이라고 동백정을 찾았다. 멋진 사진 찍어 드리겠다고 했더니 선뜻 응한다.
행복
이 여인은 낙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부부
포구에서 포구에 오면 기분이 묘하다. 확트인 바다를 보면 가슴이 후련하기도 하다. 파도와 싸워 물고기를 건져올린 어부들의 굵은 팔뚝을 보면 괜히 미안한 감이 든다. 호사를 즐기며 세상을 유람하는 내 자화상을 들춰 보게 하기 때문이다 . 밤새 낚아 올린 고기를 육지에 올려 놓고나서야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그 피곤함을 못이겨 선양소주 한 병을 병채 들이킨다. 순수하게 살아온 그들만의 솔직함이 아닐까?
바다는 솔직하다. 바다에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고기를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기는 그들의 부지런함에서 나오는 땀방울이리라.
마량포구 서해의 해돋이 마을로 유명한 마량포구는 때마침 광어축제를 벌이고 있다. 지금이 통통한 자연산 광어가 가장 많이 잡힐 때란다.방파제에 늘어선 임시 횟1000집은 고깃배를 타고 있는 어부들의 안주인이 축제를 맞춰 임시로 횟집을 연 것이란다. 장사꾼이 아니라서 그런지 호객행위도 없다. 모든 횟집의 가격도 2만 5천원으로 동일하다. "아주머니 ..회 많이 팔아 부녀회에서 여행 한번 가야겠네요?" "저희가 회 팔려고 축제를 한 것이 아니어유... 광어 산지값이 하도 폭락해서 값을 조금 올려 볼려고 축제를 연 것이어유. 광어 한 마리 팔아야 얼마 남것시유 " 화려한 이름만 내걸었지 축제는 생존권을 위한 처절한 싸움판일지 모른다. 갈수록 바다가 오염되어 어획량마져 줄어든데다 가격까지 폭락되니 미칠 지경인가보다. 그 말을 내밷고 한켠에 횟감을 써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래도 인심만큼은 여전히 남아있다. 작은 광어 한 마리 더 썰어 넣어 주었고 매운탕거리까지 챙겨주었으니 말이다.
서해바다를 바라 보면서 싱싱한 자연산 회를 음미했다.어부들의 고민도 함께 생각하며....
부사방조제 춘장대해수욕장을 지나타고 대천에 가려면 부사방조제를 건너야 한다.여느 방조제처럼 밋밋한 직선으로 뻗어 있는 것이 아니다.부사방조제는 타원형의 곡선을 이루고 있다. 곡선이 주는 여유와 부드러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방파제에 올라갔다 한쪽은 바다가 출렁이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보름달빛이 길게 뉘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는 그렇게 아름다운 달빛을 여태 본 적이 없었다. 카메라에 담으려고 수도 없이 셔터를 눌러 댔지만 문명의 이기는 내가 본 달빛을 도저히 표현해 낼 수 없었다.하긴 그 행태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달빛은 달빛인 것을.... 부사방조제를 건너면서 서천의 여정은 끝났다. 순박한 땅 서천을 떠나기 싫어서일까? 더 머물다가는 정이 들어 눌러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까? 난 더 힘껏 가속기를 밟았다. 나의 영원한 애인 서천이여..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