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있는 영국 국민들이 2년 5개월 전 국민투표에서 자기들 손으로 결정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채널4 방송이 5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일 브렉시트 투표가 열린다면 어느 쪽에 투표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54%가 EU 잔류를 택하겠다고 응답했다. EU 탈퇴라고 답한 건 46%였다.
이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52%, 잔류 48%였던 결과와는 크게 달라진 수치다. ‘리그렉시트(regrexit·브렉시트를 후회하는 사람)’ 세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여론조사는 영국 전역의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2016년 국민투표 당시 영국 전체 자치구 380곳 중 262곳에서 찬성표가 더 많이 나왔다. 이번 조사에선 157곳으로 줄었다. 반면 EU 잔류 의견이 더 많은 자치구는 2016년 116곳에서 이번에 221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밖에 브렉시트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44%)이라는 응답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31%)보다 높았고, 개인적으로 내 살림살이가 브렉시트로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영국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는 “노인층 일부가 브렉시트 지지에서 관망으로 가는 동시에 젊은층에서는 브렉시트 유동층에서 잔류 쪽으로 강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브렉시트와 관련된 추가 국민투표는 없다고 밝혀 왔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최종 합의안을 수용할지 아니면 현재대로 EU에 남을지를 묻는 국민투표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찬성(43%)이 반대(37%)보다 많았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18∼24세 응답자는 최종 합의 후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52.5%로, 필요 없다(24.3%)는 의견보다 훨씬 높았다. 55세 이상에선 추가 국민투표가 필요 없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지난달에는 젊은층 70만 명이 런던 거리로 나와 추가 국민투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주부터 불거진 브렉시트 진영의 불투명한 선거 캠페인 자금 문제와 무단 개인정보 사용 논란이 리그렉시트 정서에 기름을 붓고 있다.
영국 정보보호기구인 정보위원회(ICO)는 6일 2016년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지지 캠페인을 벌였던 단체 ‘리브닷EU’에 보험업체 엘든의 고객 31만9900명의 개인정보가 동의 없이 무단으로 흘러 들어가 이메일로 홍보물이 발송된 것을 적발했다며 13만5000파운드(약 2억 원)의 벌금을 통보했다. 엘든의 경영자인 에런 뱅크스는 리브닷EU 설립자다.
이와 별도로 영국 국가범죄수사국은 리브닷EU에 유입된 뱅크스 자금의 진짜 출처를 수사하고 있다. 이 자금이 브렉시트로 유럽의 분열이 촉발되기를 바랐던 러시아에서 온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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