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화장실 갈 사람?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주열 옮김/ 사계절
우연히 내 아이가 책 한 권을 들고 깔깔 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 아이둘이 읽고 재미있어 하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최근 저학년 동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도서관에서 ‘나랑 화장실 갈 사람?’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읽은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쓴 수지 모건스턴의 책이다.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인상 깊게 읽었던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읽었고, 역시 좋았다. 단순하고 밝고 사려 깊고 마음이 환해지는 딱, 저학년 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 정도 아이에게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어떻게 저학년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냈을까? 그리고 저학년 아이의 문장과 울림을 갖고 있을까?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확확 뿜어낼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책에는 네 명의 아이가 나온다.
학교는 즐겁지만 화장실 귀신이 무서운 폴린. 책읽기가 서툴러 친구들 앞에서 책 읽는 시간이 오는 걸 두려워하는 요나, 수학을 못하는 자크, 이혼한 부모님 때문에 마음에 상처가 있는 윌리엄.
학교 교실에는 이런 고민을 가진 아이들은 꼭 있을 것 같아. 살아있는 캐릭터다.
이 아이들은 고민을 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또는 주위 어른을 통해 문제를 해쳐나간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지 않다하더라도 아이들이 어떤 태도로 자기의 두려움과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지를 보면서 자기에게 닥친 다른 문제들의 해결방법을 어떻게 찾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점은 같은 소재라도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인가하는 것이다.
화장실이 무서운 아이, 부모의 이혼, 수학을 못 하는 아이. 책 읽는 게 두려운 아이...
이런 이야기는 동화의 흔한 소재다. 이런 소재를 어린아이의 눈높이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 특히 나랑 화장실 갈 사람에서는 폴린은 아주 영특한 생각을 해낸다. 읽으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 했고. 읽고 나서는 아하! 무릎을 치며 옆에 폴린이 있다면 꽉 안아주고 싶었다.
어쩌면 아이들이기에 그런 명쾌한 답을 내놓은 건지.. 아니면 작가가 이런 방법은 어떤가하고 어른의 시선으로 개입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독자인 내가 보기에 지극히 어린이다운 해결방법이었고 그 방법이 현실의 아이들도 변화시킬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로서 아이들에게 생활에 대한 마음의 두려움에 대한 제시를 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또하나 동화속에 어른다운 어른의 등장이라는 것, 선생님다운 선생님,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작지만 글을 통해서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나갈 것인가를 배우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과연 나는 어떤 어른인가? 반성하게 한다.
나에게 저학년 동화는 어렵다. 하지만 꼭 한번 멋드러진 저학년 동화를 쓰고 싶다.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어른들이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그런 동화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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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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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쓰기 딱 좋은 날 /정신 글. 홍수영 그림/ 시공 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