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오후 5시. 4년 만에 고려대학교를 방문했다. 우천으로 인해 재능기부 날짜를 세 번 바꾼 날이었는데 당일 아침부터 비가 내려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오후에 비가 그쳐 초롱초롱 빛나는 학생 20명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고려대 테니스 동아리는 체대 동아리인 PETC가 있고 비체육과 테니스 동아리 학생들 모임인 KUTC가 활동하고 있다. 학생코트 두 면에서 동아리 학생들이 서로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미리 정한 날에 사용하고 주말에는 예약제로 쓰고 있다.
해병대만큼이나 뭉치는 힘이 강하다는 고려대의 전통처럼 끈끈한 우애로 다져진 학생들은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했다. 직전 양구에서 열린 대학생대회에서 미진하게 실력발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아쉬움으로 해결책에 관한 질문과 새로운 배움을 찾아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력별로 네 그룹으로 나눈 현장의 열기는 지도하는 선생님의 목소리와 학생들의 숨소리가 합쳐져 저절로 흥이 돋게 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어릴 적에 테니스를 시작해 스윙 폼이 프로 같았던 제니는 러시아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하고 3년 전에 한국으로 건너와 대학원에 다니며 활동 중이다. 제니는 “유럽 쪽과 한국테니스는 다른 점이 많다”며 “서브 넣기 전에 인사하는 것과 게임 중에 미안,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며 노에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좀 특이했다”고 전했다.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제니는 비트로 팀원들이 테니스 지도할 때 한국어로 설명하는 것에서 표현하는 방법을 많이 배우고 잘한다는 칭찬을 받아 기분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2학년 차다정은 주변에서 평생 스포츠로 테니스가 좋을 것이라는 권유를 받고 라켓을 잡았다. 현재 KUTC의 총무를 맞고 있는 차다정은 “코트가 한정적이어서 평소 트레이닝 할 때는 발리 스매시까지 접할 수 가 없었는데 오늘 체계적으로 이런 것들을 새롭게 배우게 되었다”며 “1학년 신입생한테 어떻게 가르쳐 줄 것인지 그 티칭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신소재공학부 이승진은 배드민턴을 즐기다 늦게 테니스를 시작해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테니스가 실외 운동이고 공과 라켓이 무겁기 때문에 맞을 때 상쾌한 에너지를 얻게 된다고 한다. 이승진은 “그동안 감각에 의존해 컨디션에 따라 볼이 잘 맞고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정확한 임팩트를 배우고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피드백을 받게 된 후 앞으로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재능기부 도우미로 참석한 신용철은 담당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워 매 번 이름을 부르며 부족한 부분을 족집게처럼 집어내어 가르쳤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학생들은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와 흡수하듯 받아들였다.
최근 테니스 지도자 자격증을 딴 신용철은 “강습하는 사람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해서 정확하게 많이 알아야만 주어진 시간 안에 임팩트 있는 지도를 할 수 있다”며“이론적인 기본 원리를 설명한 후 제대로 시범을 보일 때 학생들은 100% 신뢰를 갖고 잘 따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고려대는 이래저래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9년 전에도 5년 전에도 방문 할 때마다 기본 30분 이상 주변에서 헤매어야만 찾을 수 있는 곳에 학생코트가 있으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4년 전보다 새롭게 단장된 인조잔디코트에서 뛰는 학생들을 바라볼 때 그 수고로움은 눈 녹듯 사그라졌다. 눈부신 미소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학생들은 팀원들의 가슴에 뿌듯한 여운을 남겼다.
글 사진 송선순
ps.
고려대 학생코트 주소
고려대 프런티어관 아래. 서울 성북구 안암동5가 산 1-61.
티맵에서 못 찾으면 고려대부속 어린이집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