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류 열풍을 심도있게 말할 사람은 못 되오..
그저 학교안의 한류열풍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수다.
4반 여학생 수업엘 들어갔소.
4반 여학생1: "선생님~선생님네 집도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푸르른 정원이 넓은 복층에, 큰 개를 키우나요? "
잠시 영상을 떠올렸소..
친정 안양집은 나름 몇뼘 시멘트 정원도 있고, 복층이고,
똥개도 키우긴 했었소만 드라마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소..
시댁 학온동은 나름 비슷하긴 한데, 또 그렇다고 대답하기엔
이 겸손한 뚜리앙..
"선생님은 보통 서민이란다...그런 좋은 집이 어디 있겠니?"
4반 여학생 :(많이 실망한 표정)
" 하지만 드라마에선 다들 그런 집에 살던 걸요.."
드라마는 보여주기 위해 과장되었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았소..
3반 여학생: "선생님. <가을 동화>에 나왔던 그 노래는 무슨 뜻이래요?"
"선생님은 가을동화를 조금 보긴 했는데..무슨 노랜지는 몰라."
가을동화>>모두다 줄줄줄 울던 최루성 드라마 말이오?!
땀이 보송보송 나기 시작..
하루에 수업이 6교시인 관계로 목 보호 차원에서,
노래까지 불러줄 수는 정말 없소..
3반 여학생 : " 선생님은 어떤 드라마를 제일 좋아하세요?"
"사실은 ..(등에서 식을 땀이 주르륵..) 나 한국 드라마 안 좋아해..
대부분 사랑 이야기잖아. 마지막엔 다 죽고. 나는 미국 드라마를 좋아해..."
그들의 실망한 표정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소..
선생이 모르는데도 한계가 있는 거시요..
한국의 대표로서, 애들이 그나마 관심갖는 한국문화(?)를 모른다니
이것 참 체면 바삭하게 구겨지오..
그러나 참말 한국 드라마 안 좋아 하는 걸 어쩌겠소?OTL
사랑을 인생의 목표와 전부로 삼고,
감정 알면서도 밀고 땅기는게 대부분인데다,
늙은이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중반은 한없이 늘어지는,
그런 이상한 이야기를 어찌 맨정신으로 볼 수 있겠소...
그나마도 최근에 마음에 들게 본 건 <김삼순>이오...
사실 <황진이>도 너무 사랑 타령해서 피곤했소..
사랑이 나오지 않는다는 <하얀거탑>을 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 모를게요..
5반 여학생: "선생님..선생님은 <슈퍼 주니어>와 <동방신기>중 누가 더 좋아요?"
이 뚜리앙..풋풋한 10대 때 좋아하는 가수 한 명 없었소...
<슈퍼 주니어>가 13명의 합창단이란 건 이 애들을 통해서 알았다오.
한없이 우스꽝스럽소..
새파란 어린 애들을 성형까지 시켜 내세우는데 좋아할 리가 있소..
"선생님은 관심이 없어요..일단 너무 어리잖니.."
5반 여학생 : (너무 실망한 표정..)
그 실망한 표정 때문에!!
집에 와서 <동방신기>를 검색해 홈피를 방문하곤,
요상한 멤버 애들 네명의 이름과 홈피 주소까지 적어 바쳤소..
계속하겠소..
1반 여자애: "선생님, 배추 김치 담그는 법 알려 주세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김장이오..
오랜만에 들어간 한국 시댁에서 김장 200포기 돕고나선,
북경에서 김치를 2년 내내 사 먹은 사람이오..
"배추김치는 너무 어려우니깐 깍두기 담그는 법 알려줄께.."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생각나는대로 설명했소..
내가 그림마저 못 그렸다면, 한국어 시간 정말 난감했을게요.
2반 여자학생: " 선생님~ 찜질방의 양머리는 어떻게 하는거예여?"
다행히 그건 아오..
찜질방 갔을 때, 은실이 수건으로 양머리 만드는 법을 알려 주지 않았겠소..
(새삼 감사하오..)
수건이 없다하니 목에 두른 스튜디어스 머플러를 선뜻 풀어서 주오..
미니 싸이즈로 양머리를 만들어 내 머리에 얹었소..
여자애들이라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소...
징그러운 10반의 징그러운 남학생:
"선생님, 한국 가수들이 왜 중국에 많이 오지요?"
질문도 참 징그럽소..내가 이런 것까지 대답해야 하오?!
당연히 시장이 넓으니까 돈벌려고 오는거 아냐...
"내가 어떻게 알아? 나 가수 아냐.."
10반은 그냥 넘어 가겠소..패스요..-.,-
한국인은 한국문화를 알아야 세계화도 가능한 것 임을
이 참에 뼈속 깊이 새기지 않았겠소...
중국에 동화되고자 한국 문화를 일부러 멀리했는데,
동화되기보담은 양쪽 나라 소식에 어두운 바보가 되어가고 있소..
이제는 부작용을 겪고 있구랴, 이것 참.
첫댓글 한류... 난감하죠^^;;; 저도 중국인들 만나면 가장 난감한 화제 중의 하나 - 가수, 드라마, 영화... 어쩌겠어요... 제 관심사가 아닌 것을^^;
엮시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 이란 말이 맞는 말 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