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할머니는 마음이 허전해서일까? 이 방, 저 방, 남의 방을 자주 들락거린다. 그런데 그냥 들어갔다가 슬쩍 나오기만 한다면 오죽 좋으랴. 그러나 이것 저것 만져보다가 서랍도 열어보고 하찮은 것이지만 색깔도 예쁘고 본인마음에 드는 양말 같은 것은 주머니에 쑤셔 넣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온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할머니들의 볼멘소리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한번은 할머니가 낮잠에서 깨어나더니 느닷없이 한참을 허둥지둥 애기를 찾고 다녔다.
“우리 애기 어디 갔소? 혹시 못봤소? 우리 애기 어따 갖다뒀소?”
“같이 한번 찾아보십시다. 어디 멀리 갔을랍디여?”
그러나 다행히도 잠시 후 할머니는 애기 찾는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는 즉각 할머니를 위해 ‘애기 찾기 운동’에 돌입하였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열성적인 직원이 고맙게도 어디서 아기 인형을 구해왔다.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오.’라는 말씀이 이루어진 셈이다. 할머니에게 아기인형을 안겨드렸을 때 할머니는 매우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
“딸을 낳으려면 요러구 이쁜 애기를 낳아야써.”
그날부터 할머니는 항상 아기인형을 안고 다니며 때로는 업고 다녔다. 노름(윷쪽던지기)하러가면서 까지도.
그러다보니 할머니는 배회할 틈이 없다. 애기 보느라고.
어느 날 밤, 숙직직원이 할머니 방에 둘러보러 갔을 때였다. 그런데 할머니가 인형은 이불을 접어서 두껍게 덮어주고 자기는 옆에서 이불도 덮지 않고 쭈그린 채 잠들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직원이 할머니에게도 이불을 펴서 덮어드리고 가만히 나오려는데 할머니는 잠결에 이렇게 말했다.
“아이구, 따숩네.”
♪ 잘자라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
아침이 창 앞에 찾아올 때까지 ♩
할머니는 꿈속에서조차도 오로지 애기만을 생각할 것 같다.
첫댓글 요즘 아기가 바뀌었는데
별로 관심이 없어지신것같아서 대책마련에 힘 써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