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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2000-694, 2019. 3. 26. 화>
< 농담 >
밀란 쿤데라 지음
민음사
- Milan Kundera, (1929.4.1.-)
체코슬로바키아 브륀 태생의 소설가이다.
체코슬로바키아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체코가 소련군에 점령 당한 후 시민권을 박탈 당해, 프랑스로 망명하였다. 이후 1989년 체코 민주화 이후 본국으로 임시 귀국하였다.
그는 상당히 기품 있는 집안에서 루드빅 쿤데라(1891년~1971년)의 아들로 태어났다.
루드빅 쿤데라는 작곡가 레오슈 야나체크(1854년~1928년)의 문하생이었으며, 체코의 주요한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1948년에서 1961년 사이에는 브르노 뮤지컬 아카데미의 수장이었다.
쿤데라는 그의 아버지에게서 피아노를 배웠다. 나중에는 그 역시 음악학을 공부했다. 이러한 음악적 배경은 그의 작품의 근간이 된다. 심지어 그는 악상 기호를 텍스트 속에 그려 넣기도 했다.
1948년, 그는 브르노에서 중등교육 과정을 마친다. 그는 프라하 카렐 대학교의 예술학부에서 문학과 미학을 공부했으나, 두 학기만에 프라하의 공연예술 아카데미의 영화학부로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영화 기획과 희곡 창작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영화 아카데미 AMU에서 조교로 활동하기도 했다. 1950년에, 그는 잠시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학업을 중단 당했다. 1952년 졸업 후에, 영화 아카데미에서 세계 문학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
쿤데라는 민주주의의 체코슬로바크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 속했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젊은이의 사상은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50년, 그와 얀 트레풀카(Jan Trefulka)라고 하는 체코의 작가는 "반공산당 활동"이라는 죄목으로 공산당에서 추방당했다. 트리펄카는 이 사건을 그의 중편소설 《그들에게 내린 행복》(1962)에 묘사했다. 밀란 쿤데라 역시 이 사건을 《농담》(1967)에서 메인 테마로 사용하였다.
1956년에 밀란 쿤데라는 공산당에 재입당한다. 1970년, 그는 또 다시 당에서 추방 당했다. 쿤데라는 1968년 체코의 예술가이자 작가인 바츨라프 하벨(Václav Havel)과 함께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였다.
밀란 쿤데라는 1975년부터 프랑스에 살고 있으며, 1981년에 프랑스 시민권을 땄다.
쿤데라의 첫 번째 소설 《농담》에서는 사회주의 체제의 전체주의적 특질에 대한 풍자적 내용이 담겨있다. 그의 이와 같은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1968년 소비에트 연방이 그의 고향을 점령한 이후 쿤데라는 곧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며 얼마간 그의 집필 활동이 금지되었다. 1975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곳에서 그는 《웃음과 망각의 책》(1979)을 썼다. 《웃음과 망각의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에트 체제에 저항하고 있는 체코 시민들의 이야기이다.
1984년, 그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운명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그리고 있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사는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반복과 경험, 시험과 실패의 가능성조차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1988년, 미국의 영화감독 필립 카프만(Philip Kaufman)은 이 작품을 영화화했다. 1990년, 쿤데라는 이 소설을 재발간 하기에 이른다. 체코에서 쿤데라가 집필한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은, 그의 어떤 작품보다 세계주의적이며, 철학적(조금 정치적이기도 하다)이다.
쿤데라는 자신을 정치적 혹은 반체제적 작가가 아니라 순수한 작가로서 보아달라고 누차 강조했다. 정치적 코멘트는 (특히 웃음과 망각에 관한 책에서부터) 광의의 철학적 테마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쿤데라 소설의 스타일은 철학적 여담(餘談)의 얽힘이자,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의 소설과 니체의 산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쿤데라의 소설적 기법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나 아담 더웰(Adam Thirlwell)과 같은 사람들에 의해 차용되었다.
쿤데라는 소설적 영감을 보카치오나 라블레뿐만 아니라 스턴, 디드로, 무질, 곰브로비치, 브로흐, 카프카, 하이데거와 같은 사람들로부터 얻었다. 또한 그는 체코 전통 음악이나 바르톡·야나체크와 같은 사람들의 음악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영향때문에 그는 자신의 첫 소설 농담에 음표를 그려넣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쉰베르크의 무조성 개념을 도입했다. 정치적인 확장으로도 나아갔다(향수 (소설)). 작품들을 체코어와 프랑스어로 썼지만, 1985-1987년 사이에 이전에 쓴 작품들의 프랑스어 번역을 수정했다. 따라서 프랑스어본을 권위를 가진 원본으로 취급한다. 국내 번역 작품들도 프랑스어본으로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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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잊히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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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p
Leoš Janáček - Sinfonietta (4th movement) "Ulice"
as
performed by the Hradec Králové Philharmonic, and conductor
Paul Mauffray
Nov.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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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가치나 가면이 벗겨진 환상은 똑같이 초라한 몰골을 하고 있고,
서로 비슷하게 닮아서 그 둘을 혼동하기보다 더 쉬운 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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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루드비크 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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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년 후, 즈데나가 벌써 다섯 살일 때, 나는 절대 잊지 못하리라, 그는 우리가 사랑 때문이 아니라 당의 규율 때문에 결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우리는 다투고 있었고, 그 말은 거짓말이며, 그는 나와 사랑해서 결혼했고 다만 나중에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내게 그런 말을 할 ㅅ 잇다는 것은 끔찍했다. 그것도 바로 그가, 이 시대의 사랑은 다른 것이며, 이 사랑은 사람들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투쟁 속에서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언제나 주장하던 그가,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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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루드비크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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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정을 거쳐 내가 내 인생 최초의 파멸에 이르렀는지(그리고 그 파멸이 썩 호의적이지 못한 주선을 하여 루치에에게 이르렀는지) 가벼운 어조로도 어렵지 않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재미있게 까지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내가 바보 같은 농담이나 즐기는 치명적 성향을 지녔고, 마르케타는 농담을 절대 이해 못하는 치명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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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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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진짜 걱정이 되어서라기 보다 장난 삼아) 나는 개인주의라는 비난에 반기를 들고 학습 모임 동료에게 증거를 요구해 조기도 했다. 특별히 구체적인 어떤 것은 없고, 다만 ‘너는 그렇게 행동하니까.’라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데?” 아니야, 너는 혼자서만 마음에 담아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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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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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심리적, 생리적 구조란 너무도 복잡해서 삶의 어는 시기에 젊은이는 그것을 통제하는 데에만 거의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때가 있고, 그래서 그런 젊은 이에게 사랑의 대상 자체, 즉 사랑하는 여인은 증발해 버리고 만다. (어린 바이올린 연주자가 자신이 연주하는 동안 손을 움직이는 기법 같은 것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 기법을 숙달하기에 이르지 않는 한 작품 내용에 집중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르게타를 생각할 때 내가 중학생처럼 마음이 설레었다고 했는데, 그 감정은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유래했다기보다 내가 서투르고 자신감이 없었으며, 그것이 내 마음을 무겁게 마르케타 자체보다도 훨씬 더 내 감각과 생각 들을 온통 지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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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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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주의자도 쾌활할 수 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고 비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냉소주의 자도 쾌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낙관주의 없이 사회주의 건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다른 사람이 이렇게 물어 왔다. 아니.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너는 사회주의 건설에 찬동하지 않는단 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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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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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전에 동지들은 내게 ‘개인주의의 잔재’를 비난하곤 했다. (그들이 옳았는지도 모른다.) 내 지식, 대학생이라는 신분, 지식인으로서의 내 미래에 자만하여 내가 너무 오만해졌다는 생각, 전쟁 중에 수용소에서 돌아가신, 노동자였던 내 아버지도 나의 냉소적인 면을 이해하지 못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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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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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국주의자라고 하는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어떤 인간을 상상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는 내가 묻기도 전에 심각하고도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것이었다. “난 너희가 왜 그렇게 나한테 박수를 치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 생각해 봐. 전쟁이 터지면 어쨌거나 내가 총을 쏘게 되는 건 바로 너희들일 텐데!”
우리에게 목소리를 높여 야단 한번 친 적이 없는 –그래서 나중에는 전속이 되기까지 한 – 이 순진한 존재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당과 동지들에게 나를 연결해 주었던 끈이 이제, 영원히 돌이킬 수 없이, 내 손에서 스르르 풀려 떨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 삶의 길 밖으로 내던져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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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92p
Dave Brubeck - Take Five ( Original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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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운동에서 무엇보다 나를 매혹시키고 심지어 홀리기까지 했던 것은 내 시대의 (또는 그렇다고 믿었던) 역사의 수레바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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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1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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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순진하고 배움이 모자랐으나 나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 이해는 많은 경험이나 지식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어떤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능력에 기인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다만 그녀가 내 말을 귀기울여 들으며 그대로 다 받아들여 주는 데서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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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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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을 잘 못해서 괴로워하다가 꽃을 통해서 어떤 말의 형태를 발견했던 것이었다. 그 말은 옛 꽃 말들에 담긴 수많은 상징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보다 더 오래되고, 더 알 수 없고, 더 본능적인, 언어 이전의 어떤 것을 뜻했다. 언제나 말하기보다 가만히 있곤 하던 루치에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세세한 몸짓들로 이야기를 하던 시대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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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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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직 미완인 그들을 , 그들이 다 만들어진 사람으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완성된 세상 속에 턱 세워 놓는다. 그러니 그들은 허겁지겁 이런저런 형식과 모델 들, 당시 유행하는 것, 자신들에게 맞는 것, 마음에 드는 것 등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 그리고 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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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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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란 참혹한 것이다. 그것은 어린아이들이 희랍 비극 배우의 장화를 신고 다양한 무대 의상 차림으로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광적으로 신봉하는 대사들을 외워서 읊으며 누비고 다니는 그런 무대다. 역사 또한 끔찍한 것이다. 네로라는 풋내기, 나폴레옹이라는 애송이, 흥분하여 날뛰는 수많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흉내내는 열정이나 간단하게 맡아 버린 역할들은 처참하도록 실제적인 현실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내 머릿속에서 모든 가치 체계가 흔들려 버리고 젊음이라는 것에 대하여 엄청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또 반대로 역사의 불한당들이 한 일이 갑자기 그저 미숙아들의 무시무시한 동요로밖에 보이지 않으면서 그들에 대하여 역설적인 너그러움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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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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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로지 상황의 압력과 자기 보존 본능 때문에 가축 떼처럼 똘똘 뭉쳐 우글우글 몰려 있는 것일 !뿐이며, 그런 식의 연대 의식에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심스러워졌다. 그리고 우리 검정 표지 집단이 예전의 그 강당에 모여 있던 집단과 똑같이, 아니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집단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을 몰아 낼 수 있다(유배 보내고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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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200p
Lalo
Schifrin - Mission: Impossible (Main Theme)
George Korynta - conductor · Prague Film Orchestra / Recorded at Lucerna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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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모든 중대한 순간들은 단 한 번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완전히 알고 있어야만 인간은 인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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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야로슬라프 2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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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균형을 갈구하는 이 피조물은, 자신의 등에 지워진 고통의 게를 증오의 무게를 통해서 상쇄한다. 그러나 이 증오를 순수히 추상적인 원리들, 불의 , 광신, 야만성에 집중시켜 보라! 이런 증오는 너무나 초인간적인 것이며,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분노를(인간은 이 분노의 힘이 한정되어 있음을 안다.) 가라앉히고자 할 때 분노를 한 개인에게만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법이다.
나의 공포는 거기에서 온다. 이제 제마네크는 언제든 자신이 변했음을(게다가 그는 방금 의심스러우리만치 기만하게 이점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선언할 수 있고, 내게 용서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무어라 말할 것인가?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화해한다면 나의 내적 균형이 일시에 깨져 버리리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러면 내 내면의 저울 한쪽이 단번에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리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를 향한 나의 증오가 내 젊은 날에 닥친 고통의 무게와 평형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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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루드비크, 헬레나, 야로슬리프 456-457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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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잊히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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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루드비크, 헬레나, 야로슬리프 4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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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 기원으로 돌아가서 보자면 아무 죄도 없는 결백한 것들이었다. 그렇다.
결백한 가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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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루드비크, 헬레나, 야로슬리프 5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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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증오의 대상 제마네크를 쓰러뜨리는 것을 목표로 했던 이 귀향이 결국은 이렇게 땅에 쓰러진 내 친구들 두 팔에 안고 있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전율하였다. (그렇다, 나는 그 순간, 그를 두 팔로 안고 있는 나, 마치 나 자신의 확실치 않은 죄를 짊어지고 가는 것처럼 거대하고 무거운 그를 안고 가는 나, 군중 사이를 헤치며 그를 옮기고 있는 나, 눈물 흘리고 있는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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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루드비크, 헬레나, 야로슬리프 532p
Cimbalom (dulcimer) solo played by Jeno Farkas, Szalai Hungarian Gypsy Band
시간에기대어 / René P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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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직 미완인 그들을,
그들이 다 만들어진 사람으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완성된 세상 속에
턱
세워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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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루드비크. 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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