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기술력으로 승부...日 제치고 美시장 1위로
亞 첫 콘덴싱 보일러 출시
스테인리스 열교환기 개발
열전도율 낮은 단점도 극복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키워
日 제품보다 10% 비싸도 인기
배로 수출하다 납기 못맞춰
비행기로 실어 날랐을 정도
美수출 매년 26%씩 급증
우리 경제 곳곳에 비상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매출은 통계청이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성장 엔진인 수출은 올 들어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경제 흐름을 정반대로 거스르며 매출과 수출 모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견기업이 있다. 보일러 업계 선두권인 경동나비엔이다 올 3분기까지 실적만 집계해도 매출은 15% 증가했고, 수출은 18%나 늘었다. 그것도 저개발국가를 상대로 한 수출이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 시장 수출을 큰 폭으로 늘린 덕분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힘들다" "위기다"고 하는 시기, 이 업체는 어떻게 이런 실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매출,수출 두자릿수 증가
실적 호조의 최고 효자는 '콘덴싱(condending. 응축) '가스보일러다. 보일러나 난로의 경우 연통을 손으로 잡으면 보통 뜨거워서 만지지 못한다. 연통으로 빠져나가는 배기가스에 그만큼 열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열에너지가 100%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뜻이다. 콘덴싱 보일러 기술은 배기가스로 빠져나가는 섭씨 120도의 열을 다시 모아서 난방과 온수 가열에 재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콘덴싱 기수리 적용된 보일러 연통을 만지면 미지근하다.
경동나비엔은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보일러를 국내에 출시해 주력 제품으로 키웠다. 네덜란드 네피트사로부터 원리를 배운 뒤, 독자 개발한 제품이다. 일반 보일러의 열효율이 82%절도이지만 이 제품은 98.8%에 달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 물론 2000년대 이후에는 다른 업체들도 콘덴싱 보일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동나비엔의 최재범 대표는 "우리는 다른 회사 제품과 확연히 차별화도니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배기가스에서 열을 흡수하는 열교환기에 보통은 열 전도율이 높은 구리나 알루미늄을 쓰는 데 우리 제품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개발한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열교환기가 배기가스를 응축해 열을 흡수하면 온도가 내려가면서 가스 속에 포함돼 있던 수분이 물로 변한다. 이 물은 각종 화학물질과 반응하며 강한 산성을 띤다 구리나 알루미늄은 열전도율은 높지만, 강산성의 물에 쉽게 부식되는 단점이 있다.
경동나비엔은 스테인리스 재질을 쓰면서도 구리나 알루미늄 못지않은 열전도 효과를 낼 수 있즌 제품을 개발했다. 열전도율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열교환기 배관에 3mm의 얇은 스테인리스 판을 2~3mm 간격으로 촘촘하게 붙이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이렇게 하면 관이 배기가스에 닿는 면이 넓어져서 구리 못지않게 많은 열을 흡수할 수 있다. 최재범 대표는 "밀리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가공하는 데 우리만의 용접기술, 부축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러시아 보일러 시장 1위
경동나비엔은 2006년부터 미국 시장을 뚫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가정에서 주로 쓰는 '순간식 가스온수기'는 린나이, 다카기, 노리쓰 등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온수가 필요할 때만 순간적으로 물을 덥히는 기계를 말한다. 후발 주자인 경동나비엔은 핵심 경쟁력인 콘덴싱 기술을 적용한 가스 온수기로 승부를 걸었다. 일본 제품보다 가격이 10% 정도 비싼 데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가스비가 적게 나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최재범 대표는 "처음에는 배로 수출하다가 납기를 못맞춰 비행기로 실어 날랐을 정도"라며 "2008년 점유율 36%로 1위를 차지해 일본 업체들을 모두 따돌리고 시장을 뒤집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국내 보일러 업계의 수출 총액은 1억4858만달러다. 이 가운데 74%를 경동나비엔이 담당했다.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중견.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해외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동나비엔은 올 3분기까지 누적매출 3328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42%가 미국.유럽.중국 등에 수출한 실적이다. 특히 최근 3~4년 사이 미국 수출은 연평균 26%씩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의 벽걸이형 가스보일러 시장에서도 1위다. 미국 기계학회 인증, 유럽 품질인증 등을 받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최 대표는 "신뢰성을 검증받은 덕분에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며 "2020년에는 매출 1조8000억원을 돌파해 세계 보일러 업계 1위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