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굴원정대 스머프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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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이.비.후.인.과. 이.비.누.인.과.
이번 호 의국탐방의 대상이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로 결정된 이후, 기자는 ‘이비인후과’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발음하기를 연습했다. 이상하게도 이 단어가 제대로 발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에 이 단어를 말해야 할 상황이 반드시 올 것이고, 그때 많은 선생들에게 창피를 당하지 않으리라?’굳게(?) 마음먹은 터였다. 하지만, 아무리 반복을 해봐도 드는 생각은 ‘그것 참 발음이 어렵네’였다.
오순도순 모여 있는 전공의들의 환한 얼굴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이 끝난 후,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기자를 포함 총 6명이 테이블 주변에 둘러앉았다. 인터뷰를 주도해야 할 기자이기에 먼저 선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먼저,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이번에 강북삼성 이비닌후, 아니 이빈훈….”
“문 기자님. 이비인후괍니다. 그냥 이빈후과라고 발음하면 편해요.”
의국장을 맡고 있는 3년차 김창규 선생이 거들어준 뒤에야, 키득거리는 의국원들과 새빨개진 얼굴을 한 기자와의 인터뷰는 시작될 수 있었다.
훤칠한 ‘스머프’의사들 … 캐릭터도 제각각
강북삼성 이비인후과에는 유독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선생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이 단체로 가지고 있는 별명은 ‘스머프’라고.
“여름에는 파란 옷을 입고 일렬로 밥을 먹으러 갈 때가 있어요. 내가 보기에는 멋있는데 남들은 스머프라고 하데요.” (1년차 이노희) “입으면 없어 보인데요들, 하하.” (2년차 이승석)
“우리과는 키크고 잘 생긴 사람들이 많기로 예전부터 유명했어요. 그래서 꼭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너스레를 떠는 박치열 선생(2년차)을 비롯, 강북삼성병원 홍보용 동영상의 단골 주연을 맡고 있는 ‘영화배우’ 이승석 선생(2년차), 주위에 여자가 끊일 날이 없다는 ‘바람돌이(?)’ 이종규 선생(1년차), 미국 의사면허인 USMLE 3차까지 패스한 ‘인재’ 이노희 선생(1년차)과 함께 이들의 대장역을 맡고 있는 김창규 선생(3년차)까지, 스머프라는 별명답게 선생들의 캐릭터도 제각각이었다.
친절한 의사씨(?) … 먼저 인간이 되다
“우리 과의 특성은 예의를 굉장히 중시하는 겁니다. 이비인후과 전공의들은 다른과 선생님들께도 바르게 인사를 잘하는 걸로 유명하지요. 그래서 평판이 좋습니다. 교수님들도 그런 우리 과의 전통을 자랑스러워 하시고요.”
의사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기를 가르침 받는다는 강북삼성병원의 전공의들. 그래서인지 환자들에게도 친절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게다가 그런 점은 환자들이 안겨다 주는 선물의 다양함에서도 드러난다.
“예전에 양말공장을 운영하는 환자가 퇴원 후에 찾아와서 양말을 한아름 가져다 주시더라구요. 악세서리를 판매하는 환자는 귀걸이를 갖다주기도 했구요. 어찌나…”
박선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노희 선생이 말을 이었다. “카센터를 하시는 아줌마 환자가 차 고치러 오라고 하신 일도 있어요. 아주머니께 차가 없다고 대답했더니, “아니 의사양반이 차도 안 사고 뭐했대?” 하시더라구요(웃음).”
의국탐방을 하기 전 강북삼성병원 홍보팀 김성녕 팀장이 거듭 강조했던 “그분들 너무 양반들이세요”라는 말을 겉으로 들었던 기자는 인터뷰 중간중간마다 이구동성으로 외치던 ‘예의 먼저, 인사 먼저’ 외치던 선생들의 모습을 보며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었다.
한 줄기 불밝히고 떠나는 ‘동굴 원정대’
“다른 과는 대개 탁트인 곳을 치료하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우리는 귀나 코, 목 같은 ‘구멍’을 들여다봐야 해요. 다른 과와는 달리 직접 조명을 쓸 수가 없어요. 머리에 헤드미러를 쓰고 반사된 불빛에 의지해서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김창규 선생)
이어서 가장 재기발랄한 눈빛과 표정을 발산하는 박치열 선생이 멋있게 정의를 내려줬다.
“우리끼리는 자칭 ‘동굴 원정대’라고 불러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 속을 한 줄기 빛에 의지해서 병인(病因)을 찾아내 물리치는 전사들이지요.”
강북삼성병원은 이비인후과에서 가장 먼저 내시경 수술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동굴 중에서도 가장 큰 성대(聲帶) 쪽에서 국내 최상위 클래스에 속하는 것으로도 이름이 났다. 덕분에 의사들을 포함한 병원식구들은 유명한 가수나 성악가들을 자주 볼 수 있다고.
어쨌든, 가만히 살펴보니 다섯 명의 선생들 모두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어두운 곳을 많이 헤집고 다니기때문에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인지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다들 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파고든 탓이라고. 괜히 기자다운(?) 관찰력을 뽐내려 했다가 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해서 또다시 빨갛게 달아오른 기자의 얼굴을 보이고야 말았다.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전공의 생활이 힘들다는 거야 천하가 다 아는 사실. 의국탐방을 진행하는 동안 대개 전공의들은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를 꺼리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강북삼성병원은 좀 달랐다.
“병원에서는 개성을 존중받기가 어렵습니다. 처음 1년 동안은 적응하느라 꽤 애를 먹었어요.” 특히나 개성이 강해보이는 박치열 선생이 먼저 운을 뗐다.
그러자 같은 2년차 동기인 이승석 선생이 말을 이었다. “저야 두루뭉술한 편이어서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박 선생 같은 경우는 안타까운 면이 있어요. 어디서든 마찬가지겠지만, 가진 재능을 모두 살리지는 못한 것 같아 저도 아쉽다고 느껴요.” 이제 곧 처음으로 후배들을 받을 이종규 선생도 “좀더 다양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정말 좋겠다”는 말로 선배의 말을 도왔다.
후배들의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창규 의국장도 여기에 동감하고 있었다.
“의국원들끼리 한 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만큼 바쁜 탓도 있고,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요. 하지만, 강북삼성병원의 최대 강점은 ‘알게 모르게 잘 챙겨 준다’는 거예요. 연차가 쌓일수록, 이 곳을 나가게 되는 때가 가까워질수록 후배들도 그런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한 해 두 해 지나다보면 이곳 생활에서도 ‘진짜 재미’라는 게 있다는 것도 함께 말이죠.”
“정말 뛰어나지 않으면 사고가 나기 때문에 전공의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그것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기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고요. 조금 멀리 보면 훌륭한 트레이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 곧 1년차들이 들어올 텐데요. 제발 꿋꿋하게 버텼으면 좋겠습니다. 도망가면 끝까지 쫓아갈 겁니다, 하하.” 박치열, 이노희 선생이 차례로 의국장의 말에 화답했다. ■
글 문정태 기자 hopem1@fromdoctor.com
사진 김선경 기자 potopia@fromdoctor.com
등록 : 2006-01-02 03:19
지난달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한 2009~2010년 예산안에 정부보조 의료보험 메디칼(Medi-Cal)에서 침 치료 혜택을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400억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전 부서에 걸쳐 총 150억달러에 이르는 긴축재정과 예산삭감 정책을 발표했고, 침 치료를 메디칼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침 치료의 메디칼 폐지는 오는 7월1일부터 실시되며 침 치료 외에도 카이로프랙틱 치료와 심리상담, 검안, 치과 치료 등도 메디칼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주한의사협회(회장 김갑봉)는 “침 치료는 지난 80년대부터 메디칼 대상으로 포함돼 저렴한 진료비와 우수한 치료효과로 환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이득을 주었다”며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 오던 메디칼 침 치료 커버리지가 중단됨에 따라 한의사들은 물론 환자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고 밝혔다.
메디칼은 침 치료를 선택 수혜사항으로 분류해 환자 1인당 최고 30달러까지 진료비 수가를 지급해 왔다. 가주한의사협회 남형각 사무국장은 “주정부가 메디칼 침 치료에 대해 지급하는 진료비가 1회에 5.75달러에 불과하다”며 “메디칼 침치료 폐지는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칼이 침 치료를 제외하면서 일반 의료보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