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모처럼 겨울 혹한의 날씨에 찾은 곳은 낙동강따라 기찻길따라 청정오지마을 경북 봉화군 승부역-분천역 구간입니다.
승부역-분천역 구간은 낙동강물과 함께 주위 산수의 비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산골 오지입니다. 분천역 마을은 지난 2013년 5월 스위스 청정마을 체르마트와 자매결연을 맺어 이곳을 한국의 체르마트라고도 부릅니다. 분천역은 지난해 12월 20일 산타마을을 꾸려 눈썰매와 얼음썰매타기 등 마을축제을 열어 개장 50일 만에 10만명을 동원, 성공을 거둔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은 강원도 태백시의 구봉산에서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에 이르는 낙동정맥의 일부로 승부역에서 출발하여 오지 숲길과 낙동강변길을 거쳐 축제장인 분천역까지 걷는 구간입니다. 낙동정맥은 봉화~울진~영양~영덕~청송~포항~군위~영천~경주~청도 등 총 10개 시군이 합심하여 조성한 걷기여행길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차가 강원도 태백쪽으로 달리더니 잠시 추전역에 들려 숨을 쉽니다. 경북 봉화지역인데 강원도로 가는 것은 이 지역이 강원남부와 경북 접경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높고 가파른 지역을 달립니다. 추전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고지대에 위치한 역입니다. 추전역에 잠시 쉬는 동안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칩니다.
사실 승부역부터 분천역까지 간다고 했을 때 당연 백두대간 협곡열차인줄 알고 갈려고 했는데, 자세히 보니 기찻길 옆을 걸어가는 코스더군요. 잠시나마 낚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은 2013년 최고의 히트 관광 상품인 O-트레인과 V-트레인 구간입니다. 한겨울 칼바람 맞아가면서 기차도 아닌 기찻길 옆을 걸어갈 생각을 하니 아찔했지만 기차와는 다른 느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승부역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기차도 서지 않을 간이역 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승부역에서 보니 색다른 풍경이 들어옵니다. 승부역에서 오랜 승무원을 역임한 승무원 시인이 쓴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다”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1963년 승부역에 부임해 19년 동안 근무한 김찬빈씨가 당시 바위벽에 쓴 승부역 시. 역무원의 고립감과 자긍심이 배어있는 이 시는 승부역의 상징이 되었다.
곳곳에 걸려있는 ‘하늘 세평’이란 단어. 가만보니 산도 높고 거치른 곳, 경작지 등 너른 땅이 안보입니다. 하늘 세평이란 말은 (먹고 살만한) 땅이 없다는 뜻이겠죠. 한편으로는 하늘 세평, 청정 오지마을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에 밝은 중협님에 의하면 "대한민국 제일 오지, 교통 불편하고 먹을 것도 없는 제일 궁벽한 땅으로 강원남부 경북 북부 8개군 중의 으뜸"이라고 하더군요.
하늘 세평의 땅에서 승부역을 보다가 한자로 쓰여진 승부역을 보니 웃음이 납니다. 승부역(承富驛), 승부(承富)는 글자 그대로 “부를 잇는다”라는 뜻인데 하늘 세평의 땅에서 ‘부를 잇는다’라고 하니 웃음이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오죽하면 이 척박한, 좁은 땅에서 ‘승부’라고 했는지 오히려 애잔해 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희망은 승부역 뿐이 아니더군요. 승부역에서 한참 걷다보면 양원역이 나오고 이어 비동, 분천역이 나옵니다. 비동역(肥洞驛), 비옥한 동네(땅)이라는 뜻이죠. 분천역(汾川驛)도 한자 뜻을 자세히 보면 물 수변이 나오고 클 분자입니다. 물이 많이 모인 땅이라는 것이죠. 하늘 세평의 땅에서 비옥한들, 물이 많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요? 역설적으로 보면 승부, 비동, 분천 모두 이 지역이 외지고 험준하고 척박한 땅, 그래서 더 부자가 되고 싶은 땅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승부역에서 양원역을 거쳐 분천역을 걷다보니 과거 외진 지역으로 개발이 안돼 청정마을을 유지한 것이 오히려 더 부자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승부역-분천구간은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 영동선을 이 지역 청정지역과 연계시켜 O-트레인과 V-트레인이라는 관광열차로 대박이 난 지역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 철로를 청정지역 관광과 연계시켜 대박난 브이트레인. 휴일이라 그런지 드물 것 같은 기차를 자주 보게 된다.
한겨울 속 하늘은 청명하고 칼바람은 매서우면서도 코속이 상큼해지기까지 합니다. 승부역에서 분천역 구간은 후손에게 청정지역이라는 큰 보물을 후손에게 물려준 것이 아닌지, 그러면서도 이런 보기드문 청정지역을 지키는 것이 큰 과제임을 새삼 일깨워 줍니다.
한겨울, 모처럼 찾은 승부역에서 분천역은 하늘 세평의 땅에서 찾은 큰 보물입니다. 그 하늘 세평의 땅이 오래 보존되고 더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협곡열차를 타고 좀더 높이 올라가서 하늘 세평과 만나고 싶은 곳, 다음 여행을 기다립니다.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이 지역은 싸리가 많아 싸리밭골이라 불린 지역. 순우리말로 싸리밭골역이라 해도 좋을 건만 굳이 추전이란 한자를 쓰다니..
이 지역도 선자령 만큼이나 바람 많은 곳. 바람개비 뒤로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슬슬 걷기 시작. 승부역 일대에는 하늘세평이란 단어가 잘 보인다.
사람이 그리운 것 같은 강아지가 반겨준다.
낙동정맥트레일... 그냥 낙동정맥길이라 해도 좋을 것만...
청정오지마을임에도 트레일, 브이트레인 산타마을 등 외래어 남용이 심각한 것 같아 씁쓸...
대표적 청정오지 지역인 경북 봉화군
승부... 한자어를 보는 순간 갑자기 '부자되세요'라는 광고가 떠올라 쓴웃음이...
신록 무성한 여름에 오고 싶다는...
이후 다른 표지판도 보겟지만 표지판이 통일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다소 산만한 느낌.
제각각 표지판... 그래도 나뭇판에 그린 표지가 더 정감이 가기도..
울진이 지척이네요.
작업용 기차. 기차가 드물 것 같아 찍었는데...
벼라별 표지판들을 다 봅니다~
승부역에서 분천역 구간은 기찻길 따라...낙동강변 따라..
기찻길이라도 낙동갈이 함께 하니 정취가 가득...
표지판도 힘든가 봅니다.
걷기에는 좋은 길...
끝없는 나무바닥길... 중국 호남성 장가계를 걷는 기분~
걷다가 브이트레인을 만납니다. 서로 바라봅니다. 기차 안에서 보는 풍경도 좋겠죠. 때로는 걸으며 눈으로 몸으로 체감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것. 이번 걷기에서 확실히 느낍니다.
중간역 양원입니다.
철암-분천을 하루 3회 왕복하는 브이트레인입니다. 그런데 꼭 브이트레인이라고 할 필요가 있을가요? 청정지역에서의 외래어 남용의 현장을 보는 것이 가장 씁쓸합니다.
나무로 만든 표지판... 정감은 가지만 얼마나 오래 가겠나요...
양원역에서 바라 본 정자 옆 폭포. 아마 인공폭포가 얼은 것 같네요.
새로 만든 표지판 같은데 분위기는 60년대?
이 지역은 스위스 체르마트(Zermatt) 지역과 자먀결연을 맺은 지역. 표지판이 그냥 바닥에 있네요.
비동, 비옥한 동네라는 뜻인데 산과 강, 그리고 철로만 있는 지역인데 비옥한 땅... 척박한 땅의 반어적 표현인가요~
분천역입니다. 2014년 12월 20일 산타마을 개장 이후 2월 7일 50일만에 10만명 돌파 했다고 현수막을 걸었네요.
산타마을로 꾸몄는데 어딘가 많이 어색합니다. 분천역은 협곡열차도 그렇고 전체적인 모습을 스위스 체르마트를 모방(벤치마킹) 했는데, 겨울축제용이라지만 핀란드식 산타마을로 한것은 마치 연애는 체르마트와 하고 결혼은 핀란드 산타마을과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니 이상한 조합이 될 수 밖에... 이런 고민없이 하는 것은 눈 앞의 수익모델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지..
메리 크리스마스와 순록 옆 호랑이가 뜬금없어 보입니다.
북극곰도 고생합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갖가지 사연들이 많네요.
분천역 표시입니다.
우리 고유의 것은 사라지고... 낯선 풍경만..
협곡열차 시발... 발음이 좀 거시기 하죠. 이제는 협곡열차 출발이라고 고쳐도 될텐데..고정관념에 잡힌 것은 아닌지~~
이젠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같은 정승이 아니라 국적불명의 조형물의 안내를 받게 되네요~
첫댓글 맞습니다 맞고요~백번 공감합니다. 저 역시 웬 트레인이래? 그리고 마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싼타마을(?)의 조잡함에 씁쓸함이 있었습니다.이쁜 우리말로 그 아름다운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했으면 싶네요~
요새는 시골이라 부르는 곳이 많지않죠.
시골사람도 아웃도어 입고 농사짓는 시대가 되었으니...지역적으로 비쥬얼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곳 승부역은...ㅋㅋ시골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한껏 차려 입었는데 너무도 촌(?)스런 느낌!ㅋ
아쉽네요.
트럭위 옵빠 달려가 그날의 하이라이트였죠.
다음번엔 트럭탄 길을 협곡열차 타고...계곡에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걸었음 좋겠슴다.^^
하루의 일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자세한 후기 덕분에 바람 때문에 땅만 보고 걸으면서 못 본 풍경을 사진과 함께 제대로 보았네요...
세찬 바람 때문에 많이 힘드셨을텐데... 수고 많이 하셨어요...
멀 이렇게 번거롭게 세세히 설명까지......
사진으로 충분~~ 하죠 ^^*
사진보고 선생님 같은 해설을 읽어보니 상상으로 다녀온거나 진배 없습니다~~ 고마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