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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인권에세이, 2010년 현병철의 국가인권위 인권상 거부작품
현병철의 국가인권위는 나에게 상을 줄 자격이 없다
김은총(고등부 대상)
상을 받는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내가 열심히 쓴 글이 좋게 평가 받아서 대상까지 받게 되었다면, 그건 참 과분할 정도의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상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아있는 현병철 위원장이 주는 상은 별로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몇 달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인권에세이 공모전을 하는 것을 보고 <'언론'은 있지만, '여론'은 없는 학교>라는 제목으로 공모했다. '여론'이 없는 학교의 현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신문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국가인권위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하고 마음이 심란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들이 사퇴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전문위원들도 사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위원들과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은,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던 와중에 얼마 전 이 인권에세이 공모전에서 내가 쓴 글이 대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받았고,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결국 이 상을 거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비록 나는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왔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수능 공부보다도 인권 공부에 더 열을 올렸고, 인권활동에도 참여해왔다. 어쩌면 현병철 인권위원장보다도 더. 발칙하고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고등학생인 나도 느낄 만한 인권감수성도 가지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여러 위원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데도, 그 목소리에 한 번도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인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이 박힌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서, 꽉 막힌 학교, 꽉 막힌 이 사회와 별반 다른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 과연 나에게, 그리고 다른 나머지 수상자들에게 상을 줄 자격이나 있을까.
인권에세이로 선정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많은 내용들이 '언론, 표현의 자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가 직접 선정한 작품들에서 이야기하는 인권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인권위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 책임지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내가 에세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인권'을 지금 현병철이라는 사람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끝도 없이 밑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인권을 보장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애를 써야 할 국가인권위가 오히려 인권을 모욕하고 있는 것만 같다. 정말로 지금 상황에 심각성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성찰할 의지가 생긴다면, 감히 인권에세이 수상자인 청소년들에게 "참 잘했어요. 그러니 우리가 상 줄게요"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회로 인정할 수 없으며, 현병철 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앉아있는 인권위에서 주는 상은 받고 싶지 않다. 현병철 위원장은 나에게 상을 줄 자격조차 없다.
나는 2010인권에세이 대상 수상을 거부한다. 12월 10일 수상식 당일에 이런 뜻을 밝힐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친구와 같이 태국 여행을 가기로 한 날짜와 겹쳐서 수상식에 참가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수상을 거부한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내 목소리가 보태어져,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12월 13일 즈음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더 이상 현병철이라는 분이 아니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 김은총님 작품제목 : 언론은 있지만 여론은 없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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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부자'가 된다는 것
김해솔(고등부 장려)
2010년 12월 첫째주는 정말 ‘은총 돋는’ 일주일이었다. 국가인권위 인권에세이공모에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수나로 수원지부의 김은총이 수상을 거부하겠다는 글이 언론에 실렸기 때문이다. 나도 수상자 중에 한 명이었다. 그리고 다른 몇 명과 함께 수상 거부자가 되었다. 12월 10일 아침 인권단체들의 기자회견에서 또 오후의 시상식에 가서 수상거부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어제 일정이 끝난 후의 감정은 결코 후련하거나 통쾌하지 못했다.
물론 수상을 거부한 것에 대한, 그 ‘수상자’라는 네임밸류를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다. 내 꿀꿀한 기분의 이유는 그 날의 분위기… 랄까. 시상식에 왔던 수상자들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수상을 거부했다. 사회자는 계속해서 “인권위는 수상을 해도 수상 거부를 해도 인정합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용기지요.”라는 말을 연발하며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했다. 수상을 선택한 다른 청소년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거의 울먹이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수상을 한 사실에 대해 ‘죄책감’을 가진 것 같은 얼굴이었다. 인권위 직원들의 표정은 모두 피로에 쩔어 있었다. 얼마 전부터의 인권위 점거에 12월 10일 하루 종일 그 고생의 대미였을 테니.
원래라면 반대였을 다수와 소수가 뒤집힌 시상식장의 공기. 소수파가 다수파가 되는 순간 뭔가 분위기가 훨씬 불편해진다고 생각하니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그와 동시에 모순되는 감정이지만 뭔가 대단히 착하고 혁명적인 척하며 수상거부하지 않은, 혹은 하지 못한 사람들을 ‘겁쟁이’, ‘나쁜 사람’ 으로 만든 것 같은 씁쓸함.
뭔가 예전엔 ‘○○거부자’ 가 되었을 때 통쾌했고, 짐을 내던진 것 같은 후련함을 느꼈었다. 그 때는 ‘나쁜 사람’이 된 것에 대해 찝찝함을 느끼지 않았다. 어째서 지금은 그런 감정을 가지지 못한 ‘거부자’ 일까. 생각해 보면 모든 거부에 다른 면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청소년운동을 시작한 뒤, 눈에 띄게는 아니어도 잠정적(?)으로 수험을 거부한 수험 & 대학 거부자다. 이것도 부모가 결국은 내 선택을 존중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중산층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환경과 접할 수 있었기에 할 수 있는 거부가 아니었을까. 이번의 거부 때 그 분위기가 너무나 명확해져서 깨달았다.
하지만 수상을 한 사람들의 ‘죄책감’과 거부한 사람들의 ‘씁쓸함’에는 보다 근본적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상식장의 등장인물들은 ‘수상거부’로 시상식의 분위기를 망쳐버린 나를 포함한 사람들과, 수상을 선택하고 어두운 마음이 된 다른 사람들, 애써 준비한 시상식의 분위기가 안 좋아져서 당황하는 인권위 직원들이었다. 나는 결코 그 자리의 사람들을 상처 입히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데. 여기의 어디에도, 나의 수상거부의 원인이자, 인권단체의 인권위 점거의 원인인, 현병철이나 이명박은 없다. 그 사람들은 이 분위기에 상처입을 일도, 물리적, 정신적으로 고생할 일도 없다.
집회에 나가서 전경들이 앞을 막을 때, 물리적인 진압을 할 때, 그들이 몸에 부딪쳐 올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 자리에서 충돌하고 싸우게 되는 그 사람들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혹은 징집된 말단에 불과하다. 우리가 진짜 ‘까고’ 싶은 그 ‘윗대가리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언제나 ‘아랫것들’끼리 싸우고 상처입는다.
앞으로 사회에서 강요하는, 혹은 주어지는 무언가를 거부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물론 나는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분간, 슬프게도 거부한 자 vs 거부하지 못한 자의 구도가 변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거부당한 윗대가리’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김해솔님 작품제목 : ‘기분 나쁨’에는 이유가 있다 - 반말이 가지고 있는 정치성
수상거부로 받을 수 있었던 상
김성호(중등부 최우수)
수상거부를 한 게 벌써 3달 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상을 받을 때 수상거부를 선언하고 돌아가다니… 그때 상 주던 분이 굉장히 민망했을 거 같다. 한창 현병철 위원장 사퇴촉구행동을 하고 인권위상 수상거부 운동으로 정신없이 돌아가던 날로부터 시간이 좀 흘렀다. 그동안 인권위가 많이 변했는지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인권위가 우리가 바랐던 대로는 안 바뀐 것 같다.
사실 인권에세이 나갈 때는 별다른 목적이나 의식이 없었다. 국가에서 상을 주니 칭찬도 받고 돈도 받겠다,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에세이를 나간 것이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인권위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인권위를 바꾸기 위해 뭘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름 인권활동 하는 것에 대해서 부끄럼 없이 활동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에 돈 몇만원에 내가 이 상을 받아버린다면 나중에 내 자신을 보면서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할지 생각해봤다. 인권위와 나 자신을 위해서 상을 거부했다. 살짝 쫌생이 같은 성격 때문에 그 돈이 아까웠던 적도 있다. 하지만 수상거부를 하고나서 시간이 흐르자 내안의 쫌쌩이가 좀 사그러들었는지 돈 생각은 안 든다. 오히려 나도 무언가 힘을 보탰구나 하는 생각에 좀 뿌듯했다. 허허.
나나 다른 사람들이 바랬던 현병철 위원장 사퇴는 목적대로 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본다면 우리가 수상거부를 하고 다른 분들이 열심히 행동하셨던 게 실패했다면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우리들의 행동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인권위를 바꿔놓지는 못했지만 인권위를 바라보는 사람들, 인권위를 몰랐던 사람들,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과 생각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일반시민들은 있는지도 몰랐던 국가인권위를 이번 행동들로 알렸고, 그리고 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꿨다. 난 이것만으로도 다른 단체들과 여러 활동가들과 우리들의 액션이 절대로 실패한 액션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
수상거부를 함으로써 인권위가 준 상은 없다. 하지만 수상거부를 할 때 지지해줬던 사람들이랑 내가 나 자신에게 준 상은 남아있다. 수상거부는 인권위를 바꾸는 많은 행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수상거부라는 한 종류의 행동을 했으니 이제 다른 행동을 준비하고 실천하는 것만 남은 일이 아닌가 싶다.
* 김성호님 작품 제목 : 머리를 찾으려면 우리의 '입'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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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을 거부하며
한소영(고등부 최우수)
학교 다닐 적에 나는 상을 많이 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작해야 초등학교 2학년 때 일기상 받은 게 내 기억엔 전부인 거 같다. 웬만한 친구들 다 받는 개근상은커녕 어느 대회에나가서 받는 상이라던가 글이나 그림을 그려서 혹은 반장이되어서 받는 상조차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가 인권에세이 공모전에서 일제고사 반대하는 것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어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스케이트장 출입을 거부당한 그 사실을 가지고 글을 쓴 게 최우수상이 된 것이다. 처음엔 얼떨떨했다. 헐 내가 상을 받는다니!! 아마 이런 느낌이었던 거 같다. 뭔가 학교에서 받는 상이랑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인권위에서 주는 상이 큰 상이고 국가에서 주는 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권 관련한 주제로 글을 쓴 것뿐인데 상을 준다니 이유야 어찌 되었던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런 부푼 마음도 잠시 인권위에 현병철 위원장이 낙하산으로 임명이 되고 그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실망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런사람이 있는 인권위의 상을 받는다니 그뿐만 아니라 인권위가 인권위 같지 않았다. 왜 이리도 반인권적인건지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래서 맘속으로 수상거부를 해야할까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많은 사람들이 그 상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나 또한 가만히 그 상을 넙죽 받자니, 뭔가 개운하지가 않았다. 내가 쓴 에세이의 내용부터가 이명박 정부의 학생들을 죽이는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내 표현의 자유를 국가 권력에게 침해당한 경험을 가지고 쓴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 눈치를 보면서 가장 기본적 인권 중에 하나인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고나 의견 표명조차 주저하는 국가인권위가 내게는 상을 준다는 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수상거부 소감을 밝힐 때 속시원하게 말했다. 지금 현병철이 있는 인권위에서 주는 상을 받지 않겠다고. 권력에 좌우되는 인권위는 인권위가 아니라는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다.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국가를 감시해야 할 위치에서 공권력과 타협하고 있는 인권위는 아마 오래 가지 못할 것이기에 나는 적어도 인권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약자의 편에서 소수자의 편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인권위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한소영님 작품제목 : 표현의 자유는 아이스링크 앞에서 얼어붙었다?
* 인권작품은 PDF파일로 첨부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수상거부 소감/입장입니다.
** 문의 : 인권단체연석회의 hrnet2004@hanmail.net
이상윤(전남대 로스쿨)
나는 성전환자와 관련한 논문으로 인권위 주관 공모전에서 학생부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
기뻤다. 상금은 물론이고, 내 '스펙'이 쌓여가는 느낌에 벌써 취직이 된 기분이었다.
나는 로스쿨에 재학중이다. 그것도 무려 '인권법'이 특성화인 학교.
인권법에 관심이 있었고, 관련한 변호사가 되고 싶었으며,
수상으로 인해 왠지 인권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 여고생의 수상 거부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갈등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이미 수상을 주장하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도, 수업중에도 계속 수상의 당위성을 주입시켰다.
심지어 이 순간에도 그렇다.
하지만, 내 검은 속마음보다 김은총 양의 용기가 더 밝았다.
로스쿨 동료들의 조언과 격려로 쓰여진 논문이다. 그들의 격려가 더 빛났다.
어두운 모텔방 한켠에서 홀로 호르몬을 주사할, 성전환자의 삶에 대한 희망이 내 검은 마음보다 더 눈부셨다.
그래서 나는 희망의 이름으로 수상을 거부한다.
이 빛들이 현 위원장의 퇴진과 국가인권위의 정상화를 만들어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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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으로 인권을 논하지 말라"
[프레시안 기고]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인권논문상' 수상거부 이유
이경(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인권논문 책임연구원)
오늘 아침 국가인권위원회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에서 인권논문상 수상을 거부하기로 했냐는 물음에, 아예 수상작에서 우리글을 제외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후 허무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동인련은 성소수자들이 차별 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그런데 요즘 동인련은 매우 속이 쓰리다. 9년 전 위원회 건설부터 함께 하여 그동안 성소수자 인권 신장을 위한 여러 의미 있는 사업을 함께 진행해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완전히 망가지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으니 어찌 속이 쓰리지 않을까. 동성애혐오가 짙게 드리워있고 편견과 낙인의 벽장 속에 갇힌 성소수자들에게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보루였다는 점에서 우리의 분노와 상실감은 더하다.
대단히 씁쓸하고 착잡하다
사실 동인련은 올해 인권논문공모에 참여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반인권인사 현병철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동인련은 작년 말부터 일터에서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어떤 차별에 직면하는지 밝히고자 성소수자 노동권팀을 구성했고, 성소수자 노동자들을 일일이 만나며 이들의 차별경험을 수집하고 분석해왔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동인련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고 성소수자 차별 금지와 관련한 유용한 제언들을 더 많은 시민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하던 중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논문 공모에 입상하면 우리의 글이 책으로 엮여 나올 것이고, 우리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거나 소개될 것이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고심 끝에 인권논문공모전에 응모하였고 결국 일반부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 논문은 일터에서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더 이상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행복하게 노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의 노력과 고민을 담아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 글이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논문집에 수록되는 기쁨조차 우리 스스로 거부하게 만들었으니 대단히 씁쓸하고 착잡할 일이다. 동인련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 혐오자들의 눈치를 살핀 나머지 군형법 상 동성애자 차별조항을 없애자는 권고조차 보류하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인권 논문상'을 받을 수는 없었다.
지금 국가인권위원회의 모습은 참혹할 정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인권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하수인 현병철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했고, 그 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탄압받는 노동자와 철거민들의 기대를 끊임없이 배반하며 인권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인권위원과 전문위원들이 줄줄이 사퇴를 하면서까지 현 위원장에게 거센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위원장은 위원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급기야 식물 국가인권위로 전락시키는 사태를 몰고 왔다.
수상 거부는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강력한 사퇴요구
특히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들에게 이런 상황은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우파 기독교세력이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통에, 차별에 노출된 소수자들이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마저 난항을 겪고 있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한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무엇보다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하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동인련은 인권파괴자 현병철 위원장이 주는 인권논문상을 단호히 거부한다. 이것은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강력한 사퇴요구이기도 하다.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소중한 결실이 인권논문을 수상한 것은 더없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건만, 이것이 가짜 인권위원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주는데 이용되는 것은 결코 두고 볼 수 없다.
이번에는 적지 않은 인권작품들이 수상명단에서 빠지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 이 사태의 책임이 있는지 돌아보라. 우리는 이 작품들이 '인권작품'임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 현 위원장이 사퇴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아마 이번에 수상을 거부한 인권작품들도 기쁘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 때에 다양한 목소리로 인권을 이야기한 소중한 작품들을 다시금 시민사회에 온전히 소개해주기를 바란다.
가진 것 없고 억압 받는 소수자가 자기 손으로 인권논문상 수상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병철은 당장 물러나라. 그 입으로 '인권'을 '논'하지 말라. 당신은 자격이 없다.
<성명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논문 시상할 자격있나!
- 2010년 인권논문 수상을 거부하며 -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10년 인권논문 일반부 우수상 (보이지 않는 노동자, 일터에서의 성소수자 차별실태 분석) 수상을 거부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인권논문 수상을 기뻐할 수 있겠는가!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인권위원들과 전문위원들의 사퇴, 전국의 인권시민단체들의 사퇴압력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인권위를 운영하고 있고 독립성마저 훼손시키고 있다. 장애인들의 정당한 요구마저 경찰력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묵살해버렸다. 인권논문 대상은 <장애연금제도의 도입과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주제로 한 것인데 장애인들의 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안에서 무너졌다. 인권논문 최우수상과 우수상은 성전환자와 동성애자 인권에 관한 내용인데 군형법 92조 위헌결정 촉구를 위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보도가 발표된 뒤 보수단체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군형법 위헌 의견을 철회하라는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을 하였다.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현병철 인권위원장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짓밟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논리와 상식이 결여된 채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동성애 혐오 조장 단체들의 위협행동에 침묵, 방관할 것이 아니라 퇴거조치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을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적격자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가치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권논문 수상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 사회에 인권과 관련한 지식 기반을 확충하고, 사회 일반의 인권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높이고자 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권연구 공모사업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인권논문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논의되고 개선되어야 할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현안들을 주제로 잡은 소중한 논문들이 대부분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동성애자 노동자들의 일터에서의 차별문제를 가지고 인권논문 공모에 참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번에 수상한 모든 논문의 주제들을 연구결과로만 그치게 할 것이 아니라 인권위가 주체로 나서 정책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국가인권위원회는 현 정부가 가치를 두고 있지 않은 대부분의 인권현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오히려 후퇴된 정책을 만들 가능성이 많아졌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인권논문상 거부와 함께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다. 정부의 하수인으로 남아있는 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을 바로 세우는 제 역할을 담당할 수가 없다. 인권없는 국가인권위원회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독립성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눈치보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오히려 우리의 인권을 해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과연 인권논문상을 수여할 자격이 있는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15편의 소중한 인권논문들과 에세이 작품들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2010년 12월8일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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