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백승종 교수님께서 쓰신 총선 총평, 너무 좋은 글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지식인 종교인 네트워크’ 시국논평] 31(2024.4.15.)
<제22대 국회가 한국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백승종(역사가, 전 서강대 및 독일 튀빙겐대학교 교수)
지난 4월 10일에 시행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우리 시민들은 윤석열 정권의 잘못을 따끔하게 질책하였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차지하였고, 여당인 국민의 힘은 궁지로 내몰렸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254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61석을 얻었지만, 국민의힘은 90석에 그쳤습니다.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및 진보당도 각기 1석을 차지하였습니다. 그 밖에 비례대표는 국민의미래(36.67%)가 18석을 획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연합(26.69%)이 14석, 조국혁신당(24.25%)이 12석을 얻었습니다. 그밖에 개혁신당(3.61%)도 2석을 확보하였습니다. 요컨대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80석이 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이번의 총선에 담긴 시민의 목소리를 알아보고 국민들이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국민의힘’당의 참패, 민주시민의 빛나는 승리
이번 4월 10일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참패를 당하였습니다. 주류 언론 매체의 끈질긴 왜곡 보도에도 불구하고, 민주 시민들은 결코 속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저들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강조하며 야당에 대한 심판을 총선 프레임으로 가동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여당을 심판하였습니다. ‘국민의힘’의 참패는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시민의 분노를 표출한 것이자 왜곡 보도를 일삼는 정권의 하수인들에 대한 질책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이 땅에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교양 시민이 다수라는 사실을 확인한 셈입니다.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시민들의 뜻을 따라 쇠망의 길에서 대한민국을 구하고, 희망의 꽃을 다시 피우리라 믿습니다.
우리 ‘민사네’의 회원인 임재해 교수는 <한 마디 총선평>이라는 글에서 총선에 드러난 민의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습니다.
“(민의는) 윤석열이 검찰 권력으로 올가미를 씌우려 했던 두 정적을 모두 당 대표자로 우뚝 서게 했다. 한동훈이 ‘이·조심판’을 외쳤던 이재명과 조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금은 이재명과 조국의 시간이다.”(임재해, 2024년 4월 12일 페이스북)
과연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극심하게 탄압한 정치인은 찬란하게 부활했습니다. 이재명, 조국, 추미애, 전현희, 이성윤, 박은정 등이 그들입니다. 그렇지만 이재명과 조국을 죄악시한 사람들은 몰락하였습니다. 한동훈, 이낙연, 이상민, 김영주, 설훈, 조응천 등이 그들입니다. 물론 이번 선거로 가장 결정적인 타격을 받은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 배우자인 김건희입니다. 이 얼마나 통쾌한 일입니까.
주권자인 우리 시민/국민은 그야말로 사상 최대의 의석을 야권에 몰아주며 윤석열 정권에 참패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임기 5년짜리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손발을 묶어 버렸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성명서, 2024년 4월 11일)
선거 결과에 당황한 나머지 이른바 보수 논객이란 사람들조차 선거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혹자는 말하기를,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당연히 만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거국내각까지도 구상할 각오를 해야 이 험난한 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신평, 2024년 4월 12일의 페이스북)
과연 윤 정권은 그처럼 유연하게 난국을 대처할 수 있을까요?
2. 총선의 메시지 : 실패한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에 대한 엄중한 심판
이번 선거에서 주권자들이 윤석열 정권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지난 2년 동안의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입니다. 그들의 실정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윤 정권은 가까스로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당과의 협치(協治)를 근본적으로 거부하였습니다. 그들은 시종일관 야당 대표를 탄압하였고, 국회가 의결한 여러 법안을 아무런 명분도 없이 거부하는 행태를 연출하였습니다. 윤 정권은 하위법률인 시행령을 가지고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오류를 범하였습니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검찰 출신으로만 권력기관을 송두리째 장악하여 민주적인 국가운영에 파탄을 초래했다는 점입니다. 국제 정세에도 어두워 오로지 미국과 일본의 하수인으로 자처해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초래하였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윤 정권은 하는 일마다 무능과 무지를 스스로 폭로해 빈축을 샀습니다만, 특히 민생 문제에 무감각하고 무책임해 물가가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총선이 눈앞에 다가오자 갑자기 허울뿐인 ‘민생토론회’를 개최하며 관권선거를 자행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의 발길이 닿는 지역마다 장차 수조 원의 예산을 책정하여 해당 지역을 개발하겠노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공약을 남발하여 시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습니다. 현명한 민주시민들은 윤 정권의 주먹구구식 허언에 속아 넘어가기는커녕, 투표라는 이름의 철퇴로 응징하였습니다.
총선 결과를 곰곰 따져보면 거기에는 대체로 다음의 네 가지 민의가 감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는 ‘검찰 독재’에 대한 비판입니다. 시민들은 이른바 최고의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사와 판사들이 국가의 요직을 독점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헌법을 존중하고 법의 정신을 추구해야 할 그들 법조 엘리트가 헌법에 명시된 평등주의의 파괴에 앞장선 사실을 직시한 것입니다.
검찰로 대표되는 이 정권의 핵심 인사들은 검찰을 총동원하여 자신들의 정적을 범죄자로 내몰았습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의 가족이 저지른 범법 사실은 한결같이 감싸고 보호하여 일종의 특수계급으로 군림합니다. 윤석열 정권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집권하였으나, 그러한 명분은 이미 실종되고 말았습니다.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 측근인 한동훈 등이 특권적인 검찰 카르텔을 형성하여 자신들의 이익과 특권을 추구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윤 정권은 검찰 내에 과거의 ‘하나회’와도 같은 특권층을 형성하여 국가의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점을, 시민들은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정권이 집요하게 탄압해온 이재명과 조국 등이야말로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판단에 이른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한 한동훈에 관하여 민주시민들은 시종일관 비판적이었습니다. 한시의 언행은 고상한 인격이나 인문적 교양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른바 ‘소년등과’하여 특수부 검사라는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가 한없이 교만하고 편협하며 안하무인격이라는 판단을 하였던 것입니다. 요컨대 총선에서 민주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등으로 대표되는 ‘검찰독재’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요구를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둘째, 이번 총선은 윤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언론 탄압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언론지형은 ‘가짜뉴스’가 마치 정상적인 저널리즘인 것처럼 작동하였습니다. 정권의 패악을 비판하는 소수의 언론은 극심한 감시와 처벌 대상이었습니다.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의 사태를 시작으로, 윤 정권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무차별적인 언론 탄압을 저질렀고, 그 과정에서 극우세력과 결탁해 공영방송을 사실상 해체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판단되면, 해당 매체와 언론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에 이어 검찰 수사를 자행하였습니다.
아울러, 준공영방송인 YTN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재벌에게 팔아넘기는 일까지도 일어났습니다. 그런 판국이라, 공정해야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까지 동원해 위법한 행위를 저질렀고, 대통령을 풍자하는 영상까지도 명예훼손죄로 몰아 평범한 시민의 자유권까지 짓밟았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성명, 2024년 4월 11일)
한 마디로, 윤 정권은 그들은 헌법을 무시하고 법률을 위반해가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습니다만, 시민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윤 정권이 잦은 실정으로 민생을 파탄 내자 주권자인 시민들은 투표로 심판한 것입니다. 여권은 언론장악으로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였을 테지만, 시민들은 거대한 역풍으로 죗값을 물은 것입니다.
셋째, 이번 총선은 윤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그들의 시대착오와 오만에 대한 심판이었습니다. 다수의 지식인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기를, 이 정권에는 ‘정치사상’이라고 일컬을 만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감히 정치 지도자 노릇을 하겠다며 무모하게 나서 권력을 잡았다는 비판입니다.
과연 그러합니다. 윤 정권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이나 자유에 대한 깊은 이해가 모자랐습니다. 그들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와 자유를 논하지만, 식자들은 그것이 영혼 없이 떠드는 일종의 허세라고 비판합니다.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정치 지도자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가 이 나라의 식자층은 물론이고 교양 시민들의 일치된 판단입니다.
윤 정권의 무능은 “대파 한 단 875원, 합리적 가격”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극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 발언을 듣고 시민들은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도대체 상식 이하의 인물이라는 의혹을 거둘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국정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윤 정권이 얻은 성적은 비참할 정도로 초라했습니다. 시민들은 윤 정권의 능력을 더는 믿지 못하게 되어 하루빨리 권력을 회수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태를 여기까지 악화시킨 것은 대통령 자신일 것입니다. 그는 볼품없는 언행으로 모든 시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정신적 상처를 입혔습니다. (박충구, 2024년 4월 10일 – 페이스북)
게다가 윤 정권은 무책임하였습니다. 그들은 시민의 귀중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책정된 국가재난 긴급대응 예산을 90%나 삭감하였습니다. 국가는 무릇 시민의 생명과 안위를 지켜야 할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 정권은 자신들의 책임을 완전히 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 실망스러운 일도 있었습니다. 해병대 채상병의 무고한 죽음에 관해 윤 정권은 정당한 수사를 훼방하였습니다. 무책임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하고서도 시민의 지지와 신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윤 정권은 실로 시대착오적입니다. 21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권과 환경, 평화와 국제 협력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 정권이 등장한 이래 인권도, 환경도, 협력도, 평화도 낯선 개념이 되고 말았습니다. 윤 정권은 과거에 군사독재정권이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으로 이용한 적대적 공존 모델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총만 안 들었을 뿐이지 내전에 가까운 적의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는 어느 지식인의 지적이 옳습니다. 윤 정권은 시민을 갈라쳐 적대적 양분(兩分)을 꾀하고 있습니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 운운하며, 대통령이 선두에 나서 시민사회의 분열과 갈등 조장을 꾀하였습니다.
이런 윤 정권이라서 한국의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냉전질서의 부활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과 일본의 추종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어처구니없게도 대통령 부부가 미신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요컨대, 윤 정권은 시민들에게 수치와 모멸감을 선사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오만방자한 것이 바로 윤 정권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그들은 정적과 비판세력에 대해서는 압수수색과 구속을 무자비하게 감행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함부로 침해하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마치 ‘무법국가’의 절대군주처럼 군림하며 시민의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짓밟았습니다. 그런 윤 정권이므로, 지난날 문화예술인에 관한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악명을 떨친 유인촌이 다시 문화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또, ‘문재인(전 대통령)의 목을 따겠다’라는 등 망언을 쏟아낸 신원식을 국방부 장관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윤 정권은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역주행하는 정권이라고 봐야 옳겠습니다.
윤 정권이 오만방자한 사실은 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국회의 결정을 함부로 무시하는 데서도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민생을 위한 법률까지도 번번이 거부하고, 법률을 위반한 자신의 가족을 감싸느라 명분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사태를 거듭 목격한 끝에, 시민들은 총선에서 투표로 단죄를 결행한 것입니다.
민주시민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합니다. 그가 대통령직을 명예롭고 책임 있게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탄핵을 당하게 될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충구, 2024년 4월 10일 – 페이스북)
넷째, 이번 총선으로 혹자는 동서(東西, 영호남)의 정치적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분석입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이제 지역 간의 갈등이 줄었고, 민주적인 시민이 수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선거 결과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다시피 국민의힘은 대구와 경북에서 25개 지역구를 모두 석권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야권에 30% 안팎의 비교적 높은 지지를 보였습니다. 그럼 부산은 어떠했습니까? 지역구에서는 18석 가운데 17석을 국민의힘이 가져갔으나, 비례에서는 국민의미래가 야권 3당보다 득표율이 오히려 0.5%가량 낮았습니다. 놀라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총선에서는 조국혁신당의 돌풍도 뚜렷이 확인되었습니다. 전국적인 득표율을 가지고 판단하면, 이 당은 더불어민주연합에 비해 겨우 2%만 뒤졌을 뿐입니다. 특히 호남과 부산, 세종 등 5개 시도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앞서는 득표율을 기록하였습니다. (KBS 뉴스, 2024.04.13.)
그러므로,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서러운데 동서로 다시 갈라졌다는 식의 평가를 자제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민주세력은 서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동쪽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마디 덧붙일 말씀이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압도적인 승리를 통해 우리는 민심의 향방을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윤석열 정권이 초래한 국정의 퇴행을 막고자 합니다. 그래서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에 많은 표를 몰아주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민주당이 시민의 편에서 제대로 일했다고 판단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창당한 지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조국혁신당에게 시민들이 참으로 큰 성원을 보였다는 점, 특히 호남을 포함한 5개 시도에서 민주당에 대해서보다 더 많은 지지를 보낸 사실을 정치가들은 약석(藥石)으로 삼아야 합니다.
3. 앞날의 전망
총선은 이미 끝났습니다. 그럼 이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이 나라의 갈 길은 어떻게 될 것입니까?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순서입니다.
정치에 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이들은 대개 다음과 같이 예상합니다. 첫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총선 책임론이 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여당이 크게 흔들리고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논란이 일어나겠지요. 그런 일이 벌어지면 평소에도 눈치만 보고 권력의 향방에 민감한 인사들은 어딘가에 매달릴 것입니다. 어쩌면 여당 의원 중에는 탈당을 감행하며 생존을 꾀하는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이철, 2024년 4월 10일-민사네단톡방)
그렇다면 여권에서 이탈한 의원들과 야권은 협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민주당에 전략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제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개혁 성향의 입법을 할 때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입법독재라고 비난하고 방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종훈, 2024년 4월 11일 -페이스북)
선거 결과가 너무도 명백하므로, 윤 정권의 스피커 역할을 하던 매체들조차 새로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대통령에게 세 가지 요구를 거랜 것입니다. 첫째, 집권당은 선거에 참패하였으니, 앞으로 야당과 협치·소통하여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라는 주문입니다. 둘째, 대통령은 불통·독선에 대해 시민들이 매섭게 심판한 사실을 인지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결과를 수용하라는 것입니다. 셋째, 경제 문제와 국제 정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야당과 협치하라는 주문입니다. (중앙일보 사설, 2024년 4월 11일)
이렇게 볼 때, 4.10 총선은 우리 시민들이 마련한 절호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자신들의 패악을 순순히 인정하고 개과천선(改過遷善)한다면 국정 방향이 바뀌고, 나라가 재건될 것입니다. 적어도 이와 같은 전환점이 마련되기까지 ‘촛불행동’을 비롯해 민주시민과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수고가 정말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지식인 종교인 네트워크](민사네)도 이바지한 바가 적지 않았다고 평가해도 좋겠습니다.
그럼 이제 총선 이후에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직한 전망을 간단히 해보겠습니다.
첫째, 검찰 독재의 종식입니다. 제22대 국회가 열리는 대로 ‘김건희특검’과 ‘한동훈특검’ 등 윤석열 정권의 치부(恥部)를 도려낼 여러 개의 특검이 구성되어야 맞습니다. 그밖에도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목적으로 국정조사가 단행되어야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식으로 발의되고, 개헌론까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성향상 자진하여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윤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등을 추궁하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둘째,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받들어 언론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 매체는 누구의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도 아니 됩니다.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위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언론장악을 위해 벌인 잘못된 범죄행위를 시인하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또, 새로운 법을 통해 공영방송의 중립을 보장하고, 반헌법적인 언론 검열을 막아야 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성명, 2024년 4월 11일)
그러한 맥락에서 제22대 국회는 이미 국회에서 의결되었으나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좌절된 방송3법을 다시 입법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윤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도구로 악용한 방송통신위원회를 처벌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선거 운동에 가담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등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요컨대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그 어떠한 정치세력도 방송 장악을 시도하지 못하게 단단히 막아야 합니다.
셋째, 대한민국은 민의에 따라 21세기의 시대적 변화에 적절히 대처해야 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이 주도하던 단극체제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에 대신하여 다극 체제가 들어서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 등 ‘브릭스’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계하여 상승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마 중국이 그 가운데서도 선도적인 나라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다극 체제에 부응하는 유연한 국가를 지향해야 옳습니다.
그에 앞서 지금은 완전히 와해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회복이 절실한 문제입니다. 윤 정권은 지난 2년 동안에 남북 간의 평화로운 대화와 교섭을 망가뜨리고, 절대적인 친미와 굴종적인 친일이라는 낡은 카드에 집착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절치부심(切齒腐心)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입니다.
총선에서 민주시민들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핵심 과제들을 정치권에 맡겼다고 봅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시종일관 한마음이 되어 윤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를 촉구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확신하기에는 너무도 큰 장애물이 존재합니다. 지금까지의 소행으로 미루어볼 때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지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어쩌면 그야말로 죽고 살기로 자신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3년은 갈등이 증폭되고 혼란이 가중되어 참기 어려운 고통의 세월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대통령은 과연 도덕적 기준을 가진 인물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지난 2년 동안 그의 폭정을 기득권층이 모두 용인하였다고 보이는바, 그들의 전향적인 태도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번 총선에서 분명히 드러난 민주시민의 요구가 무참히 짓밟히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박충구, 2024년 4월 11일 – 민사네)
참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갈림길에 선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설사 비극적인 결말이 되고 말더라도 마지막까지 복된 희망을 안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역사적 존재로서 우리 인간의 의무요, 또한 권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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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교수의 일목요연한 정리를 한 번 들어보고, 윤석열이 2년동안 국가 외교안보에 어떤 신기록을 세워왔는지 판단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6aWz-r4KrZ8?si=aFEBeG6zofp-2-z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