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버선 예찬 - 김영교
-완신-
눈에 뜨이는 손이 입는 옷이 장갑이면 눈에 뜨이지 않는 맨발이 입는 옷은 버선이다. 둘 다 기능면에서 맵시보다 손과 발을 보호하기 위한 건강차원이 아니었나 싶다.
매주 수요일 마다 만나는 소 구릅 모임이 있다. 일 년에 두 번 쉰다. 여름 방학 때와 연말연시 때다. 휴무 다음 첫모임은 주로 선배님 댁 초대로 시작된다. 한 가지 목적으로 모이는 이 소 구릅은 리더가 있고 진행자가 있다. 매주 나누는 점심 식사는 자발적이며 편한 시간과 날짜를 정해 순번이 잘 돌아간다.
그날도 한 달 겨울 방학을 끝내고 새 만남의 시작을 위한 단합모임이었다. 아주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그 댁으로 가는 발길은 소풍가는 초등생 기분이었다. 그 댁 대리석 입구에는 여러 켤레의 실내화 슬리퍼가 대형 사기항아리에 잔뜩 들어있었다. 찬 바닥을 실내화 슬리퍼가 대신 감당해 주었다. 그날도 들어서자마자 눈에 뜨인 것은 각가지 색깔의 면 덧신이 슬리퍼 실내화를 대신해 반으로 접혀 수 십 켤레 준비 되어있었다. 골라 신고 가지고 가라신다. 많이 준비 했으니 원하는 색깔별로 더 골라 가지고 가라신다. 신었던 것을 벗어놓고 가기도 머쓱할 때 그렇게 해결해준 덧버선이 부담 없어 선물로 가지고 왔다.
결례되는 맨발, 발을 감싸는 슬리퍼도, 버선도 고마운데 그 발의 겉옷 버선을 지키는 덧버선의 미덕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 이후 나는 남의 집 방문 시 늘 지참한다. 가지고 다니기도 간편한 약식 덧버선의 부피나 무게가 별것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몸 제일 하단에 붙어있는 발, 움직이고 싶을 때 거절 절대 않고 따라와 준다. 한 뼘으로 전신의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발, 당연하게 생각하고 보호해주고 고맙게 여긴 적 한 번도 없었는데 늦게나마 선배댁 덧버선이 스승이었다.
모두의 건강을 염두에 둔 식탁 역식 덧버선 상차림이었다. 기름진 육류를 피해 생선과 해초, 건강밥부터 국도 반찬도 모두가 짜지도 달지도 주인행세 않는 보조적 간이 아주 훌륭한 상차림 속에 숨어있었다. 건강 차며 그리고 후식 까지 신경 쓴 흔적이 우리 일행 허기진 입맛에 보조적인 덧버선 채식 반찬들이 환하게 불을 켰다. 경건의 시간을 선두로 행복하게 즐기며 대화하며 큰 소리로 노래하며 마음껏 사귐의 시간을 가졌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다. 눈에 뜨이는 손 장갑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 어느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양말도 보선도 아닌 보조적인 간이 기능의 덧버선 봉사만 하는 사람도 있다. 발을 보호하는 버선, 그 버선을 보호하는 덧버선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덧버선 사람, 선배님의 선물 그 덧버선으로 인해 눈을 떴다. 무척이나 무관심했던 나의 발에게 ‘너, 정말 수고 많구나’ 쓰담고 잘 간수하리라 마음먹으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나를 살펴본다. 퇴 2-2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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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입는 옷이 장갑이면 맨발이 입는 옷은 버선이다. 둘 다 기능면에서 맵시보다 손과 발을 보호하기 위한 건강차원이 아니었나 싶다. 어릴 적 설날이면 한복에 답답한 꽃버선을 신은 기억이 있다.
매주 수요일 마다 만나는 소 구릅 모임이 있다. 일 년에 두 번 쉰다. 여름 방학 때와 연말연시 때다. 휴무 다음 첫모임은 주로 선배님 댁 초대로 시작된다. 한 가지 목적으로 모이는 이 소 구릅은 리더가 있고 진행자가 있다. 매주 나누는 점심 식사는 자발적이며 편한 시간과 날짜를 정해 순번이 잘 돌아간다.
그날도 한 달 겨울 방학을 끝내고 새 만남의 시작을 위한 단합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 댁은 아주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운전하고 가는 발길은 기분이 좋아 소풍가는 초등생이 된다. 어쩌다 고국의 스승님이나 오지의 선교사의 새로운 얼굴도 초대된다. 오래된 얼굴도 사정상 불참인 경우도 있다.
그 댁 대리석 입구에는 여러 켤레의 실내화 슬리퍼가 대형 사기 항아리안에 잔뜩 들어있다. 찬 바닥을 실내화 슬리퍼가 대신 감당해 주곤했다. 그날도 들어서자마자 눈에 뜨인 것은 각가지 색깔의 면 덧신이 슬리퍼 실내화를 대신해 반으로 접어 수 십 켤레 준비 되어있었다. 골라 신고 가지고 가라신다. 많이 준비 했으니 원하는 색깔별로 더 골라 가지고 가라신다. 신었던 것을 벗어놓고 가기도 머쓱할 때 그렇게 해결해준 덧버선이 부담 없어 집으로 가지고 왔다. 선물이었다. 지금 내발을 편하게 해주는 덧버선이 우리 집에 입양된 경로이다. 결례되는 맨발, 발을 감싸는 슬리퍼도, 버선도 고마운데 그 고마운 발의 겉옷 버선을 지키는 덧버선의 미덕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남의 집 방문 시 가지고 다니기도 간편한 약식 덧버선의 부피나 무게가 별것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빨아도 햇볕에 금방 마른다. 몸 제일 하단에 붙어있는 발,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발, 당연하게 생각하고 보호해주고 고맙게 여긴 적 없었는데 늦게나마 선배댁에서 깨우쳤다.
안주인의 세심한 마음을 가늠해본다. 배품은 물론이고 심미적 안목이 전공분야도 아닌데 특출해 우리 멤버들이 그 댁 방문을 다 좋아한다. 들어서면 둥근 테이블 위에 아주 커다란 화병에 꽂혀있는 각가지 색깔의 생화가 활짝 웃으며 손님을 반긴다. 향기 은은한 고운 꽃꽂이는 보는 사람마다 그 아름다움에, 그 크기에, 탄성을 지른다. 박물관 수준이다. 여름철에는 활짝 핀 뒷정원의 꽃들이 함께 어울러 계절을 뽐내는 센터피스 주인공이 되기도 해 그 훈향이 우리가슴에 오래 남아있 곤 했다
벽마다 그림이 빈 공간을 채워 아늑하다. 주부의 취향이 엿보인다. 본인 작품도 많고 유명화가의 작품도 있어 꼭 미술관에 온 느낌이다. 우리 일행을 늘 편케 해주는 게 또 있는데 바로 음식 분야이다. 모두의 건강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건강밥부터 국도 반찬도 모두가 짜지도 달지도 않은 아주 훌륭한 자연산 상차림이 우릴 반긴다. 건강 차며 그리고 후식 까지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해 우리 일행은 먹돌이 초등생이 된다. 경건의 시간을 선두로 행복하게 웃으며 대화하며 큰 소리로 노래하며 마음껏 사귐의 시간을 나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이렇게 자기 집을 오픈하는 선배를 가슴 가득 고마워한다. 마음이 열린 한 선배를 눈여겨 본 흐뭇한 하루였다.
발을 보호하는 버선, 그 버선을 보호하는 덧버선, 요즈음의 약식 버선, 그 덧버선, 선배님의 선물, 그 덧버선으로 인해 눈을 떴다. 무관심했던 나의 발에게 ‘너, 정말 수고 많구나’ 쓰담고 잘 간수하리라 마음먹는다.
2-18-2017 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