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마치고 새로 돌봐주는 녀석의 종일 운동을 위해 용인발달학교에 보내다보니 용인집에서 3일을 머물렀습니다. 그 3일동안 날씨는 요동을 쳐서 강추위에다 눈까지 펑펑 내려 마치 3달은 외부에 있다온듯 합니다.
고작 3일 비웠을 뿐인데 시화방조제 지나면서부터 풍경이 낯설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용인집과 영흥도집을 오가며, 용인에 짧게 있을 때는 마치 여행온듯한 기분으로 지냈는데 지금은 뒤바뀐 느낌입니다.
눈이 많이 내렸기에 집까지 차를 올려 주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차로 집 앞 언덕을 오르는 것은 아주 무리입니다.
소복히 덮힌 눈길 위로 고양이들이 수시로 오간 자국하고 우체부가 오토바이끌고 올라왔던 자국들이 남아있습니다. 사진을 찍고보니 왼편에 장봐온 식료품들 들고 엉거주춤 걸어올라온 태균이 발자국이 조심성있게 찍혀있네요.
시골에 산다는 것은 이런 부분에 있어 도시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겨울에는 제설제인 염화칼슘을 충분히 준비해 놓아야 하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는 따뜻한 집 안쪽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하다 그만 죽어버린 날벌레들의 자국부터 쓸어내야 합니다. 문지방을 넘지못한 벌레들은 늘 문 입구에서 떼로 스러져있곤 합니다. 매일 이 많은 벌레들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참 궁금합니다.
바깥창은 서리로 가득하고 겨울이 오면서 집 밖 폴딩도어로 막아서 마련했던 공간은 어수선함 그 자체입니다. 멋진 풍경을 마냥 감상하겠다는 계획은 겨울에는 무용지물입니다. 추운 날에는 추워서 내버려둘 수 밖에 없고 날이 좀 풀리는 날에는 결빙으로 인해 천정에서 물이 너무 떨어지니 어떨 때는 비뿌리는 수준이 됩니다. 천정을 완전 바꾸지않는 한 겨울에는 감수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 되었습니다.
눈이 다시 쌓였으니 국사봉 등산은 어려울테니 오후에 운동가자고 재촉할 태균이를 잘 달래야 합니다. 금요일만 되면 세상편한 자세로 누워 밤늦도록 휴대폰 게임을 신나게 해대는데 게임실력이 어찌나 늘었는지 지켜보는 제가 깜놀할 수준이 되었습니다. 꼭 금, 토요일에만 하는 것도 자기만의 패턴인 듯 합니다.
평일에 함께 있던 기숙동생들 집으로 다 보낸 시간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즐기는 것을 자기만의 신나는 패턴으로 굳힌 것 같습니다. 휴대폰에 깔아놓은 게임 목록은 매번 지우기도 귀찮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주말 휴식시간은 겨울답게 그렇게 꾸며지고 있습니다. 생이 남아있는 그 시간까지 주어진 삶이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야겠다고, 할 일 많은 겨울에 위안을 삼습니다.
재미삼아 해보았던 '나의 우울증지수는?' 테스트에서 놀랍게도 우울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0라는 놀라운 지수를 접하자... 아 내가 그토록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이었네를 실감하게 됩니다.
이런 에너지가 분명 태균이에게도 전달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태균이가 요새 하는 짓을 보면 저의 모습을 보곤해서 철없는 모자는 오늘도 무엇을 즐겁게 할 것인지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대박‼️ 우울증 지수 0 , 넘 존경스럽습니다.🙏‼️🍒
긍정 마인드! 저도 존경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