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열(査閱)은 누가 하나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학도호국단’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교련’이란 학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만 했다.
일종의 군사교육이었다.
사열(査閱)이 있는 날엔 입에서 “어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곤 했다.
사열 때는 열병(閱兵)과 분열(分列)을 하는데, 땡볕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의 분열행진은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팔을 힘차게 들어 올리는 높이가 똑같이 맞아야 하고, 오(伍)와 열(列)을 정확히 맞춰야 했다.
“북한 보병들이 10월 10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군부대 열병식에서 대검을 꽂은 총을 들고 사열하고 있다.”
이것은 사진 설명인데 사진을 보면 보병들이 착검한 총을 든 채 오(伍)를 지어 행진하고 있다.
그런데 예문은 ‘북한 보병들이…사열하고 있다’로 돼 있다.
부대의 훈련 정도나 사기 따위를 열병과 분열을 통해 살피는 일이 사열이다.
그렇다면 예문은 대검을 꽂은 총을 든 채 보병들이 사열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사열의 뜻을 모르고 잘못 쓴 문장이다.
사열을 하는 주체는 부대를 구성하는 병사들이 아니라 지휘관(들)이다.
따라서 예문의 마지막 부분을 ‘총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로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