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홀로서기

[과하객]

                                                               홀로서기

   책방에 온 장애우를 호되게 야단쳤다.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가끔씩 들를 뿐 책을 사간 적이 없는 젊은 친구였는데, 무슨 마가 씌웠는지 배가 불룩해 보일 정도로 여러 권을 훔쳐 품안에 감추고 나가려다가 잡혔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20대 초반의 청년을 상대로 이놈 저놈을 찾고 있노라니, 손님 한 분이 말리신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그만 용서해 주시지요. 불쌍하지 않습니까?”

   순간, 발끈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장애인이면 다 불쌍해요? 나도 장애인이요! 무얼 안다고 나서는 거요?”

   화가 나면 말 순서가 엉망이 된다. 두서없이 소리치고 나서 노려보고 있으려니 나잇살이나 먹은 내가 얼굴을 붉혀가며 화를 내는 모습에 질렸는지 손님은 머쓱한 표정으로 나가버렸다. 홧김에 도둑질한 젊은이에게 더 큰 소리로 질책을 해댔다.

   “이놈아! 장애인이 도둑질을 하면 불쌍하니까 봐줘야 한다는 말 못 들었냐? 왜 불쌍하게 보일 짓을 해?”

   중증의 정신지체 장애인이라지만 야단을 맞는 건 싫은지 얼굴빛이 변한 채로 외면을 하고 안절부절못했다. 조금은 반성하는 듯 보여 달래는 순서로 들어갔다.

   “이놈아, 다른 데 가서 이런 짓 하면 혼나!”

   화를 내다보니 2년 전 책방에 왔던 노부부가 하던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에 노부부는 손녀딸을 찾으러 와서 그렇게 목소리를 높인 후 한바탕 울음보를 터뜨리고 갔다.

   “이놈아! 사장님 말씀 못 들었냐? 왜 불쌍하게 보일 짓을 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손녀딸이 책을 한 권 들고 나간 잠시 후, 책값을 갚으러 찾아온 노부부에게 나는 못을 박는 말을 하고 말았다.

   “아이가 아픈 것 같은데, 책값은 놔두세요.”

   그때, 노부부는 언성을 높여 반격을 했었다.

   “얘가 불쌍하게 보여요? 불쌍해서 봐준다는 겁니까?”

   예기치 않은 반응에 놀란 내가 변명이랍시고 한 말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 순진한 아이가 별 생각 없이 한 일 같아서……”

   ‘순진한’과 ‘별 생각 없이’는 바로 내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앞에서의 ‘아이가 아픈 것 같은데…’와 함께 노부부의 아픈 곳을 더욱 아프게 하는 말이었는데, 그야말로 ‘별 생각 없이’ 지껄여댔던 것이다.

“  그래요, 우리 아이가 순진해서, 별 생각 없이 아무 짓이나 해요. 그래서 불쌍하니 봐주겠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소동은 내가 사과를 하고 노부부가 손녀딸에게 한 바탕 해대는 것으로 끝이 났다.

   “저도 장애인입니다. 지체장애6급이라 힘든 일을 못해 이렇게 지하실에 갇혀 헌책방이나 하고 살아요. 절대로 이상하게 생각해서 드린 말씀이 아니니 화 푸세요.”

   “이놈아! 불쌍하단다. 왜 불쌍하게 보일 짓을 하냐? 이놈아, 이놈아……”

   울음보를 터뜨린 노부부가 진정이 되기에는 한식경의 시간이 흘러야 했다. 할머니가 울음 반 하소연 반으로 손녀딸을 혼내시며 먼저 나가신 후, 할아버지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씀을 하셨다.

   “저 아이 부모는 사고로 다 죽고 없는데, 할미 할아비마저 죽고 난 후 이러고 다니면, 용서가 될 수 있겠소?”

   듣고 보니 기막혔다. 나만해도 장애를 갖고 있어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좋게 말했지만 세상인심이 장애인의 도둑질이라고 후했던가. ‘병신의 꼴값…’운운하는 정도가 최소한의 용서조건이 아니었던가. 직접 겪어본 일이 한두 번이 아닌데도 말실수를…….

   내가 장애를 실감한 순간이 새김질되었다. 일터에서 받아주지 않는 몸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던 그날, 가장 위하는 척 좋은 말로 내쫒던 고용주의 눈빛에서 무얼 읽었던가.

   “아저씨는 몸도 불편하시니 일찍 가세요. 사무실로 인건비 보내드릴 테니.”

   연립주택을 짓는 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이 끝난 거푸집을 해체하는 목수들을 도와 잡부 일을 하던 도중이었는데, 점심 후 한 시간쯤 지났을까 했을 때 일을 시키던 고용주는 그렇게 말했다.

   “괜찮은데……”

   고용주는 내 다리를 흘낏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루치 일당을 용역 사무실로 보내 줄 테니 일찍 들어가라는 그의 눈빛에는 측은지심이 숨어 있었다.

   사고로 얻은 지체장애6급, 생활하는데 불편한 정도의 장애가 아니지 싶은 6급이었는데, 막노동꾼으로서의 생명은 끝나있었던 것이다. 불편한 다리를 감추려고 노력했는데도, 미운 오리새끼처럼 도두보였던 것이다.

   1년여의 시간 동안 방구들을 진 끝에 헌책방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시름을 덜 수 있었다. 내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아무에게도 불쌍해 보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다행인가. 새로 문을 연 헌책방에서 첫손님을 받으면서, 나는 홀로 섰음을 실감하고 눈시울을 적셨다.

   전국노래자랑이 이 도시에 들어왔을 때, 장애를 가진 몸으로 홀로 선 이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으로 안마사를 직업 삼는다는 30대 초반의 장애우 여성이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고 노래를 불러 장원을 하였는데, 곧 결혼할 예정이라는 신랑이 뒤에서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었다. 예비 신부 장애우는 조수미 씨의‘나 가거든’을 참으로 아름답게 불러, 아직 눈뜨지 못한 데가 많은 내게 홀로서기의 아름다움을 깨우쳐주었다.

   웨딩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여인의, 아름다운 노래였다. 사회자인 송해 씨와 나눈 대담의 내용은 더욱 아름다웠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홀로서기까지의 사연들……. 아주머니들이 흐느꼈고, 초대가수로 온 아무개 씨가 눈가를 훔치는 광경도 보였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서러웠던 것이다. 나 역시 눈물바람에 동참하며 자문을 해보았다. 나는 저토록 아름다웠던 적이 있었던가.

   “이놈아, 전화 받아!”

   야단을 맞던 장애우 청년의 핸드폰이 따르릉 벨소리를 울린다.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전화를 받는데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어머니인 것 같다. 저 친구의 부모는 심정이 어떨까. 내가 없을 때 홀로 설 수 있는 자식을 기대하는 건 세상 부모가 모두 다르지 않을 텐데.

   “앞으로 조심하고, 이거 하나 먹고 가!”

   가겠다고 인사를 하는 청년의 표정은 여전히 울상이다. 야단친 게 미안하여 음료수 한 병을 권하고 뒷모습을 전송하는데, 전날 손녀딸을 데려가던 노부부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그날 손녀딸의 손을 끌고 책방을 나서는 노부부를 배웅할 때 나는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보았다. 노부부는 장애가 있는 손녀딸의 뒤뚱뒤뚱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어 타박타박 걷고 있었다.

   나는 누구와 발걸음을 맞추어 걸어 본 적이 있었던가. 허황한 꿈이나 분수에 맞지 않은 출세욕 따위 버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녀딸이 남에게 동정 받지 않고 홀로 서는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는 노부부처럼, 책방에 오는 장애우들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들이 홀로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 될 수 있도록, 무서운 어른이 되어 엄한 소리를 지껄여대면서.

[산배들]

수필이었군요..^^

[산배들]

수필이었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산배들]

수필이군요..^^

[깡다구밍]

좋은글잘읽고갑니다^^

[세놀]

잘 읽었습니다.

[박정균]

찡하네요....

[백송리]

좋은글입니다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세한연후]

몸이 불구라도 장애는 내 마음속에 있는것 같습니다. 내가 장애가 아니라고 스스로 일어서도록 노력하면 웬만한 장애는 아겨낼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 큰 장애가 아니라면......

[선사 곰탱이]

좋은 글입니다. 훌륭합니다. 감동입니다.

[저런저런]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가을비우산속]

잘읽었어요

[수수깡]

좋은 글을 만나는 것은 아침에 미인을 만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분 좋은 글입니다.

[열나]

잘읽었습니다

[싱그런아침]

잘읽고갑니다

[야끼소바빵]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