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마이뉴스 |
|
2005.09.06 |
|
4분 33초 |
|
273Kbps |
|
|
| 6일 밤 강원도 원주의 한 휴양지에서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이색적인 '폭탄주 파티'가 열렸다. '경제도 안 좋은데 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폭탄주라니'하는 식의 오해는 말아주시라. 이날 자리는 한양대 관광대학원 최고엔터테인먼트 9기 과정의 첫날 수업이었다.
한양대학교 최고엔터테인먼트 과정(The EEP)은 CEO를 대상으로 지금 왜 엔터테인먼트가 중요한지, 엔터테인먼트와 기업경영과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강의가 아닌 재미와 놀이로 전파한다.
지난 8기까지 이 과정을 거쳐 간 CEO들은 약 400여 명. 박노빈 삼성에버랜드 사장, 신헌철 SK 사장, 서병기 현대자동차 사장,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 남중수 KT 사장,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대표 등이 이 과정을 거쳐 갔다.
이날 새롭게 수업에 참여한 CEO들은 30여 명. 심재혁 인터콘티넨탈호텔 대표, 최양오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 수석부회장, 김극종 대한전기 대표, 이수철 삼성물산 부사장, 천호균 쌈지 대표, 최인숙 마리인터내셔날 사장, 이경재 삼진앨앤디 대표, 민경원 정인개발 대표, 견미리 뷰티샵 사장 등이 함께 했다.
이번 9기 과정에 원생으로 참여한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는 "환경, 문화, 여성이 화두로 떠오르는 21세기에는 환경과 여성 문제를 정치 투쟁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감동을 주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엔터테인먼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견미리 브티샵 미리미 대표는 "개인 사업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지만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르는 분야를 새롭게 접하고 경영에 필요한 요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이번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심재철 인터콘티넨탈호텔 대표는 "앞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안에 반드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포함해야만 한다"며 "앞으로 기업경영의 핵심은 엔터테인먼트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업은 크게 두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먼저 손대현 최고엔터테인먼트과정 원장이 '21세기 기업 경영과 엔터테인먼트의 중요성'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는 "CEO가 즐거워야 직원들이 즐겁고, 직원들이 즐거워야 고객과 사회가 즐겁다"며 왜 이시기에 엔터테인먼트가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심재혁 대표가 '세계 음주문화와 폭탄주의 철학'에 대해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실제 폭탄주를 제조해 돌려 마시는 ‘실습’이 이어졌다.
실습시간에는 심 대표가 직접 '제조자'로 나섰다. 그는 제조에 앞서 "보통 맥주와 위스키를 섞은 폭탄주의 도수는 10.35도 정도인데, 정종이 12도인 것을 감안하면 그리 도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폭탄 앞에서 떨고 있는 CEO들을 '안심'시켰다.
심 대표의 폭탄주 자랑도 이어졌다. 그는 그 근거로 △폭탄주는 한 사람씩 돌려가며 마시기 때문에 그냥 마실 때보다 덜 마신다. △흐트러진 술자리를 하나로 집중 할 수 있다. △상하 구분 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마신다는 점을 들었다.
'관례'대로 제조자인 심 대표가 먼저 마셨다. 그리고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가 심 대표의 잔을 이어 받았다. 최 상임이사는 지난달 27일 한ㆍ중ㆍ일 3국을 도는 보름간의 '피스&그린 보트'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뒤 까칠하게 그을린 얼굴을 하고 폭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이어서 심 대표가 태권도주, 타이타닉주, 골프주, 샤워주, 티코주, 슬라이딩주, 충성주, 도미노주 등 10여 가지의 폭탄주 제조법을 선보일 때마다 좌중의 탄성이 이어졌다.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견미리 브티샵 미리미 대표는 양주잔에 맥주를 붓는 '티코주'를 마셨다.
노화방지클리닉인 라끄리니드빠리 이기문 원장은 "원래 폭탄주 문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이렇게 좌중의 흐트러진 분위기를 집중하면서도 즐기면서 마시는 것을 보니 부정적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손대현 원장은 "과거에는 폭탄주가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술문화를 대표하는 부정적인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술자리에 재미를 불어 넣고 서로를 묶어주는 긍정적인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원장은 이처럼 폭탄주를 통해 술자리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그 안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고양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고양된 상상력과 창의력은 곧 기업의 효율적인 경영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글 - 김연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