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난고김삿갓문학 학술심포지엄에서 태헌고문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강성위 선생께서 발표한 자료 전문입니다.
2021.10.2.
김삿갓과 사계(四季)
사계가 인생이다.
우리는 지금 어느 계절에 서 있는가?
태헌고문연구소 소장 문학박사 강성위
【序詩(서시)】
■
年年年去無窮去(연년년거무궁거)
日日日來不盡來(일일일래부진래)
年去日來來又去(연거일래래우거)
天時人事此中催(천시인사차중최)
□
해마다 해가 가는데 다함 없이 가고
날마다 날이 오는데 다함 없이 오네
해가 가고 날이 오고 왔다가 또 가거늘
사철과 사람의 일이 이 속에서 일어나네
【春(춘)】
■ 川獵(천렵)
鼎冠撑石小溪邊(정관탱석소계변)
白粉淸油煮杜鵑(백분청유자두견)
雙箸挾來香滿口(쌍저협래향만구)
一年春色腹中傳(일년춘색복중전)
□ 천렵
작은 시냇가에 돌을 괴고 솥뚜껑 올려놓고
흰 가루와 맑은 기름으로 진달래 전 부치네
젓가락으로 집어오니 꽃향기 입에 가득하여
한 해의 봄빛이 뱃속에 전해지네
■ 蒙恩(몽은)
遠客悠悠任病身(원객유유임병신)
君家蒙恩且逢春(군가몽은차봉춘)
春來各自東西去(춘래각자동서거)
此地看花是別人(차지간화시별인)
□ 은혜를 입고
먼 나그네가 오래도록 병든 몸 맡겨
그대 집에서 은혜 입고 또 봄을 맞네
봄이 와 각자가 동과 서로 갈 것임에
이 땅의 꽃구경은 딴 사람이 하겠네
【夏(하)】
■ 白鷗(백구)
沙白鷗白兩白白(사백구백양백백)
不辨白沙與白鷗(불변백사여백구)
漁歌一聲忽飛去(어가일성홀비거)
然後沙沙復鷗鷗(연후사사부구구)
□ 흰 갈매기
모래 희고 갈매기 희어 둘 다 희고 희니
흰 모래와 흰 갈매기 분간하지 못하겠네
어부의 노래 한 소리에 불현듯 날아가자
그제야 모랜 모래, 다시 갈매긴 갈매기
■ 蛙(와)
草裡逢蛇恨不飛(초리봉사한불비)
澤中冒雨怨無蓑(택중모우원무사)
若使世人敎箝口(약사세인교겸구)
夷齊不食首陽薇(이제불식수양미)
□ 개구리
풀 속에서 뱀 만나면 날지 못함이 한스럽고
못 속에서 비 만나면 도롱이 없음이 원망스러우리
만약 세상 사람들 입에 재갈을 물렸더라면
백이숙제도 수양산 고사리 먹지 않았으리라
【秋(추)】
■ 松餠(송병)
手裡廻廻成鳥卵(수리회회성조란)
指頭個個合蚌脣(지두개개합방순)
金盤削立峰千疊(금반삭립봉천첩)
玉箸懸燈月半輪(옥저현등월반륜)
□ 송편
손 안에서 돌리고 돌리면 만들어지는 새의 알
손끝으로 하나하나 누르면 입 다문 조개 입술
금 쟁반에 깎은 듯 세우면 천 겹의 봉우리
옥 젓가락에 등처럼 매달리는 반 바퀴의 달
■ 入金剛(입금강)
書爲白髮劍斜陽(서위백발검사양)
天地無窮一恨長(천지무궁일한장)
痛飮長安紅十斗(통음장안홍십두)
秋風簑笠入金剛(추풍사립입금강)
□ 금강산에 들며
글 읽으면 백발, 칼 잡으면 지는 햇살
천지는 무궁하고 한 줄기 한은 길구나
장안의 붉은 술 열 말 통렬히 마시고
가을바람에 삿갓 쓰고 금강산 드노라
【冬(동)】
■ 雪(설)
天皇崩乎人皇崩(천황붕호인황붕)
萬樹靑山皆被服(만수청산개피복)
明日若使陽來弔(명일약사양래조)
家家簷前淚滴滴(가가첨전루적적)
□ 눈
하늘의 임금이 죽었나! 사람의 임금이 죽었나!
온갖 나무며 푸른 산이 모두 상복을 입었구나
내일 만약 태양이 조문 (弔問)하러 온다면
집집마다 처마 앞에서 눈물이 방울지겠지
■ 雪景(설경)
飛來片片三月蝶(비래편편삼월접)
踏去聲聲六月蛙(답거성성유월와)
寒將不去多言雪(한장불거다언설)
醉或以留更進盃(취혹이류갱진배)
□ 설경
펄펄 날아올 적에는 춘삼월 나비 같고
밟고 갈 적 소리는 유월 개구리 같은데
추우면 안 갈까 싶어 눈을 자주 얘기하고
취하면 혹 머물까 싶어 거듭 술잔 권하누나
【餘滴(여적)】
1
四時(사시) / 陶淵明(도연명)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1
사철
봄물은 사방 연못에 가득하고
여름 구름엔 기이한 봉우리가 많지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뿌리고
겨울 고개엔 홀로 선 소나무 빼어나지
2
四快(사쾌) / 李奎報(이규보)
大旱逢甘雨(대한봉감우)
他鄕見故人(타향견고인)
洞房華燭夜(동방화촉야)
金榜掛名辰(금방괘명신)
2
네 가지 기뻤던 일
큰 가뭄에 단비 만났을 때
타향에서 옛 벗 만났을 때
동방에서 화촉 밝히던 밤
금방에 이름 걸던 날
3
四時四快(사시사쾌) / 강성위(姜聲尉)
春朝行郊外(춘조행교외)
夏日泳溪中(하일영계중)
秋夕望桐月(추석망동월)
冬夜聽松風(동야청송풍)
3
사철의 네 가지 즐거움
봄날 아침에 들길 거니는 것
여름 한낮에 계곡에서 멱 감는 것
가을 저녁에 오동에 걸린 달을 보는 것
겨울밤에 소나무에 이는 바람 소리 듣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