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30년 내공 동글동글 롤 김치'보쌈 맛'의 신세계를 열다
김장철이 다가온다. 김치가 맛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알아보다가 30년 내공의 보쌈집을 찾았다. 2대에 걸쳐 보쌈김치 맛을 전수 중이라는 양산 ‘국밥과 보쌈’. 요즘 독특한 맛과 비주얼로 찾는 손님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글 김미영 사진·동영상 김정민 어서 와~ 주차장은 만차, 번호표 뽑기는 기본 경남 양산의 외곽에 자리한 ‘국밥과 보쌈’에 점심시간을 조금 넘겨 도착했다. 꽉 찬 주차장과 줄 선 손님들을 보니 다소 놀랍다. 역시 입소문대로였다. 문을 열자 실내 테이블에도 손님이 가득하다. 목소리만큼 인상도 훈훈한 박정재(41) 사장과 짧은 인사를 나눈다. 그 와중에도 손님은 계속 들어온다. 대기 번호표를 나눠주고, 포장까지 하느라 박 사장은 너무 바빴다. 주방일을 도맡고 있는 원조 황미숙(59) 사장 역시 얼굴 뵙기도 힘들다. 조금 기다렸다가 쉬는 시간(브레이크 타임)에 찬찬히 설명을 듣기로 한다. 가을 한낮에 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손님들은 본인 차례의 번호가 불리길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24시간 가마솥에 우린 육수로 만든 돼지국밥 ‘진국’ 대표 메뉴인 보쌈과 국밥 3종류를 주문해 촬영부터 시작하면서 손님의 반응을 물었다. 이점숙(56) 씨와 조민경(54) 씨는 양산 동면과 물금읍에서 왔다고 했다. TV프로그램에 소개된 것을 보고 찾아와 1시간 정도 대기하고 맛을 보니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한다. “국물이 진하고 구수해요. 보쌈이 돌돌 말려서 특이하고 짜지 않고 감칠맛이 나요. 고기가 엄청 부드러워요. 다음에는 굴 보쌈 예약이요. 남편이랑 같이 올 수 있게 일요일도 하면 좋겠어요.” 진하고 구수한 국물의 비법은 주방 안쪽에 자리한 장작더미와 2개의 대형 가마솥에 있었다. 돼지 사골 육수가 팔팔 끓고 있는 가마솥에 그 비밀이 숨어 있었다. 24시간 동안 가마솥에 우려내니 어찌 진하지 않으랴. 가마솥 뚜껑을 열자 뜨끈한 김이 솟아오르고, 진한 국물의 향연이 펼쳐진다. 30년 내공의 특제소스로 어우러진 롤 김치, ‘보쌈의 주인공’ 보쌈 한 접시와 국밥, 밑반찬 몇 가지로 차려진 상은 소박해 보인다. 그러나 단연 독특한 자태의 보쌈김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롤처럼 동글동글 말린 보쌈김치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입 크기의 롤 김치에는 무, 배, 밤 등이 알차게 양념과 어우러져 있어 식감이 좋다. 젓갈의 비리고 짠맛 대신 시원한 바다 향과 감칠맛이 난다. 황미숙 사장의 30년 내공 특제소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방아잎과 소금으로 염장한 굴 소스로 비린내를 잡고, 말린 사과로 만든 사과 진액이 설탕 대신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무를 긁어 넣어 찐 차조밥과 두부, 도라지 술에 숙성시킨 다시마 등 모든 재료가 어우러져 특제소스가 탄생했으니, 정성과 노력이 대단하다. 전통 토렴 과정을 거쳐 풍미를 살린 보쌈 고기도 연하고 잡내가 없이 담백하다. 젊은 2대 사장, 다양한 김치 맛 연구 도약 꿈꿔 오후 3시쯤 비로소 브레이크타임. 아니 그냥 쉬는 시간이 아니라 당일 재료가 전부 떨어져 사실상 영업을 종료한 시간이다. 이때서야 황미숙 사장과 박정재 사장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황 사장은 부산에서 시작해 양산으로 옮겨오기까지 30년 세월 가게를 운영해 오고 있다. 남편 박문석(71), 작은아들 박정훈(39)과 몇몇 직원들로 꾸려오던 가게는 1년 전 큰아들 박 사장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수육 백반, 국밥 중심의 메뉴에서 보쌈 메뉴를 특화한 것이다. 보쌈을 먹고 국밥까지 부담스러울까 꼬마 국밥 메뉴를 만든 것에서 손님에 대한 작은 배려가 읽힌다. 11월부터는 계절 메뉴로 굴 보쌈도 선보일 예정이다. 박 사장은 “30년 동안 이어진 어머니의 손맛을 매뉴얼화하고 있다”며 “K푸드의 선두주자로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데, 우리 집 김치도 국내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매운 단계를 나눠 다양한 맛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SNS(누리소통망서비스)를 활용해 인플루언서와 언론의 관심도 유도하고 있다. 황 사장은 큰아들의 노력에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찬민, 채빈 두 자녀도 아빠를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만든 정성 전하고 싶어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달라는 손님들의 성화에도 일요일은 꼭 쉬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매일 영업 종료 후 다음 날 영업 준비를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황 사장도 건강 문제로 3년 정도 가게를 쉬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마당 앞 감나무와 석류나무 과실이 탐스럽다. 그 아래 가족의 한 때를 사진에 남겨본다. 이 가족의 화양연화가 아닐까.
국밥과 보쌈 위 치 양산시 상북면 수서로 159-1 영 업 10:00~21:00 (브레이크 타임 15:30~17:00) 매주 일요일 휴무 연락처 055)374-6903 메 뉴 돼지국밥 7000원·따로국밥 7500원·꼬마국밥 4000원 보쌈 대 3만9000원·소 2만9000원 굴보쌈 대 4만9000원·소 3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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