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여정으로 기품 있는 한옥 체험은 어떨까. 흙 돌담 너머 사각사각 대숲소리가 들리고 풀 냄새 그윽하게 퍼지는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운치가 있다. 서울에서 한옥을 만날 수 있는 '북촌 한옥마을'에서는 나뭇가지처럼 뻗은 골목 사이로 한옥 체험 공간, 전통 공방, 이색 박물관 등 곳곳에 숨겨진 보물찾기의 재미가 더해져 구석구석 누비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어느 깊은 산줄기에 들어와 사는 것 같은 고즈넉함과 호젓함을 느껴보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이다.
◆길 따라 만나는 한옥나기의 즐거움
문이 굳게 닫힌 한옥이 많은 가회동 31번지에 비해 문 열린 한옥이 많은 가회동 11번지 일대. 대문 옆에 '개방 한옥'이라고 쓰여 있는 곳은 부담 없이 들어가도 좋다. 계동길 따라 이어지는 북촌 한옥마을은 소박한 시골 마을의 정겨운 풍경을 닮았다. 기왓장도 그렇거니와 향수를 자극하는 계동 골목길과 소박한 창덕궁길에서는 이색적인 풍경들이 펼쳐진다. 손 글씨로 쓴 서점 간판부터 오며 가며 동네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영락없이 우리의 옛 골목 풍경 그대로다.
이 길을 걷다보면 다도를 체험할 수 있는 티한옥체험관(02-3675-9877)을 만난다. 안채의 앞마당과 뒷마당을 잇는 공간에 마련된 다실에서 정원을 벗삼아 차를 음미할 수 있고, 온 가족이 한옥에서 하룻밤 보내는 여유를 느껴도 좋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통 체험 행사로 김치(4만원)·막걸리(8만원) 만들기, 한복 입기(2만원) 등 다양하다. 이용요금 싱글룸 5만원·더블룸 8만원·스페셜룸 16만원.
- ▲ 북촌의 한옥은 오래된 목재를 새롭게 바꾸고 문을 이중으로 달거나 보일러로 난방하는 등 편리한‘현대식 한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사진은 숙박과 전통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티한옥체험관'.
동네 '사랑방'으로 통한다는 한옥체험관 우리집(02-744-0536)은 숙박은 물론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소박한 한옥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아궁이와 정원이 인상적인 이곳에서 북촌의 장인들과 함께하는 전통 공예 체험, 주민들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등에 참가해 삶의 여유와 멋을 느낄 수 있다. 이용요금 별채 5만원·사랑채 7만원.
'옛 선비의 풍류를 즐긴다'는 의미를 가진 한옥체험관 락고재(02-742-3410)는 전통 기와, 장독대, 정자 등이 숲과 함께 어우러져 삼림욕장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안방 두개와 건넌방, 대청마루, 주방, 찜질방, 별채, 정자채로 구성돼 있다. 황토 중 특히 효험이 좋다는 천기토로 만든 장작 찜질방 이용은 물론 도자기 만들기(6만원), 궁중 한복 체험(1만원) 등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이용요금 1인실 18만원·2인실 25만원.
북촌 한옥체험관(02-743-8530)에서도 전통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조각보자기 만들기(4만원), 김치 만들기(5만원) 등 다채롭다. 이용요금 싱글룸 4만원·트윈룸 6만원·더블룸 7만원·빅룸 9~10만원.
- ▲ 일러스트=구영아 power3595@lycos.co.kr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6~7곳의 한옥체험관을 비롯해 숙박할 수 있는 전국의 '한옥 정보'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한옥에서의 하루' 홈페이지(korean. visitkorea.or.kr/hanok)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통문화 놀이터, 체험 한마당
북촌 일대를 돌다보면 한옥의 매력에 푹 젖어들 수 있는 '즐길 거리'도 쏠쏠하다. 특히 전통 문화를 배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방만 해도 무려 17여곳. 궁중 음식·매듭·자수·화문석 등 전통 공예가 장인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궁중복식문화를 연구하는 백영자 한국방송통신대 가정학과 교수의 설경나래옷공방(02-766-8683)에 가면 조선왕조 궁중의례에 쓰인 왕과 왕비의 복식을 입어볼 수 있다. 7~8겹 되는 속옷을 입는 것부터 궁중 머리를 하는 것까지 실제 궁중 복식 그대로를 재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정도. 기념 사진을 포함해 체험료는 50만원이며, 예약은 필수다. 보다 간편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조선시대 왕비·공주의 의상이나 폐백한복으로 입는 활옷 체험(5만원)이 있다. 궁중 머리·규방공예·매듭 등을 배우는 강좌와 어린이 대상의 예절교육 및 체험 행사가 마련돼 있다.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관람 무료.
전통주 연구가 김택상씨의 전통주 공방(02-725-4403)에서는 막걸리, 약주, 소주를 전통 방식으로 빚어볼 수 있다. 특히 궁에서 즐겨 마셨다던 '삼해주'는 멥쌀과 찹쌀, 누룩을 주재료로 만든 것으로 맛과 향이 깊고 뒷맛이 깔끔해 인기라고 한다. 이용시간 오전 11시~오후 4시(월요일 휴관). 관람 무료.
젓대(대금·중금·소금)를 만드는 악기장 김가이씨의 북촌젓대공방(02-747-1191)에는 젓대를 비롯한 거문고·가야금·아쟁 등의 국악기가 전시돼 있다.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관람료 2000원. 서울시 무형문화재 소목장(창호 부문) 심용식씨가 전통 창호를 알리고자 만든 청원산방(02-715-3342)에는 세살·용자살 문짝부터 꽃살문, 귀갑살문, 눈꼽째기창까지 다양한 전통 창호를 감상할 수 있다.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일·월요일휴관). 관람 무료.
◆북촌 제대로 알고 즐기기
북촌 한옥마을을 제대로 즐기려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북촌문화센터(02-3707-8388)에 들러 이곳에 마련된 북촌의 역사와 문화재를 안내하는 홍보·전시관을 통해 코스를 정하고 탐방하는 것이 좋다. 북촌문화센터에서는 국악, 민화, 염색, 조각보, 술빚기, 자수 등의 전통 문화 강좌를 제공한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bukchon.seoul.go.kr) 참조. 북촌길을 좀 더 운치 있게 즐기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는 것도 좋다. 재동초등학교 앞 북촌관광안내소(02-731-0851)에 가면 '북촌 자전거 대여소'를 만나는데 대여료 1000원(신분증 지참)에 3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
12여 곳 되는 박물관을 알뜰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자유이용권 한장으로 '가회민화 박물관·동림매듭 박물관·서울닭문화관·한국불교미술 박물관·한상수 자수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다. 자유이용권 구매는 해당 박물관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자유이용권 어린이 5000원·성인 1만원. 유효 기간 최초 사용일로부터 한달.
글 = 김보람 기자 | 사진 = 양수열 기자, 서울시 제공